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요 엄마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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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머니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렇데 뵙고 싶을 수가 없으시단다.

 

내 기억속의 할머니는 머리 숱도 그렇게 많지 않은 긴 머리를 우리 집에 오실 때면 아침에 일어나셔서 머릴 감으시고 머리기름을 머리 끝에까지 정성스레 바르신 후 머릴 묶으신 다음 은비녀가 제 자리에 맞게 들어갈 만치의 공간만 허용한 채 기막힌 솜씨로 쪽진 머릴 간직하셨던 분이셨다.

 

 어머니는 그런 할머니를 많이 닮지 않으시고 오히려 할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닮을신 터라 지금도 우리들은 외모를 갖고 할머니를 닮았다면 절세미인으로 손녀, 손자들이 재탄생했을 거란 농담을 던지곤 한다.

 

 그런 할머니가 세상을 뜨신지 한참이 지나고 이젠 어머니의 연세도 할머니의 연세로 가까이 다가가는 지금, 어머니는 학창시절, 내가 할머니의 육성녹음 한것을 가끔 틀어 들으시면 눈물을 지으시고 너무도 뵙고 싶다고 하신다.

 

 나이 터울이 큰 막내 삼촌이 태어나자 할머니의 차지가 안된 어머니는 할머니의 꾸지람에도 아랑곳 않고 할머니의 뒷 궁둥이에 머릴 대고 주무실정도로 막내딸로서의 자리 차지하려는 행동에 몸부림을 치셨다.

 

 "내려오셔야겠습니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나는 배다른 동생이 모셔온 엄마의 부음을 듣고서 착잡한 심경에 고향에 들르고, 엄마의 염 수습장면과 화장을 거쳐 뼈가루를 뿌리는 일을 마침으로서  모진 세월속에 살다간 엄마와 반짝 이별을 한다.

 

 하지만 정작 진짜 이별은 그 다음부터_

 

평생을 외삼촌의 살림까지 책임을 지고서 드난살이서 부터 투박한 손이 굽어질 때까지 온갖 모든일을 마다않던 엄마는 배를 곯고 살다시피하고 월사금을 못내 담임으로부터 꾸중을 들으며 자란 내겐 전혀 이해를 할 수없는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도 먹을거리가 부족한 현상에 대해, 그리고 훗 날 외삼촌의 딸인 애숙이 누나를 남몰래 야반도주시킨 일, 권씨네 일가에 빌붙어 음식수발을 해 주던 그 때의 권씨네 모자란 아이와 다니던 유년시절의 아픔과 회상은 15살에 의붓아버지와의 사이좋지 않은 관계, 배 다른 동생의 태어남과 더불어서 권씨 며느리가 자신의 아들과의 사건으로 더 이상 못만나게하자 극에 달하면서 집을 뛰쳐나오게되는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동생의 말로부터 들은 나중의 이야기는 더욱 경원의 가슴을 치게 만든다.

제과점 취직은 남몰래 쭉 지켜봐왔던 엄마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며, 며느리와의 사이도 그렇게 온전한 관계도 아닌것, 손자, 손녀의 관계도 쓸쓸하고, 서울에 온 이상 하루만 머물러 가는 그 행동엔 여전히 호적에 떳떳하게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살고, 그 영향으로 애숙이와 아들마저 버림을 받게된 결과를 초래했단 엄마가 갖고 있는 지울 수 없는 업보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엄마의 행동을 이제사 돌아가신 후에야, 아들은 기억하며,추억하며, 후회의 눈물과 비로소 엄마를 이 세상에서 더 이상은 뵙지 못한단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 사뭇 일반 다른 여성 작가가 쓴 글이 주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맛을 보는 것 보단 더욱 진중한 울림을 준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6.25사변으로 변을 당하고 돌아가신 큰 아들 생각에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 집 뒷 마당에서 꺼이꺼이 우셨다고 한다.

 

 죽은 자식은 가슴에 묻고 간다지만 그런 할머니의 고단한 삶에서도 큰 아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도 엄마는 한 번도 고향집을 떠난 적이 없다.

 

 큰 오빠의 징용때문에 그것을 모면하기위해 자신이 희생된 것치곤 너무나 자신의 삶이 가혹하고 그 영향의 범위가 직접 기르지 못해 외삼촌에 딸로 키우게한 어미로서의 죄책감, 배 곯기를 물 먹듯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을 그래서, 고향에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으로 엄마딴에는 원망도 하고 싶었으리라.

 

그렇기에 그런 한을   한꺼번에  무던히도 무식하리 만치 일에 미치게 살지않았나 싶은 맘이 보여진다.

 

 자신의 죄를 조금이라도 더는 대물림이 되지 않게하기위해 최선을 다한 행동의 결과를 아들인 경원이 비로소 이해를 하기시작하는 여정은 이미 몸은 아들 곁을 떠나고 없으나 그 영혼만은 아들의 곁에 머물러 있길, 그럼으로서 지나온 세월에 대한 미안함과 아들로부터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받고 싶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한다.

 

 예전의 할머니나, 어머니들은 고쟁이 속곳에 작은 별도의 주머니를 만들어서 쌈지돈을 보관하고 하셨다.

 

 어릴 적의 할머니는 손만 넣으면  그 곳에선 돈의 화수분이 되어서 손녀, 손자들에게 주는 기쁨을 누리셨다.

 

책의 엄마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우리네 엄마의 모습이다.

 

그저 말수는 없으셔도 속곳 작은 주머니에서 나오는 그 용돈을 쥐어주는 기쁨을 손자들은 알지도 모른 채 냉큼 받아가는 행동을 보이지만 그런 면 조차도 사랑하는 우리네 엄마의 모습은 내리사랑의 모습과 자식을 어려워하면서도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연약한 엄마인 동시에, 때론 멋에 대한 치기(그것도 치기라고 할 수있을까? 그건 엄연히 여자라면 누리고 살아야 할 모습이었는데도...)라 생각한 한 단면인 빨간 립스틱을 간직한 모습의 포착은 엄마도 역시 여자구나란 생각을, 내내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짐작케한다.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하는 이 "잘가요. 엄마"란 소설은 그런면에서 문단의 유명세를 타고있는 작가의 인생을 되돌아봄과 동시에 용기있는 고백, 그리고 당신 자신이 엄마가 살아온 인생의어느 한 부분의 나이로 접어들면서 느끼는 관조적인 인생의 한 면을 볼 수가 있다.

 

비로소 엄마의 인생을 이해하고 그럼으로서 사나이 눈에 눈물이 (아니 이미 독자는 첫 장면부터가 눈물이 흘러 나오지 않았을까?  )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이  비단 작가의 인생에 해당하는 것 만이 아닌 결코 내 부모만큼은 타 부모들처럼 일찍 이별은 없을거란 안이한 생각에 일침을 가하게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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