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5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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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모슬렘으로서 장작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서 일찍이 상업전선에 나선 제브데트는 파리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일찍이 혁명에 눈을 뜬 형 누스레트와는 다른 인생 길을 걸어간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장작가게와 조명 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오스만 제국의 파샤의 딸인 니갼과 결혼에 들뜨게되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형은 못마땅하지만 자신의 병을 알고선 자신의 아들인 지야를 부탁한다.

 

 니갼과 결혼한 후 오스만, 레피크, 그리고 딸 아이셰를 둔 제브데트씨는 터키의 근대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자신이 원하던 집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 상업의 길을 걸어선 오스만과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형과 함께 아버지의 사무실을 다니는 레피크를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둘째인 레피크는 파리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친구 외메르와 무히틴이란 또 다른 동창생들이 걸으려는 인생의 길을 보고 고민을 한다.

 

 외메르는 혁명적이고 선망의 대상인 유럽에서 보고 들은 것을 이용해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위한 정복자의 꿈을 꾸게되고 그런 가운데 국회의원의 딸인 먼 친척뻘이 되는 니즐르와 약혼에 이르게된다.

 

 무히틴 또한 서른 전에 시집을내고 별반 호응이 없다 싶으면 자살하기로 맘을 먹은 상태-

이런 두 친구의 뚜렷한 인생관에 비해서 자신은 일찍이 결혼을 하고 딸까지 둔 현실에서 막연하나마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할 수있으며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심하다 동부의 철도 건설 현장에 가 있는 외메르가 있는 곳으로 잠시 떠나게되고 그 곳에서 독일 사람과의 대화, 터키의 여러사람들,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농촌진흥계발이 필요함을 알게된다.

 

 집으로 돌아온 후 외메르의 장인이 될 국회의원의 소개로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 책 한권을 내주는 것으로만 만족을 느낄 뿐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자신이 출판사를 차려 책을 낼 준비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된다.

 

 한편 외메르는 부자가 되고 니즐르와의 결혼을 미루다 파혼, 결국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무히틴 또한 터키민족주의 또는 안종주의 이름에 심취, 새로운 잡지 발간에 필요한 일을 하게된다.

 

 제브데트씨의 죽음 이후 그가 살던 대가족의 집은 아파트란 이름으로 각기 세대가 나뉘어서 생활하는 형태를 갖게되고 레피크의 아들인 아흐메트는 파리에서 그림공부 후에 귀국, 변변한 직업을 찾지 못한 채 그림과 프랑스어 교습으로 생활해 나간다.

 

 자신 또한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란 지야 아저씨의 말에 따라서 자신이 전공한 그림을 필요로하는 친구 하산의 뜻대로 해 줄것을 승낙한 가운데 아버지가 썼던 비망록을 들쳐보면서 할머니 니갼의 죽음을 맞이 한 후 자신의 그림을 그리러 간다.

 

 노벨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의 처녀작이 이번에 믿음사에서 출간이 됬다.

 

 그의 작품 전체를 번역한 분의 이름도 친근하고 뭣보다 그가 쓴 글을 읽은 몇 권의 책을 토대로 되돌아 볼 수있는 기회가 이 책을 통해서 이뤄졌다고 볼 수있다.

 

 작가 자신이 밝혔듯이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을 근간으로 후에 나온 책의 내용이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전개된 만큼 이 책의 3대가 이루는 근간엔 터키의 현대사가 맥을 같이 한다.

 

우리가 조정래 님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에 이르는 대하소설에서 보듯 우리의 현대를 관통하고 있는 역사의 근간을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듯이 이 책 또한 터키란 나라가 지닌 오스만 대 제국의 몰락과 다시 태동하는 근대의 혁명기 과정, 아나튀르크의 죽음, 다시 혁명의 암시를 드러내는 일련의 과정이 3대를 거치면서 개개인이 그 안에 속해있고 어떤 고뇌를 겪었으며, 지식인은 지식인대로, 제브데트씨처럼 아무런 욕심없이 나라의 역사 소용돌이 속에 오로지 대가족의 화목만을 목적으로 한 삶을 지향하는 것, 그의 둘째아들인 레피크와 그의 친구들은 좀 더 적극적인 개인주의적인 욕망과 나라의 앞 날에 대한 자신의 인생 방향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적극성을 보이는 사실을 이 책에선 변화하는 세태와 그 안에서  몸부림치고 행동에 옮기려는 청춘들의 고뇌를 엿 볼 수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결혼가치관에 갇힌 부모에 의해서 맘을 두고 있었던 남자 동창과 헤어진 아이셰의 결혼과정이나, 터키의 부유층의 삶 묘사, 각기 다른 정부를 두고는 있지만 차마 이혼을 하지 못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오스만 부부, 자신의 재산을 내놓으라며 간간이 편지를 보냈던 지야의 행동 등은 시대를 같이 사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개인사가 터키라는 나라가 겪고있던 1905년부터 1970년대까지의 일을 잘 묘사해 준 책이다.

 

 레피크에 이어서 자신의 갈 길을 모색하는 아흐메트의 모습이 부전자전이란 생각도 떠오르게 만들고 결혼함에 있어서의 계급파괴과정도 보여준단 점(니갼과 제브데트의 결혼)에서 우리의 양반계급이 몰락해가는 과정과도 비슷한 점이 느껴진다.

 

 니갼의 바램대로 대가족의 형태는 사라지고 집이 허물어지면서 아파트란 건물이 생기면서 각기 다른 세대층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가족해체의 모습이 보이고 그런 가운데서도 서로가 부대끼면서 자신의 각자 각 길을 가는 또 다른 청춘들의 모습이 마지막 1.2.3부로 나눠진 가운데 아흐메트의 행동으로 끝을 맺은 이 책은 이후에 나온 책을 먼저 접해서 그런가, 아니면 터키가 지닌 역사적인 부족한 인식 때문인진 몰라도 솔직히 읽어나가는 과정은 그리 술술 읽히는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후의 작품들이 쉽게 다가오고 있단 점에선 작가의 글의 방향이 좀 더 수월하게 독자에게 다가간 느낌이 짙게 들었고,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주는 느낌은 일단 그의 초년작을 대했단 흥분, 그 이후 그의 작품세계와 일관되게 관통되고있는 주제의 흐름을 알 수있단 점에선 아주 뜻 깊은 작품을 만났단 느낌이다.

 

터키의 간간이 나오는 장소의 묘사는 한 순간의 추억에 잠들게하기도 하고 여전히 활기찬 그네들의 모습이 책을 덮고서도 잔잔한 잔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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