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트의 만찬 (양장)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1. 바베트의 만찬

 

노르웨이의 베를레보그의 자매인 마르티네와 필리파는 청교도적인 목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를 대신해서 검소, 청렴, 소박한 생활을 영위해 나가며 그 마을에 자선을 베풀며 살아간다.

 

아름다움 미모를 갖고 태어난 마르티네가 18살 되던 해 로렌스 로벤히엘름이란 장교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아버지로부터 고모가 있는 곳으로 가 자숙하란 말에 가게되고 거기서 얼마 안떨어진 곳에 그녀들이 있는 집으로 파티를 가게되면서 마르티네를 만나게된다.

 

첫 눈에 반한 상대이지만 그녀의 청순하고 깨끗함, 자신에 비해 너무나도 정화된 세계에 살고 있던 그녀를 보면서 차마 고백을 하지 못하다가 마지막 떠나면서 "영원한 작별이오!" 란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 후 그는 궁녀와 결혼, 사교계에 만족하면서 나름대로의 삶을 영위해 나가지만 때론 마르티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떠올리곤한다.

 

둘째 필리파, 또한 파리의 유명 오페라 가수인 아실 파팽을 만나면서 그녀의 타고난 목소리 재능을 눈여겨보고 사랑을 느끼면서 노랠 가르치는 아실 곁에서 같이 노래도 부르지만 아실의 권유에 따른 세속적인 유명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다 거절하고 자신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던 15년의 세월이 흐른 후 아실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되고 사연인즉 바베트란 프랑스 여인이 고국의 혼란한 정세를 빠져나와 홀홀단신으로 남게됬다며 그녀를 거두어 줄 것을 부탁한다.

쓰러질듯 방문한 프랑스 여인과 동거하면서  자매들은 그녀가 요리를 하는 가운데 자신이 복권에 당첨됬다는 사실, 그러면서 그녀의 부탁은 자신이 직접 음식을 차리고 싶다며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단 말을 하게된다.

이에 승낙한 두 자매는 로렌스의 방문, 마을 사람들의 초대, 거북바다의 실체를 보고서도 아무말 못한 채 끙끙거렸지만 요리가 나오는 모든 것들이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새롭게 감동시키고 로렌스 대령 또한 프랑스에서 익히 알고있던 '캉유 엄사르코파주"란 유명한 음식을 맛보면서 그녀가 당대 최고의 여자 요리사가 요리한 음식임을 말하게되고 극찬을 한다.  

 

모든 사람들이 떠난 후 자매는 바베트에게 음식값으로 모두 얼마가 들었냐고 묻게되고, 바베트는 복권으로 탄 모든 돈이 음식으로 차린데에 쏟아부었다고 말한다.

자신은 더 이상 부자도 아니며, 더 이상 갈 곳도 없는 신세가 됬다며 프랑스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2.폭풍우

 

쇠렌센은 나이든 배우이자 연출가-

셰익스피어의 폭풍우에 자신이 직접 역을 맡기로 하고 요정공기 역할을 할 에어리얼을 찾다가 무명의 신인여배우 말리를 발탁하게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배가 난파당하면서 자신을 태어나게 하고 소식이 끊긴 상태로 그녀의 미모는 특별함이 있었다.

크리스안산에서  폭풍우 공연을 하러 배를 타고 가던 중 배가 파도를 만나 위험에 처하자 그녀는 앞장서서 사람들을 구하게 되고 배의 선주인인 요쿰 호세방켈의 안내로 그의 집에 머물게된다.

그의 아들인 아른트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약속하게 되지만 그가 사업차 잠시 마을을 떠난 사이 그녀와 함께 배에서 위험을 무릅썼던 선원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비로소 자신이 폭풍우를 맞서서 싸운것은 실제의 상황에서 보여진 용기가 아니라 이미 자신이 맡고 있던 에어리얼의 역할에 충실한 나머지 두려움조차 느끼지 못한 상태로 역할에 몰입해서 나온 결과임을 깨닫게 된다.

아른트를 사랑하지만 이내 자신에 대한 상황을 느껴가면서 결국 그의 곁을 떠나게 된다.

 

3.불멸의 이야기

 

1860년대 동료조차도 배신하고 돈을 모은 영국인 클레이는 광둥성에서 부자가 된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 통풍이 일자 엘리스 루이스란 직원을 집으로 불러 장부를 읽게 하다가 그마저 모두 읽게되고 읽을 거리가 떨어지자 선원들이 하는 5기니벌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가 실제로 그런 일을 해 보자고 결심, 선원과 아가씨를 섭외하게된다.

 

아가씨는 자신이 배신했던 사람의 딸. 그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그녀는 복수를 위해서 돈을 받고 하룻밤을 모르는 선원과 동침한단 계약을 하게된다.

선원은 바로 얼마까지만 해도 배가 난파되어 홀로 섬에 있다가 구출이 된 사람-

밤에 두 남녀는 클레이의 계획대로 자게 되지만 선원이 순수성과 진심어린 자신의 계획을 듣게 된 그녀는 괴로워하게되고 그, 즉 폴이 떠나가는 것을 보게된다.

떠나는 폴은 자신이 고립된 섬에서 모았던 것 중 조개껍데기를 엘리스에게 주고 떠나고 엘리스는 어디선가 그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음을 느낀다.

