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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탐정들
정명섭.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평점 :
책을 처음 보고선 어라? 했다.
혹 잘못 된 것이 아닌가 해서...
표지 자체가 신문, 그것도 오래되어 종이의 색깔이 바래진 듯한 것이기에 신선하다 못해 갸우뚱하기까지...
하지만 속 내용은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된 책이다.
우선 책의 순서를 보자.
1. 앉아서 수수께끼를 풀다 - 세종대왕 9
세종대왕처럼 앉아서 범인을 체포한 탐정은? 24
2. 권력의 중심에 칼을 겨누다 - 이휘 29
권력에 맞서 진실을 밝혀낸 탐정은? 47
3. 법 위의 권력을 처단하다 - 박처륜 53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범인을 잡아낸 탐정은? 68
4. 악녀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다 - 이의형 73
이의형처럼 가족들 간의 은밀한 비밀을 파헤친 탐정은? 86
5. 천재적 두뇌를 가진 타락한 탐정 - 연산군 91
타인의 범죄를 꿰뚫어본 악당형 탐정은? 107
6. 부인과 아들, 살인자는 누구인가? - 황헌 113
황헌처럼 억울한 누명을 쓴 의뢰인을 도와줬던 탐정은? 126
7. 어머니의 누명을 벗기다 - 이순 131
이순처럼 가족 혹은 친구의 누명을 벗겨내기 위해 노력했던 탐정은? 147
8. 부당한 수사에 맞선 용감한 선비들 - 이유달, 이민구, 목서흠 153
이유달과 이민구, 목서흠처럼 여러 명이 합심해서 사건을 해결했던 탐정은? 169
9. 방방곡곡을 떠돌며 캐낸 숨은 진실 - 심염조 175
심염조처럼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한 탐정은? 189
10. 조선 최고의 명탐정 - 정약용 195
책의 내용을 보자면 신분을 막론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 또는 그 죄를 처벌하기까지의 검시과정이 왕을 비롯해서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이까지 두루 망라되어있다.
우선 세종대왕이나 정조 같은 경우는 직접 사건현장을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서면상으로의 얘기만 듣고도 지시를 내리는 탁월하고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임을 다시 깨닫게 해 주는, 으로서 도드라진 면을 보인다.
정약용의 경우 자신이 직접 맡은 직책에 따라서 억울한 사연이나 시간이 흘러 죄의 유무를 밝히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또한 서면에 적힌 내용만으로도 조목조목 사건의 허를 찔러 본 내막을 밝히는 명석함을 보여준다.
또한 당시의 시대상황으로 가장 엄한 벌에 속한 강상죄와 역모죄를 다룸에 있어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다루기까지의 시신검안의 과정이 세 차례나 이루어지고, 최종적으로 어떤 형벌을 내려야하는지에 대한 사안을 다루기까지 일개의 백성이라도 한 치의 억울함이 없게 하기 위한 법적인 노력들이 엿보인다. (검안과정의 도구나 약물의 쓰임을 설명하는 부분이 참으로 재밌다.)
하지만 , 역시 법 안에서의 종친이라는 혈연관계라는 것 때문에, 사건의 실제 범인임에도 불구하고 왕의 명에 의해서 무마되는 사실자체는 아무리 뛰어난 사건의 해결사라고 해도 자신의 한계에 부딪치는 역설의 경우도 보여주고 있어 모든 사건 하나만을 놓고 볼 때는 투명한 사건의 해결이라고 해도 마무리의 과정은 어떤 견제의 세력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짐을 보여주는 사례도 보여준다.
이슬람에서 행해지고 있는 명예살인이란 것에 맞게 조선시대에도 역시 문중의 이름을 더럽힌다 하여 누이를 죽이는 사건 자체도 보통의 일로 일어났다는 예는 소중한 인명 위에 법과 위계질서가 자리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알게해 주는 등, 이 책에선 갖가지 다양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고 있다.
특이한 점은 한 이야기가 끝날 때 이와 비교되는 같은 부류의 서양 추리소설 속에 나오는 명탐정을 비교해 놓음으로서 두 사람의 특징과 추리해 나가는 스타일까지 고루 견주어 볼 수있는 잇점이 있고, 그림도 서양의 탐정 모습과 우리의 탐정 모습들을 같이 그려넣어 눈이 호사스럽기까지 하다.
안타까운 사실은 연산군이다.
그 특출한 재능을 사건 해결함에 있어서 탁월함을 보여준 반면, 정치를 함에 있어서 끝내 역사 속에서 포악함의 대명사로 불리어지게 남았으니, 좀 더 자신의 장점을 두루두루 보여줬더라면 지금의 역사 또한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간략간략하면서도 사건의 포인트를 콕콕찝어서 썼기 때문에 읽는 내내 흥미만점, 그리고 사건해결에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노력했던 당시의 시대상황을 두루두루 알 수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