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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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간간이, 직업적인 글쓰기에서 벗어난 청탁에서 뒤로 앉아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고 싶을 때 써 내려간 글 7편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온 이 소설의 제목은 '모르는 여인들'이다.

 

단편이기에 각기 다른 소재의 글에도 불구하고 신경숙 님의 글 곳곳에 따스함이 번진다.

 

1. 세상 끝의 신발

 

 첫 문장부터 신발얘기부터 시작하련다는 말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6.25때  자신의 아버지 목숨을 구한 낙천 아저씨의 신발 사이즈와 아버지의 사이즈가 같은 것으로 시작해 평생을 한 형제처럼 지내다 아저씨의 부고를 듣는 것으로 시작이 된다.

그 아저씨의 딸인 순옥언니를 직장에 가지 못하게 하려한 나는 언니의 신발을 숨기게되고 세월이 흘러서 순옥언니의 평탄치 못한 결혼생활로 야기된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상황, 그 상황에서도 끝까지 딸의 손을 놓치 않으려했던 낙천 아저씨의 생활상이 담담이 그려지면서 자신의 신발을 또한 순옥언니의 딸이 거두어 감으로써 서로 연관이 되어지는 과거, 현재의 일이 주마등처럼 그려진다.

 

2. 화분이 있는 마당

 

 사귄 애인으로부터 일방적인 이별선언을 당한 인터뷰어인 나는 언어장애와 식이장애를 겪는다.

그런 와중에 동료의 이사를 자신의 집 근처에서 하는 것을 도와주게되고 그 집 마당 안에 늘어서있던 나무며 화분을  출장간 동료대신 돌봐주는 사이 묘령의 여인을 만나게되고 그 여인으로부터 식사 대접을 받으며 자신도 모르는 새 병이 고쳐지는 느낌을 받지만 정작 그 여인의 존재 자체는 아예 없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된다.

 

3. 그가 지금 풀숲에서

 

여동생 태희, 아내, 엄마는 죽은지 3년이 흘러서 자동차 운전 전복사고로 나는 풀숲에 누워있는 채 아내의 친정이 있는 거제도로 가던 중 회상에 잠긴다.

 

왜계인손 증후군을 앓고있는 아내-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정도로 남편의 뺨을 때리고 어이없는 돌출행동을 견딜 수없어한 , 이혼을 요구한 아내를 데리러 가는 중에 그는 과거의 아내와의 생활, 어마와의 관계를 생각해내면서 동창이 얘기했듯이 아내가 자신에게 바라는 사항이 말로 표현이 되는 대신 손이 그 뜻으로  표출된 것이 아닌가하는 말을 생각해내고 차후에 자신이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단 생각을 하지만 이미 멀리 야생짐승의 소릴 듣는다.

 

4. 어두워진 후에

 

자살 살해용의자로 몰린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홀로 어느 지방의 절의 일주문 앞에서 매표소 여직원에게 무료입장과 하룻 밤 투숙을 말하게되는 상황이 되지만 여 직원은 아무런 말 없이 자신의 집에 데려가 자신이 봉양하고있는 아픈 어머니, 남매 동생들 건사하는 것을 보면서 비로소 자신의 신발이 닳아있음을, 다시 집에 갈 수있는 용기를 가지면서 그녀에게 고맙단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떠나왔음을 알게된다.

 

5. 성문 앞 보리수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국제 도서전에 간 S는 그 곳에서 재혼해 살고 있는 동창 경을 만나고 같이 투숙을 하게된다.

예전에 같이 술을 마시던 보리수란 곳의 가게에 들르게되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호텔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경은 자신의 첫 결혼생활의 실패한 이유가 그 자신의 젊었던 시절의 짧았던 생각의 후회, 소식이 끊긴 친구 수미에 대한 안부를 묻다가 실은 진정으로 이미 그녀가  이 세상사람이 아님을 느끼고는 있었으나, 서로가 차마 서로에게 진실로 그 얘기를 하지 못했던 일을 떠올리면서 헤어진다.