 

4. 진주조개잡이

 

사우페는 이란 시라즈에서 신학을 공부한 청년으로 인간을 위해 날개를 만들기로 결심, 새와 생활을 하던 중 그 사실은 대신 미르자에게 들어가게 되고 미르자는 무희 투무스에게 접근, 그 자신이 믿는 존재처럼 보여서 그의 생각이 헛됨을 알리고자 계획하게 되지만 투무스는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 사실을 고백하며서 사우페는 떠나게 된다.

 

 얼마후 유명한 진주조개잡이가 있단 소릴 듣게된 이야기꾼(여기선 실제 이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사람) 마라자마는 그를 찾아 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게되면서 그가 사우페임을 또 그가 겪은 거북복어의 말을 통해서 평온을 찾은 경위를 들어보게된다.

 

"결국 인간은 시간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겁을 먹고 과거와 미래 사이는 끊임없이 오가며 균형을 잃고 말아요. 수중세계에 살고있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녹아있는 말은 바로 '지금이 지나간 자리는 망각의 심연' 이라는 말이지요." -P297

 

5. 반지

 

부모의 반대에도 시기스문은 24살. 로비사(리세라 불림)는 19살에 결혼한 신혼부부다.

양목장을 둘러보다 양을 죽이는 사람을 놓친것을 듣게 된 시기스문은 그 문제와 관련해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리세 먼저 돌아가라 하지만 리세는 남편을 당혹시키기 위해 예전에 알아두었던 사람의 인적이 드문 비밀의 장소로 잠시 몸을 숨기기로 하고 그 곳을 기억에 의지한 채 더듬어 찾아들어간다.

 

하지만 이미 그 곳은 타인이 점령한 상태-

바로 사람들이 찾고자 했던 범인이었으며, 그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결혼반지를 빼어 주고 이 곳을 떠나라고 하지만 그는 반지는 내버려둔 채 그 곳을 떠난다.

시기스문이 찾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 앞에 나타나지만 그녀는 그에게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말하고 그녀는 그 반지를 잃어버림으로써   , 이는 곧 가난, 핍박, 외로움과 맺어졌음을 깨닫는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시기스문은 그녀가 자기가 준 반지를 잃어버린 것에 마음을 쓰는 그녀가 가슴에 와 닿음을 깨닫는다.

 

원 제목이 운명의 일화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 책을 집어든 까닭은 만찬이란 것이 붙어서이다.

만찬~

얼마나 푸짐한 느낌을 주는 말인가?

아무리 상황이 험악한 상태가 와도, 서로간의 의견이 반목이 되어있는 심리가 되도 일단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마음은 유연해지고 일말의 여유를 가지게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작픔들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의 첫 제목인 바베트란 프랑스 여인의 기구한 운명, 내란으로 인해서 남편과 자식을 잃고 모든 것이 떠난 상태인 , 유명한 요리사였던 그녀가 청렴하고 근검절약에 배인 두 노쳐녀들과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삶의 행복은 마지막 그녀의 전 재산을 쏟아부어 만든 만찬에서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볼 수있다.

 

아무리 유명한 권력자라도 일단 자신이 손 안에 들어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서 오히려 그들의 입맛을 쥐었던 여인이 자신의 조국을 등지고 타국에서 두 노처녀들과 동거에 들어갔을 때의 심정은 참으로 비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녀들의 삶의 철학에 동조하면서 자신의 솜씨를 한 번에 드러낸 그녀의 마음씨, 세상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한 만찬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는 진정한 인간미 넘치는 향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영화로도 이미 나왔다고 하는데, 사실 보진 못하고 이 책을 먼저 읽은 상태라 영화의 화려한 음식 이미지가 책 속에 나오는 음식의 이미지와 얼마큼 부합되어 있는지는 알 순 없지만 일단은 첫 장에서부터 작가의 북구유럽 특유의 설국에서 벌어지는 일반 사람들의 행복을 비추어 글을 써내려나가는 데에 솜씨가 뛰어남을 느낄 수가 있다.

 

 그 외에도 연극속에 자신의 이미지의 몰입이 지나쳐 실제의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연극을 하고 있다는 느낌에 실제의 일을 마무리하다 비로소 두려움을 느끼게되는 말리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는 가슴을 울린다.

 

선원들의 허구이야기를 실제로 만들어보려했던 클레이의 부의 사치를 누리려는 야망, 거북복어의 말을 통해서 풀어낸 작가의 인생관이랄까, 삶에서 묻어나온 철학적인 짧은 대화는 깊은 인상을 준다. 

 

작가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실제  주인공이자 글을 쓴 사람이라고해서 집어들었던 책은 그녀만의 인생 자체가 드라마틱하다고 해야할 정도로 살아온 그녀의 이력은 글을 풀어 쓴 솜씨에서 그 위력이 더 없이 나타나고 있다.

 

헤밍웨이, 카뮈에 의해서 노벨문학상에 오르지 못하고 매독에 의해 수술 후유증에 따른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했단 사실이 그녀의 인생이 더 극적이다 싶게 살아간 점도 간과할 수가 없을 만큼 남지만 뭣보다 글의 흐름이 일반 독자들에게 책을 읽고 있단 느낌이 들지 않게 그저 간단한 옛 이야기 한편을 들려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자연스런 글 흐름이 눈에 뛴다.

 

북구의 나라에서 이런 글 재주를 가졌던, 사랑에 정열적이고 사업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 당시의 시대상으론 여장부 기질을 보였던 그녀가 이런 섬세하고 다양한 소재로 글을 썼단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각 단편들 모두 하나하나가 재밌고 옆에 두고두고 다시 읽어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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