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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ㅣ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평점 :
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남동생을 기다리고있는 크리스티아네-
학생운동서부터 적군파에 가담. 열렬한 운동권 학생이었던 남동생 외르크는 20여년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사면을 받아 나오는 상태였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남동생과 단 둘이 의지하면서 그것도 부모로서, 누나로서 하나뿐인 남동생을 키워야했던 크리스티아네는 남동생의 출옥을 맞아 과거 외르크와 함께 활동했었던 동료들을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마련한 별장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사제인 카린과 그 남편, 치과기공회사를 운영하는 울리히와 아내, 딸, 저널리스트이자 크리스티아네와 한 때 좋은 사이였던 헤너, 외르크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외르크를 열렬히 신봉하는 운동권 주의자 마르크, 교사인 일제가 모두 그 곳에 모인다.
금요일 부터 만남이 시작되고 일요일에 헤어지게되기까지 외르크를 중심으로 그가 감옥에 간 순간부터 그들 친구들은 그들이 당시에 최상의 이념이자 신념이었고 폭력을 하는 국가 권력에 자유시민으로서 그들이 할 수있는 최대의 행동이 폭력과 살인 , 자동차 탈취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모두 제각가 자신의 자리에 알맞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로 변했다.
여전히 그의 신념을 신봉하는 마르크와 외르크의 친구들이 갖고 있는 생각은 괴리를 보이고 외르크는 외르크대로 자신을 밀고한 사람을 의심하는 생각과 말, 그것을 감추고자 애쓰는 누나, 같은 동료로서 죽은 얀의 이야기를 소설형태로 써나가는 일제가 바라보는 시선들이 교차적으로 보여지고 그 와중에 2살 이후 왕래가 없었던 외르크의 아들이 나타나면서 아들이 겪었던 원망과 실랄조의 비난들이 쏟아진다.
새파란 청춘을 고스란히 감옥에서 보냈고 이젠 현실에서의 적응를 하려 애를쓰는 외르크를 보면서 누나는 더 이상 그와 함께 살아가고 돌봐야한단 책임감에서 한 짐을 덜게되고 외르크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가 스스로 현재에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지켜보게되는 마음, 자신의 꿈은 누나와 아들과의 만남을 한 순간도 잊을 수없었던 외르크가 평범한 삶을 살기위해 한 발 내딛으려는 과정이 담담히 전개되는 이 책은 공간은 별장이란 장소, 그 안에서 각기 다른 인물들이 이념과 체제에 대한 생각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다른 생각들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연상시킨다.
책 읽어주는 남자, 귀향(전 출판사에서 절판이 된 것을 요번 시공사에서 다시 새롭게 출간이 됬다.)에 이어 이번 주말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줄곧 그려내고있는 국가체제 안에서의 인간들이 겪는 고뇌와 이 책에서처럼 당시의 상황에 맞는 정의라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 중에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야하는 책임은 누가 짊어질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학생운동서부터 극좌파의 운동, 9.11테러까지를 곁들이면서 얀의 죽음을 미스터리처럼 그리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그리고 있고 , 전작에 비하면 한층 가볍게 다가오는 문체가 인상적이다.
"감옥 안에서 가장 힘든게 무너지 알고 싶다고 했나? 내삶이 여기가 아니라 다른 어딘가에 있다는느낌. 내가 그 삶에서 단절되어 썩어가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 삶에 대한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그 삶의 가치가 점점 줄어든다는 느낌, 그런 거였어. -P 49
"나는 어떤 인생이든 지금 살아있고, 머릿속으로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인생은, 다 좋다고 생각해"-P51
세상에 나와 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외르크에겐 이제 병든 몸과 아들의 원망만 있을 뿐이지만 이제 오로지 홀로 배워가야함을, 아들과의 사이도 점차 왕래가 있고 싶음을 그리는 한 인간의 외골진 인생을 그려낸 이 주말이란 작품을 읽으면서 다시금 역사 속의 개인의 역사는 어떻게 가져야 좋은 것인지, 사랑에 대해서, 역사의 심판, 대중들이 바라보는 테러리스트의 모습은 어떻게 생각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