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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평점 :
오하이로 영화학과 교수인 해리는 여 제자와의 스캔들로 졸지에 모든 직위를 잃고 아내인 수잔과 딸인 메건의 무시를 등뒤로 하고 쫓기듯 파리에 도착한다.
동료 교수의 추천으로 묶게된 호텔의 직원의 불친절과 감기 몸살로 인해 뜻하지 않게 며칠을 묵게되지만 이마저도 돈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그런 그에게 터키 불법체류자로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던 사람의 도움을 받게되고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그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파리 10구의 이민자들로 가득찬 아파트를 소개받는다.
하지만 그가 어이없게도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서 고국으로 추방당한 사실을 알게 된 해리는 그가 살던 방으로 이사를 가게되고 자신이 꿈꿔오던 소설쓰기과 영화관 찾아서 영화를 보는 것으로 소일을 삼는다.
어느 날 자주 들르던 카페에서 일을 보는 터키 청년으로부터 밤 사이에 건물 경비를 보되 일정의 암호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문을 열어주고 결코 무슨일을 하는지에 대해선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보수도 정확히 받을 수있고 소설도 쓸 시간이 있음을 듣게 된 해리는 그의 요구조건에 응하게된다.
이멜로 딸과의 연락을 알게 된 수잔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해리는 동료교수의 소개로 파리의 사교 살롱에 출입을 하게되고 그 곳에서 50대 초반내지 중반의 아름다운 여인 마지트를 만나게된다.
한 순간에 반한 해리는 그녀와 연락을 주고받게되고 그녀가 정한 일정한 시간 내에 방문을 하게되면서 서로간의 사랑도 하면서 자신의 저간의 사정얘기도 들려주게된다.
그런데 자신에게 불친절했던 호텔 직원이 차 사고로 죽게되고,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던 오마르가 죽게되자 파리 경찰은 해리에게 의심을 던지면서 사건을 해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게된다.
괴로운 심정에 마지트에게 얘기를 하던 해리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경찰에게 마지트의 신분을 말하게되지만, 그녀는 이미 1980년에 자신의 남편과 딸이 죽자 자신도 자살로 마감하면서 죽은 여인이란 사실을 알게되면서 해리는 곤궁에 빠지게된다.
만나기로 한 시간에 그녀의 집으로 간 해리는 그녀의 존재에 대해 추궁을 하게되고 죽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맘 속으로 한때나마 그러길 바랬으면 하고 생각하던 일이 현실에서 마지트가 그렇게 되게끔 움직였단 사실, 그녀의 존재은 이미 현실의 사람이 아님을, 듣게되면서 해리는 그녀의 곁을 떠나길 바라지만 마지트는 오히려 그럼으로써 해리의 주변에 좋은 일은 없을 것이란 말을 하게된다.
그러던 차에 딸 메건이 사고로 인해서 중환자실로 가게 된 사실, 수전과 불륜을 저지른 학장의 포르노 영상 사건이 터지면서 이 모든일이 다시 한 번 마지트의 소행임을, 또 파리경찰로부터 자신의 혐의가 벗겨졌단 사실, 자신이 그 곳에서 전공한 영화학과에 관련된 강의를 하게 된 사실들도 모두 마지트가 행한 일임을 알게 된 해리는 마지트가 원하는 대로 하기로 약속을 하게되면서 딸 메건은 회복이 되고 수잔과의 관계도 회복이 되는 결과를 얻는다.
요술램프 속에 사는 요정 지니는 주인님이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들어주는 만화영화가 있었다.
그 만화영화를 보면서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다 들어주는 지니같은 사람만 있다면 세상 근심없이 살 수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하게됬는데, 이 소설은 마치 해리가 현실속에서 지니를 만난것처럼 자신이 뜻하는 대로 , 비록 사악한 맘에 그렇게하라고 바라지는 않았지만 영혼의 마지트란 묘령의 여인은 실제로 현실에서 이뤄준 이다. (사람이라고 쓰기엔 왠지 유령같은 존재이기에 쓰기가 뭣하다.)
부인이 이미 자신보다 불륜을 저지른 사실도 모른 채 자신이 사랑한 여 제자와의 스캔들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가 자신의 복수를 모두 이루고 죽은 마지트란 여인을 만나면서 겪게되는 이 소설은 해리 자신이 자신의 영혼을 그녀에게 넘기지는 않았지만 섹스를 함으로써 어떤 일말의 자신의 한 부분을 허락했단 의미로도 해석될 수있겠다.
이미 자신의 모든 일거수를 담보로 잡힌 상태에서 벗어나려한 해리에게 마지트는 결코 그것을 용납하지 않은 채 더욱 가혹한 현실의 결정권을 주게 함으로써 결국은 평생 같은 시간대에 잠시나마 이승에서의 만남을 전제로 다시금 관계회복을 하는 여인으로 나오지만 이것을 기반으로 해리는 자신의 소설의 한 모티브로 삼을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작가의 넓은 상상력에 공감을 표하게된다.
전작을 읽어 본 독자라면 선택의 고민없이 집어들게되는 책인 만큼 이번 책도 그렇지만 전작에서 보여지던 분위기와는 조금은 다른 방향선회를 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신선감을 주는 책이다.
“우리는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영화관을 찾지만 사실은 영화관에서도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영화 속에도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탈출하고자 하는 세계를 영화에서 다시 보게 되는 셈이죠” -9p
소설 속의 윗 구절처럼 현실의 괴로움을 도피하고자 잠시나마 상상속의 영화관을 찾는 우리지만 해리처럼 우리도 여전히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현실에 다시 맞부닥치는 생활의 모드로 돌아간다는 점을 생각할 때 어쩌면 해리의 선택이 일순간 조금은 그나마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된다.
예술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화려하기만 할 것 같은 파리라는 도시 안에서도 파리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방인을 생각하는 태도, 특히 터키 이민자들과 아시안인들의 이민자들,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나타내는 대사들은 같은 하늘 아래 달동네, 해동네 있듯이 천자만별의 파리 10구의 지저분한 구역 안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현실적인 삶의 모습과 파리 5구의 파리지엔들이 사는 모습의 비교는 작가의 세심한 필치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정말 마지트란 여인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간절히 원하게될까? 생각하니 손에 꼽아도 넘쳐서 정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