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치카 -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걸작선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박종소.최종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제 2회 박경리 문학상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된 러시아의 여류작가의 작품집이다.

 

총 3개의 다른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는 소네치카, 책 제목그대로이다.

 

책의 제목을 선정할 때 출판사 나름대로 마케팅이나 독자의 관심을 끌만한 것부터 고심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에선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책속에 파묻혀 살았던 키가 크고 가슴도 크고, 외양적으로 별로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는 소네치카, 일명 러시아에선 소냐를 애칭으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단다.

 

 그런 소네치카가 도서관에서 일을 하게되고 그 곳에서 파리에서 화가로 활동하다 국내에 들어오면서 감옥생활을 하고(왜 그렇게 됬는지는 밝혀진 상태가 아닌) 보호감찰의 대상으로 있던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를 만나게되면서 소네치카의 인생은 딸 타냐를 낳고 열심히 일을 한 결과 그들나름대로의 아늑한 보금자리까지 생기게되는 일반가정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영위해가지만 자신들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타냐가 어느 날 야샤란 여자아이를 초대하고 그녀의 가엾은 고아 생활을 알게 된 소네치카는 가족처럼 같이 살 것을 결정한다.

 

 어린 시절부터 세상의 온갖 더러운 일들을 겪었던 경험으로 익히 자신의 몸을 이용해 살 줄 알았던 야샤는 로베르트를 유혹하고 로베르트는 그녀와의 만남을 계기로 내면에 감추고있던 화가의 본성을 드러내며 그의 뮤즈로 야샤를 삼게되고 창작의 열은 그의 명성과 함께 모든 것을 갖추게된다.

 

 정책에 따른 이주의 고통 속에서 소네치카는 이 사실을 알게되지만 야샤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두 번째 이야기인 메데야와 그녀의 아이들-

 

책 내용상 장편에 속하는 이야기로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스 출신의 가문의 뿌리대로 내려진 자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가족 중 가장의 책임을 본의아니게 지니고 살게 된 메데야의 삶과 자식이 없었던 그녀는 형제들의 자식을 자신의 자식처럼 방문을 받고 같이 생활을 해 나가면서 겪은 일말의 관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유능한 체육의 재능을 거부하고 체육의 맛사지사로서의 삶을 살던 발레리 부토노프가 어느 날 이 곳을 방문하면서 그녀의 두 조카인 니카와 미샤는 그와 공동의 불륜을 저지르는 형태로 발전이 되고 또 다른 남성과의 가벼운 사랑을 나누게되는 니카의 자유분방한 행동과는 달리  미샤는 자신의 충성스런 남편이 있음에도 그를 잊지못한 채 남편의 미국행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계속 그를 못 잊어한 채 죽음으로 자신의 생을 끝내게되고 메데야의 다른 자손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에 대한 정착을 하면서 삶을 이어나간다.

 

 마지막 스페이드 여왕-

 

푸쉬킨의 동명 제목을 그대로 쓴 것이란 해설과 함께 이 이야기는 90의 엄마와 60의 안과의사인 딸 안나 표도르도바간의 이야기다.

 

 세월이 흐르는대로 자신의 온 청춘을 불살라 유명한 사람들과의 연애를 거침없이 한 엄마 무르는 자신의 곁에 머물면서 보살펴주는 딸 안나에겐 힘에 겨운 상대로 비쳐진다.

그토록 싫어하던 유대인 출신의 남자와 결혼을 한 안나의 이혼도 알고보면 엄마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결과의 토대였고 안나의 딸도 또한 이혼녀로서 자신의 아이들과 같이 사는 어찌 보면 남편없는 여인네 3대의 모습을 러시아가 지닌 역사적인 흐름에 맡겨진 대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날 이혼 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터를 잡은 전 남편으로 부터의 방문은 그의 손자들에게 획기적인 꿈을 심어주게 된다.

 

무르를 대하는 그의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면서, 손자들이 할아버지란 사람이 나타남으로해서 벌어지는 해외여행에 대한 설레임은 안나가 보기엔 하나의 파격적인 삶의 한 모습의 질서를 흐트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이를 승낙하게되고 무르는 무르대로 결코 안된다는 말를 안나는 겉으론 인정하지만 이번만은 아니란 거절의 생각을 굳히는 안나의 결심행로가 이 책의 주요점이다.

 

결국 허무하게 인생을 마치게 되는 안나지만 이미 남겨진 사람들은 그대로 삶을 이어나간다.

 

 러시아의 문학이라면 아직까지도 톨스토이나, 토스토예프스키, 푸쉬킨,,,,

 

가장 대표적을 내뱉을 수있는 사람들의 이름들이다.

 

이번  이 작품은 러시아란 나라가 일구어 온 역사의 토대로 보자면  근 현대에 속하는 작가의 최신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개혁과 개방을 주창하고 대연방 러시아란 나라가 각기 분리된 현재의 러시아란 모습이 갖춰지기 까지 누구나 그러하듯 그 안에서 살던 이름모를 사람들은 각기 나름대로의 삶을 이어왔다.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작품 속에선 여성들, 특히 러시아인이면서 그 안에서 동민족으로 살아갈 수없는 또 하나의 별개 민족들의 뿌리인 그리스, 유대인, 고려인, 아제르바이잔,등 소수민족의 구성원들이 살아간 역사를 여성이란 삶 속에 투영해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유럽의 역사, 일본, 중국, 남아메리카의 역사보다는 폐쇄된 영향이 조금을 있지않나하는 것을 느낄 정도로 솔직히 이 소설을 읽어나가는 데 다른 책들보단 시간과 내 머리에 각인시키는 과정이 힘이 들었다.

 

당연히 읽는 속도도 더디어졌지만,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답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고스란히 거부하지 않고 그 안에서의 자신의 자생력을 발휘하는 소네치카, 메데야와 그녀의 조카들과 자손들, 안나의 자손들의 모습은 우리의 격동적인 역사의 한 시대를 겪어나간 우리의 소설 속에 드러나는 여인의 모습을 보는 것과도 흡사하다.

 

 하지만 소네치카가 야샤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지금도 이해를 할 수없다.

그저 못난 자신의 신체에 비례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단 것 하나로 남편에 대한 자신의 처짐을 수긍하면서 살아간 소네치카가 외부인들에게 알려진 삼자 동거에 대한 무성한 비난과 동정심에도 굴하지않고 야샤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점은 어떠한 심정에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버림을 받을까봐, 아님 남편의 뮤즈로서 자신이 해 줄 수없는 어떤 예술의 경지를 이뤄내게 하는 야샤에 대한 동경과 배려인지를 지금도 수긍이 잘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마도 시대적인 흐름의 발전일 수도 있겠지만, 러시아  여인들이 갖고있는 당시의 세계전쟁과 러시아의 공산주의란 답답한 공기 속에 그럴 수밖에 없지않았나  하는 정도로 이해를 머물게한다.

 

 또한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공존의 불륜을 벌이는 주된 이야기 흐름과 괴팍한 엄마와 그 딸간의 화해의 기류를 끝내 보일 수없었던 스페이드 여왕 모두는 근대로 접어들면서 그나마 러시아란 나라의 분위기를 약간은 파악할 수있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쉽게 읽히지만은 않았던 책, 소설 안에서의 부드러운 바람처럼 표현의 여성스런 은유의 포착, 신화와 러시아의 각계 유명한 작가와 예술가들, 정치가의 이름들이 곳곳에 나와 있어서 잠시나마 러시아로 여행을 떠났다가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앞으로도 이런 근대적인 작가의 작품을 좀 더 활발히 내 놓는다면 또 다른 문학의 새로운 흐름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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