 S의 손엔 언젠가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뿌릴 정착하고 살게된다면 그 때 같이 키워볼 수있는 백합구근의 꽃 뿌리를 받아든 S가 있다.

 

6. 숨어있는 눈

 

 길가의 고양이를 키우던 A가 가출한 후 그녀의 재혼한 남편으로부터 그녀의 소식을 묻는 것에 내가 그녀로부터 회색고양이를 거두어들인 얘기, 그녀가 고양이를 거두어들이게된 경위들을 들려주는 얘기다.

 

7. 모르는 여인들

 내가 아는 한 아주머니는 마라톤을 하러 일본에 간 사람이다.

 그녀는 남편의 무덤을 찾아가는 길을 걷기 시작하다 어느 날 비가 내리자 뛰기시작하고 그런 것이 하프 마라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마라톤 우먼이 된 사연을 말한다.

 

 다른 여인은 남편이 다리 수술로 인해서 병원에서 번갈아가며 간호 하던 중 첫 애인이었던, 채의 만나자는 편지를 받고 고민에 빠진다.

결국 약속장소에 나간 여인은 채가 건넨 한 권의 공책 속에 그의 부인과 도우미 아주머니간에 주고 받은 살림에 필요한 요구사항의 짧은 메모가 점차 자신들의 속내 얘기로 번지게되는 편지를 읽게되고 이어서 채의 부인이 자신의 병으로 인해서 가족에게 해를 입히고 싶지않아 자취를 감춘 사연을 알게된다.

 

 채는 묻는다.

지금의 부인처럼 그 때의 너도 왜 나를 피했느냐고?

여인은 그가 몰랐을거라고 살아왔던 그 이후의 삶이 실은 채가 자신이 그를 버리고 군중 속으로 도망쳐가는 모습을 봤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게되고, 그 이유는 그의 군화 신발 때문임을 알게된다.

 

모두 각기 다른 구성이 이야기들이지만 누구나 느낄 수있고 공감 할수 있는 이야기들이 수록이 되어있다.

 

낙천 아저씨와 아버지의 인생고락의 의미은 인생의 잔잔함 속에 스미는 고독과 이별을,  자신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내가 신비의 여인이 차려준 밥상을 대하고 병을 고친 이야기는 마법적이지만 어떻게보면 인간의 내면에 깃든 현대인들의 고독한 심상을 다독여주면서 치유해나가는 따뜻함이 깃들어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에게 선뜻 방을 내주고 밥을 차려준 매표소 여직원의 행동은 기실 어떤 자비행위내지 종교적인 신비감마저 주지만 그 여인의 집에 있는 우물을 봄으로써 그토록 우물을 만들고자 했던 죽은엄마의 생각으로 다시금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인 한 남자의 하룻밤 이야기, 고양이를 주제로 A와 나의 관계, 재혼남에 대한 관계, 그리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저 제목 그 자체로 쓰인 모르는여인들의 이야기는 누구나 겪을 수있고 듣게되는 우리네 삶의 정취를 그려내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느끼는 인생에 대한 철학, 이제는 유행노래를 제대로 따라부르지 못한단 사실로서 내가 즐긴 시대의 노래가 이젠 과거의 노래로 되어버리는 현실성을 드러낸 글귀는 자뭇 심성을 울리고도 남는다.

 

 가장 잊지못할 구절들은 바로 신경숙님만의 밥상표현이다.

 

 구수한 된장에 아욱을 넣어서 끊여낸 국, 깻잎, 멸치, 갖은 반찬들의 묘사는 평소에 보는 반찬이라도 글 속에 표현대로 따르자면 그저 군침이 절로돌게하는 매력의 글 솜씨가 두드러져보인다.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그의 작품세계속엔 분명 알게모르게 맛깔스런 음식의 향연이 있고 우리 주위엔 연결된 사람들이 있으며,  그럼으로해서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주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총 7편의 단편이지만 같이 연계를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내용이 연결이 되어있고 그것은  동떨어진 주제를 가진 글이 전혀 어색함이 없단 느낌 하나만으로도 바로 신경숙 님표의 소설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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