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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속삭인다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사십 대의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인 파스칼린은 결혼 생활 15년의 종지부를 찍고 지금은 전 남편이 된 프레데릭과 헤어져 홀로서기에 필요한 집을 장만했다.
정말 한 순간에 맘에 쏙 드는 집이었다.
회사 동료인 엘리자베트가 도와주는 가운데 이상하게도 오한, 더부룩함,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느끼지만 새 집에 적응이 안되려니 하고 첫 밤을 맞는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계속되고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으로부터 그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1992년 안나라는 여인이 살해된 것을 시작으로 6명의 여자가 같은 연쇄살인범에게 강간에 이은 살해를 당했단 사실을 알고 경악을 하게된다.
이후부터 컴에서 당시의 자료을 추적해나가면서 그녀들이 죽음을 맞이한 장소를 차례대로 찾아가는 순례를 하게되고 이는 친정엄마로부터 어릴 적 그녀 자신은 모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고통을 호소한 경험이 있단 말을 듣게된다.
그녀 자신은 이미 자신의 딸이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보지도 못한 채 어느 날 친정엄마과 영화를 보고 집에 들른 그 순간 남편이 봐 주기로했던 아이가 돌연사했단 사실과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자신의 자식을 보는 슬픔을 가진 여자였다.
그 후 남편이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돌봤단 사실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원망으로 변하게되고 이는 서로간의 불신, 거짓말하기,외도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파국에 이르게되고 프레데릭은 미모의 여인과 만남을 하면서 이미 그녀의 뱃속엔 새 생명인 여아가 자라고 있음을 알게된다.
사건의 피해자인 7명의 여인들이 모두 자신의 딸이 살아있다면 비슷한 또래일 것이란 생각부터 시작해 자신이 그려보는 딸의 미래, 엄마란 소리를 들어보지도 못한 채 이별을 맞아야했던 자신의 슬픔, 연쇄살인범이 탈옥을 시도하다 다시 독방에 수감됬단 사실을 방송에서 접하면서 이미 자신의 딸을 그에게서 잃은 한 엄마의 절규에 찬 목소릴 듣게 되면서 파스칼린은 정작 죄를 지은 연쇄살인범도 감옥에 갇혀있는데, 사랑하는 둘 만의 결실인 자식을 앞세운 책임이 있는 프레데릭이란 전 남편이란 자는 전원의 주택에서 제 2의 부인을 맞아 행복한 결혼 생활을 준비하고 있단 생각에 울분을 감출 수가 없음을 느끼게된다.
공간이 주는 특별함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웬지 처음 장소에 들어선 순간 그것이 주는 익숙함 내지는 서투름을 종종 느낄 때가 있다.
이 소설도 그 연장선에서 시작이 된다고 볼 수가있다.
자식을 잃고서 삶에 지친 부부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파스칼린이란 여인은 자신이 새로 입주한 집에서 느끼는 벽이 주는 어떠한 괴기한 느낌으로부터 출발해서 오로지 상상속의 피해를 입은 7명의 여인들의 삶을 쫓고 연쇄살인범의 성장과정을 추적해가는 집요함을 보인다.
읽다보면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남편을 원망하면서도 그의 체취를 그리워하는 ,아직은 확실한 홀로서기준비가 미흡한 면을 보이는 연약한 여인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죽은 자식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여정은 그녀 자신이 아직도 자식의 죽음을 인정하고 있지않았단 안타까움과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생각하면서 함께 겪을 수있는 여러가지 생활의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에서 뭐라 말 할수없는 위로의 심정을 건네고 싶어진다.
왜 굳이 새로 이사온 집을 나왔으면 됬지 죽은 여인들의 사고현장에 가서 흰 장미를 건네놓고 오는 행위를 반복하는지에 대한 안타까운 행동은 결국 그것이 그녀 자신의 깊이 내재된 자식 잃은 엄마로서의 공통된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단 점, 그러는 사이 죄의 무게는 다르지만 연쇄살인범의 정당한 처벌에 비해 버젖이 태어날 여아를 기다리고 있는 행복한 모습을 짓고있었던 프레데릭의 모습을 용서치 못하는 엄마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극적인 행동을 보여주고있진 않지만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스릴러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을 하고 엘리자베트의 차를 타고 내린 프레데릭의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면서 미소를 짓고 서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작가는 그녀가 어떤 행동을 했단 결말을 보여주고 있진 않지만 이 소설의 모태가 되서 나온 다른 소설처럼 이 소설의 흐름속엔 딸을 잃은 엄마들의 고통과 유태인들을 강제 수용했던 벨라통가의 사건들을 덧붙임으로서 긴박한 흐름의 긴장을 놓치지 않는 점이 두드러져 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