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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 시절에 누구나 체육시간이란 것이 들어있다.
오래달리기, 단거리 100미터 계주...
우리나라의 이젠 중년의 작가대열로 접어 든 김 연수님의 에세이의 제목인 "지않는다는 말" 글 속엔 작가 자신이 일산호수 공원 근처에서 달리기를 시작하게되면서 겪었던 사계절의 변화와 자신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거쳐서 군대, 김천 출생의 빵집 아들이 삼청동의 하숙집을 거쳐서 대학생활을하게된 회상, 번역의 일을 거치면서 소설가로서, 이젠 독자들의 유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하는 에세이까지...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그런 그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누구나 비슷하게 겪었던 풍경을 그리워함을, 대학의 생활과 번역의 초고를 처음 낼 때의 희열과 번역에서 오는 말의 전달과정의 괴로움이 달리기란 것을 통해서 같은 연장선을 보임으로써 독자들이 나란히 두 길을 보게되는 느낌을 가질 수있게한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의 만만했던 자신감이 점차 숨이 가파오르며 더 이상 못견뎌낼 것 같은 폭파성의 한계, 뭣보다 초보시절 때의 지지 않겠단 오기로 열심히 달렸던 자신이 어느 덧 그런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꾸준히 제 페이스를 누리며 질주하는 역주의 모습 표현은 작가 자신이 살아 온 일생의 비유와도 무관한 묵직한 느낌을 전달해준다.
내가 보기에는 마라톤에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변덕과 변심이 다 들어 있다. 천국이었다가 지옥이었다가, 확신에 찼다가 회의했다가, 심지어는 몸이 자기 몸이었다가 남의 몸이었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다. 삶을 살아갈 때는 때로 행복이 그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일 뿐일 때도 있지만, 마라톤을 할 때의 행복은 말 그대로 티 하나 없는 지복의 상태다.......
한없이 미워해 보지도 않고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믿지 않는다. 그것도 한결같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런 경우는 필경 둘 중의 하나다. 사랑하지 않거나 죽었거나. (276- 277p)
꼭 승리만이 아닌, 달리기라는 운동을 통해서 느껴오던 자연과의 조화로움, 즐겨듣던 음악의 세계, 마라톤을 통한 작가의 그런 인생의 관조는 오히려 급하고 뭐든지 꼭 이뤄야만 성공이란 잣대를 내보일 자격이 있을 것이란 우리들의 자화상에 릴렉스의 기분과 여유로움을 주는 글이 듬뿍 들어있다.
모처럼 작가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에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