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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무덤의 남자
카타리나 마세티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35세의 데시레는 도서관 사서이고, 그녀의 남편인 외리안은 교통사고로 죽는 바람에 결혼 생활 5년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그녀 남편이 묻혀있는 무덤에 있다가 오곤 하는 그녀는 그녀 남편 옆에 있는 한 초라하고 촌스런 무덤을 보게되고 그 무덤엔 산림조합원 직원으로 생각되는 촌스런 남자가 그녀처럼 매일 오다시피 온다.
그 남자의 이름은 벤니- 36세로 고등학교도 채 마치지 못한 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홀 어머니와 함께 젖소 24마리, 종자소, 그리고 약간의 양을 치우는 농장주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남긴 유품은 정리도 못한 채 매일 무덤에 꽃을 꽃아주고 닦아주러 오는 사람이다.
처음엔 엄마를 뵙고 무덤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다 가길 원하는 그에겐 항상 베이지 색상의 버섯무늬의 모자를 쓴 깡마르고 허연 여자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 못마땅하기시작, 곁눈질로 보기 시작하면서 이내 그녀와 그와의 만남은 시작이 된다.
어느 날 한 소녀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를 계기로 둘은 서로 마주보게되고 그 남자의 미소로, 그녀의 웃음있는 눈으로 인해서 둘은 한방에 그야말로 속된말로 뿅 가게되고 그가 그녀가 일하는 도서관에 와서 데이트 신청을 (무덤에서 만날까요?)하면서 둘은 그야말로 거침없는 사랑에 빠진다.
여기까지가 아주 통속적인 로맨스에 빠진 연인들의 전형적인 모습과 심리 상태를 그린 것이라면 2차전은 아주 본격적인 둘 사이의 내면의 갈등을 그린다.
여자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 오고가는 대화 속엔 라캉이니, 연극이니, 오페라니 하는 것들이 거칠것 없는 대화의 한 무대였지만 벤니와의 만남은 그야말로 정 반대의 만남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과는 정 반대로 연극이니 철학적인 얘기는 뒷전이고 오로지 그가 원한 것은 힘들게 새벽에 일어나 젖소의 젖을 짜고 인공수정을 시키는 일에서 부터 농장의 자질구레한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장작을 패고, 따뜻하게 자신을 맞이해 줄, 맛깔스런 미트볼을 만들 줄 아는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데지레의 그 놈의 난자가-
순간 , 내 안의 난자가 펄쩍 펄쩍 뛰어오르더니 찰랑찰랑 공중제비돌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소리없는 신호를 보낸다. '여기예요!, 이쪽이라고요.!' -P 25
이상신호를 보내면서 그와 이상이 전혀 안맞음에도 외리안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흥분과 섹스가 너무도 잘 맞는 바람에 그와의 사이를 좁히려는 시도를 하게된다.
하지만 여전히 벤니가 생각하는 바는 데지레와 여러가지 일이 꼬이면서 달리 생각을 하게되는 과정을 겪는다.
흔히 로맨스의 전형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면 조금 빗나갈 듯한 소설이다.
한 순간에 사랑에 빠지고 격정적인 섹스를 거친 후에 그, 그녀가 서로 사랑한다고 인정하는 순간 두 남녀간에 있는 다리엔 서로가 이해를 할 수없는 일들의 연속이 꼬릴 문다.
어디선가 읽은 구절엔 이런 글귀가 있었다.
평생의 배우자를 만남에 있어선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 말인 즉슨 지구의 반은 남자이고 여자인 세상에서 그것도 한 나라 안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여러 분할된 지역 중에서도 특히 유독, 왜 그와 내가 만나게 됬을까?
바로 우리 곁을 지나치고 만나고 이어지는 인연들의 연속성 속에 어느 날 우연히 몸서리치게 외롭고 내 곁에 누군가 있었음 좋겠단 생각을 하던 차에, 바로 내 옆에 나타난 바로 그 사람이 내 배우자임을 확신하는 바람에 결혼을 할 수있는 거란 말의 구절이 떠올랐다.
처음에 미소로 반했던 사건도 그렇다.
