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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꿈
정보라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부터 죽은 사람을 볼 수있었던 태경은 고교 1학년 때 전학 온 강문석이란 아이에게 자신의비밀을 들킨 후 그의 요구에 따라서 음란잡지서부터 소설책에 이르는 다양한 책을 구해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동네의 온갖 비밀스런 이야기거리의 대상이 됬던 문석엄마와 문석의 사생활은 철저한 비밀에 쌓여 있었고, 그로 인한 태경의 심란한 마음의 상처는 그를 멀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학교생활에도 부적응, 지방대에 가게되고 이마저도 군대 전역을 계기로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동창이 벌이는 휴대전화 매장에 직원으로 근무를 하고 살아간다.
어느 날 느닷없이 서울 명문대 법대에 합격, 변호사로서 성공한 문석이 부호의 딸과 결혼해서 잘 살고있단 소식이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그가 교통사고로 죽었단 부고를 접하고 오랜만에 동창생들이 모여들게된다.
하지만 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않는 죽은 자의 혼인 문석이 자신은 살해를 당했다며 그에게 자신의 살인원인을 알아달라는 끈질긴 요구와 자신의 애인인 성연의 석연치않은 또 다른 자신과는 다른 의미로 빙의가 되어 살아가는 그녀와의 관계에 집착을 하게된다.
성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석이 한 때 머물러 살던 집에서 그가 과외생으로 가르쳤던 여인의 존재파악과 함께 성연이 태경의 몸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것을 잠시나마 방지하기위한 보람도 없이 태경은 성연의 부탁을 뿌리치고 죽은 여인이 갖고 있던 귀걸이 한 쪽을 보관하게됨으로써 주위의 이상한 일이 발생이된다.
죽은 여인의 혼이 다시 성연의 몸에 빙의가 됨으로써 본연의 그녀 성연을 되찾기위한 몸부림과 정체불명의 덩치 큰 사람들에게 끌려가게 된 두 연인은 죽은 문석과 죽은 그의 내연의 여인의 말을 들음으로써 모든 사건의 결말을 알게되고 자신 때문에 서서히 죽은 자의 몸으로 돌아간 성연을 살리기위한 태경의 행동 일환으로 같이 무덤에 눕는 절차를 밟는다.
무더운 한 여름에 오싹한 공포시리즈가 제격이다.
대놓고 보여지는 소름과는 달리 이 책은 시종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가학적인 행동을 하는 태경과 그것을 대응하지않고 오히려 자신의 한계에 이르러서 그를 이해하는 성연이란 여성의 두 사람이 느끼는 죽은 자를 대하는 모습에서 오싹함이 드러난다.
죽은 자를 볼 수있단 것 하나로 내내 살아오면서 뜨뜨미지근한 삶의 영속과 이를 알고서 이용하려하는 야비한 출세에 욕심이 눈이 먼 문석이란 존재가 서로 어우러지고 얽히는 이야기의 실마리 속엔 우리가 흔히 옛날 이야기의 귀신모습과는 다른 현대의 어떤 우울함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장선을 보여준다.
문석의 아내 또한 자신을 이용하고 결코 뉘우치지 못하는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던 저간의 사정과 어린 나이에 과외 선생이란 선망의 대상으로부터 몸을 유린당하고 집을 나오게된 한 맺힌 여인의 사정이 맞물림으로써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야망과 복수, 원망, 한이 모두 서려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식스센스처럼 죽은영혼을 볼 수있단 능력은 과연 축복일까? 아님 불행을 미연에 방지할 수있는 하나의 행운일까를 생각케하는 이 소설은 촘촘히 짜여진 구성면을 보이진 않고있다.
읽는도중의 매끄러운 흐름이 간혹가다 끊기는 면이 없지않아있고 저자의 말처럼 여러가지 이야기를 조합해서 종합적으로 엮어진 하나의 이야기라서 그런가, 내내 드러나보이지 않는 스릴의 묘미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마지막 태경이 성연에 대해 사랑에 눈떠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행동은 뒤의 이야기풀이를 드러내놓고는 있지 않지만 일말의 희망을 엿 볼수있는 한 가닥의 가능성을 보인단 점에서 소설이 주는 책임감있는 구도를 어느 정도는 해결해 보이려는 작가의 노력이 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