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1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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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조겐야는 소후에 시조라는 편집자와 함께 선배로부터 기이한 이야기를 듣게된다.

 

나라현의 깊은 산골에 위치한 하미라는 마을에서 행해지고 있는 제의에 관한 것인데, 이 곳에는 진신호라는 호수가 있으며 미쓰 천을 뿌리로 삼아 네 마을이 생기면서 제의를 지내고 있다는 것-

 

네 마을은 처음 생긴 사요 촌의 미즈시 류지라는 신관을 비롯해서 모노다네 촌의 미즈우치 다스키치로 신관과 그의 아들인 세이지, 손주인 가이지, 사호 촌의 스이바 류코 신관과 양아들 류마, 그리고 아요타 촌이 있다.

 

 

이 네 마을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물의 감수에 따라 증의와 감수를 진행하게 되는데, 가장 세력이 막강한 신사는 바로 사요 촌의 미즈시 류지-

 

이들이 믿고 있는 물을 관장하고 있다고 믿는 신이 있었으니 바로 진신 호라는 호수에 사는 미즈치라 불리는 것이고 이의 생김새는 뱀 비슷한 생물, 네 발이 입에서 독기를 뿜으며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고 알려져 있는 것이다.

 

이 신을 위주로 신남과 예녀라 불리는 처녀가 제의를 지내게 되면 마을에 물의 수량이 원하는 대로 이뤄진단 점에서 무시를 못하는데, 어느 날 류지가 양녀로 들여 키웠던 구키 사기리란 여인이 쓰루코, 사요코란 두 딸과 쇼이치라  불리는 아들을 데리고 만주에서 전쟁이 끝나자 마자 돌아오게 된다.

 

 쓰루코의 비상한 모습을 눈치 챈 류지는 사기리에게 모종의 제의를 하게 되고 사기리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게 될것을 염려한 결과 이를 거부, 이 후 움막 같은 곳에서 생활하다 죽게 되면서 남겨진 아이들은 류지에게 키워진다.

 

 류지의 행동을 감지한 사요코와 쇼이치는 쓰루코를 감시하게 되고, 한편 겐조일행은  이 마을에서 내려오던 십 수년 전에 발생한 제의 도중 사망한 류지의 큰 아들 류이치가 뭔가를 발견하고 크게 놀란 듯한 눈동자와 입을 벌리고 죽게 된 사건과  때에 맞춰서 증의제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리에 취재 차 이 마을을 방문하게된다.

 

  하지만 제의 도중 신남역할을 했던 류지의 둘째아들마저 죽게되고 곧 이어서 다른 신관들도 차례로 죽어가자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협박을 받음) 도조겐야가 뛰어들게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도 저마다의 각기 다른 민속신앙들을 갖고있다.

우리나라의 사당이라든가 마을 입구의 장승들, 그리고 마을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같은 것들은 듣다보면 정말 그런 세월들 속에 인간들과 어우러져 살아왔고,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책에서 나오는 미즈치란 생물의 존재는  가히 네 마을 사람들에겐 눈에 보이지 않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신적인 존재처럼 비친다.

 

 그런 신적인 존재가 있다고 생각되는 진신호란 호수 외에도 류지가 있는 미즈시 신사에 여러 광 중에서 외눈 광이라 불리는,  누구도 가 보지 못했고 그 곳에 어떤 존재가 있을 것이란 막연한 두려움 속에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곳을 쇼이치와 겐조가 그 곳과 미즈치, 그리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과정에서 모종의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손에 땀이 쥐어질 만큼 오싹하고 그 곳에 빠져들게끔 버무려 놓은 글의 흐름이 뛰어나다.

 

특히 시노가 광에 갇힌 채 겪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향해 오는 촉각적인 표현,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행하는 행동들은 마치 내가 시노가 된 듯한 빙의를 일으킬 정도의 무서움이 전해져 온다는 점에서 도조겐야의 시리즈란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신사로서의 세력다툼과 알력, 그것을 지키고자하는 대대로 내려오는 인간들의 어떤 그릇되게 망가지는 과정이 자신의 뿌리마저 죽음을 둘러싸고 감추기에 급급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변해가고 달라지는 지를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해 온 전설이란 것을 매개로 작가는 독자들에게 과연 이것이 실제인지, 허구인지를 헷갈리게 만들어놓는 복선도 빼놓을 수가 없게끔 시종 긴장감을 늦추게 하지 않는다.

 

 이 사람이 범인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순간 뒤집어놓는 겐조의 활약, 그리고 차라리 범인이 누구인지 뒷장부터 읽고 싶게 만드는 작가의 손놀림 속에 읽는 내내 참느라 혼이 난 책이기도 하다.

 

 괴기환상을 쫓아 취재하고 글을 기고하는 작가로 설정이 된 도조겐야 시리즈는 모처럼 오랜 만에 나온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만 첫 장부터 일본의 대대로 내려오는 신사의 관련이야기, 민간에서 떠도는 일본한자어를 가지고 여러갈래로 해석이 나오는 이야기, 아직도 일본의 이름들이 생소한 만큼 앞, 뒤를 열심히 뒤져가며 읽게하는 수고스러움은 있지만 이 마저도 책을 덮고나선 오히려 입 맛이 개운한 느낌이 들게 하는 책-

 

 한 번 손에 쥐면 책 페이지가 두꺼움에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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