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담과 에블린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57
잉고 슐체 지음, 노선정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독일은 우리와 많이 비슷한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독일이 먼저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통독의 길을 가고 지금도 여전히 균형적인 경제와 정치의 맞춤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을 보면 때론 경직된 게슈타포의 눈 밑에서 서로가 믿지 못하고 살던 시절과 비교해 볼 때 그야말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동독에서 안정된 일, 그의 손만 거치면 어떤 체형의 몸매라도 훌륭한 모델로 변신하는 재주를 갖게하는 아담은 재단사다.
33살이고, 그의 곁에는 그의 부모가 돌아가신 후 같이 살고있는 집에서 21살의 에블린이라고 하는 여친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담의 고객인 릴리와 아담이 있던 현장에서 뜻하지 않는 오해를 살만한 옷차림을 보게 된 에블린은 둘 사이를 오해하게되고 이참에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자모네라는 직장동료와 그녀의 사촌인 서독에서 살고있는 미하엘과 함께 서독으로 같이 떠난다.
자신의 애차인 하인리히라 불리는 차를 타고 그들 뒤를 쫓아간 아담은 오해를 풀고 에블린과 같이 다시 동독으로 가길 원하지만 그들 뒤를 쫓아가는 여정 속에서 헝가리를 경유해 서독으로 망명하려는 여인과 동행하게되고 그녀의 시선을 외면한 채 여전히 에블린을 향해 여행을 한다.
헝가리의 친구 페피집에 같이 머물면서 그들 나름대로 오해를 풀려는 가운데 헝가리가 국경을 개방하고 뒤이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단 소식에 에블린은 서독으로 망명신청을 하게되고 뒤를이어 아담도 필요한 서류절차를 받는 가운데 서독에서의 일자리를 얻기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서독에서의 생활방식은 전혀 다른 세계로 아담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그가 설 자리는 수선해주는 일자리 뿐. -
반면 에블린은 동독에서 대학의 전공과정 선택에서 거절당한 학과를 서독에선 다닐 수 있게되고, 점차 이 사회에 적응을 해 나가는 가운데 아담은 고향인 동독에 들러서 자신의 집을 찾아가게 된다.
그 곳에서의 충격적인 피폐해진 자신의 집을 보고 충격을 받은 아담은 다시 서독으로 돌아오게 되고 여전히 식기세척기의 사용법을 모르고 실수연발을 저지르는 가운데 에블린은 아담에 대해 자신이 많이 생각하고 의지하고 있음을 알게된다.
배경은 다르지만 체제가 다른 곳에서 태어나고 그 곳에서 익숙한 생활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아담이란 사람과 나이도 어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모가 살고있는 곳을 과감히 버릴 만큼의 아가씨 에블린의 사랑과 대화법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의 모태는 무엇인가를 묻고있다.
나라가 지정한 대로 교육받고 지정한 직업을 갖는다면 평생 걱정없이 오로지 그 곳에서 파묻혀 살아가도 무방할 나라인 동독에서의 안주된 삶을 박차고 사랑을 찾기위해 떠나는 아담은 서독에 정착하려는 과정에서 일대의 혼돈을 겪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재능이라면 그 어떤 옷감으로 만들더라도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있다는 것을 모르는 서방세계의 직업관의 이해도, 고작 수선이나 하자고 온 것은 아니라며 다시 간 고국(?)에서도 자신의 집은 이미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변한 모습으로 있는 현실 앞에서 아담은 내내 방황을 한다.
이와는 반대로 에블린의 자신의 인생 찾기는 확실히 더 적극적이다.
나라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적인 면을 인정하지 못하고 탈락한 대학에 대한 미련이 일차적이었겠지만 뭣보다 동독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넓은 자유의 세계를 동경한 모습의 활기찬 젊은이의 모습이 투영이 된다.
소설의 흐름상 자세한 시대적인 변화를 나타내주는 정황이 아닌 오로지 대화를 통해서만 그 주변에 일어난 변화의 모습을 독자가 이해를 하게끔 하고 있기에 영화로도, 연극으로도 볼 수있는 여러장르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답답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서 아주 보수적인 생활을 하고 있을거란 생각에는 뒷통수을 맞을 만큼 에블린은 개방적이다.
미하엘의 아기인지, 아담의 아기인지도 모른 채 아담에 대한 자신의 사랑확인과 아담이 자신에게 거는 사랑의 행태에 대해서 이해를 하면서 같이 살아갈 것을 의미하는 과정에선 여전히 동양적인 시선과 서구적인 시선의 차이는 있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세계의 체제하에서 살아온 두 연인이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내딛고 그 안에서 보다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좌충우돌의 사랑을 그리고있다.
소설 속에서의 아담과 에블린은 성경에서의 아담과 하와를 연상시킨다고 하는데, 아담에겐 어쩌면 자신의 낙원이 동독일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새로운 정착지로서의 새 삶을 시작하려는 서독이야말로 하와의 꼬임에 금단의 열매를 먹인 역할을 한 에블린이야말로 아담에겐 연인인 동시에 자신의 삶을 180도로 변화시키게 한 화신은 아니었는지 비교를 해 보게한다.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는 긴박감 넘치는 국경을 넘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무거울 수도 있는 배경을 대화 속에 유연한 태연함, 유머의 일발성 대화로 인해서 소재의 무거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생동감 있는 대화체가 인상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