데시레는 소녀와 엄마의 대화를 통해서 전해 온 남자의 미소라고 생각했지만 남자는 온통 우중충한 베이지 색상의 그녀의 옷차림과 스타킹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는 상상을 하다 절로 미소가 떠오르게됬고 이어 그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는 바람에 푹 빠져버린 사건을 봐도 역시 사랑은 타이밍이 중요함을 알게 해 준다.
그렇다고 일사천리 둘 간의 극간을 좁히는 일에 있어서 한치의 양보를 하는 것은 없다.
나중에 데시레가 깨달았 듯 사실은 둘 모두가 조금씩 양보를 했다고는 했지만 데시레는 그녀 나름대로 그가 농장을 포기하고 도시로 나와 같이 살 것을 요구한 것이었고, 벤니 또한 그녀가 파트타임으로 직업을 돌리고 아이가 태어난다면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는 것이 최선인 것처럼 제시를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 "당신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원하는 게 뭔지는 알려고도 하지 안쟎아.! 당신한테는 오직 당신 자신과 당신이 원하는 것만 중요할 뿐이지. 당신은 라콩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거라고. 도서관 동료들 앞에서 창피하지 않으려고. 농장이 어떤건지, 그게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는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나는 말이지 , 새끼를 낳은 소들이 산욕열로 고통받지 않도록 나를 도와 제때에 칼슘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p 185
***** 릴에 감긴 줄을 조심스럽게 풀고 그물로 건져 올려서 비늘을 벗기고 뼈를 발라낸 다음 맛있게 먹을 수도 있었는데 그 망할 사랑이란 놈은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나고 없었다. -p264
결국엔 벤니가 이별을 고하고 둘은 계절의 변화를 겪으면서 각자 심한 사랑의 후유증을 겪는 과정이 여타 연인들의 모습들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아주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린 것이 바로 이 소설의 매력이다.
한 일이 벌어진 것을 여자가 바라보는 시선과 남자가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얼만큼 큰지도 알 수있게 해 주는 이 소설은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남녀간의 생각차이를 철학적인 근거에 의한 딱딱한 구절로서 알게 해 준다면 이 소설은 알랭의 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풀어서 설명해 주는 식처럼 들리기에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유머가 넘치고 섹스가 주는 흥분의 표현, 둘 사이의 결코 벌어질 수없는 사랑의 실체를 보여주기에 아주 재밌게 읽을 수있는 책이다.
외설스럽다거나, 과감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아닌 죽은 전 남편에게 미안함을 못 느낄정도의 사랑을 느끼는 데시레의 벤니에 대한 사랑은 뒷 결과에 약간은 멍해지지만 이 책의 후속편격이 2005년에 나왔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 이후의 두 사람간의 사랑의 결말이 어떻게 전개됬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아직 국내엔 책 발간이 안됬다. )
책 표지의 그림처럼 도시적인 빨간구두의 힐을 신고서 자신이 쌓아 온 커리어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좀체 벤니와의 간격을 좁힐 수없는 여자 데시레와 녹색의 농장에서나 신는 긴 장화를 나타내는 신발의 연상엔 온통 자신의 삶을 농장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벤니의 삶을 표현하기에 이 책의 제목처럼 아주 극과 극의 두 연인들의 사랑을 통해서 해결되지 않는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통찰을 요구한다.
자라 온 환경이 다르고 , 이를테면 데시레가 생각하는 남자에 대한 생각(남자들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 p 132) 은 다정한 부모님의 사이를 봐 온 벤니가 생각하는 남녀간의 사이와 차이를 보인단 점에서 외롭지만 않다면, 외롭다면 가끔 이성적인 파트너와 함께 지내는 정도를 생각한 데시레의 생각과 온전히 순수한 농장주의 부인으로서 우직한 생활에 적응을 원한 벤니의 이상상하고는 떨어져도 한참이나 떨어진 것을 그려나가는 작가의 글 솜씨가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만드는 책이다.
화성과 금성은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건만 왜 그 생각들의 차이는 간격이 벌어지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남녀간의 밀고당기기, 연애는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요, 결혼은 현실이란 말이 정말로 와 닿는 남녀간의 실체를 드러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