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6일 - 유괴, 감금, 노예생활 그리고 8년 만에 되찾은 자유
나타샤 캄푸쉬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제빵사인 아빠와 재혼한 엄마 사이에서 나타샤는 태어났다.  

가정에 충실치 못한 채 아빠와 엄마는 부부싸움이 잦았고 그녀가 5살 되던 해 아빠는 집을 나가고 엄마와 살게되면서 때때로 엄마의 무차별 공격성 언어폭력과 뺨을 맞는 폭력을 당하면서 살게된다.  

 유치원에 입학하고서도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강박증과야뇨증에 시달리고  외로움을 달래려고 폭식, 나이에 비해 뚱뚱한 몸을 가지게된다.  

 어느 날 아침 유치원에 가려고 집을 나설 때 전 날 엄마와 다툰 기억때문에 엄마에게 다녀오겠단 인사도 없이 "무슨 일이 있겠어?" 란 생각에 집을 나선 것이 8년의 세월을 거쳐 귀향을 하게된다.  

 집을 나서면서 집 근처 하얀 색의 차량에 검은 선팅을 한 차 옆에 서 있던 남자에 의해 납치- 

이후 그의 집 차고 밑에 있는 2.7m의 길이, 1.8m의 넓이, 2.4m의 높이를 지닌 지하에 갇혀있는 삶을 살게되면서 그녀의 10살의 인생부터 8년이란 시간은 온전히 그와의 만남과 생활뿐이었다.  

 캄캄한 방에 갇힌 그녀는 온갖 악을 쓰고 행동을 보이고 부모에게 편지를 써서 그에게 전달해달란 부탁도 해보지만 번번이 그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너의 부모는 네가 돌아오길 바라지 않으며 사랑하지 않는단 말을 듣는 것 뿐이었다.  

 온전히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기위해 달력과 시계를 부탁하고 벽에 자신의 방과 똑같은 그림을 그려넣고 가족의 가계도를 그려넣음으로써 언젠가 탈출할 꿈을 갖고 살아가게된다.  

 하지만 이중, 삼중으로 닫힌 철저한 그의 잠근장치와 문으로 인해서 갇혀있던 2년 후 정원에 나서게 된 그녀는 탈출이 불가능함을 처절히 느끼고 절망한다.  

그의 계획된 외부차단의 수단으로 시간타임머에 의한 전기 끊기, 먹을 것을 통한 굶주림에 허덕이는 현상에 기대어 자신에게 복종하길 원하는 계획, 체코 방송어만 들을 수 있게하는 라디오듣기 허용등을 통해서 그녀는 서서히 자신의 온전한 삶을 빼앗은 사람으로부터 때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사람으로 변하는 그의 변화에 적응하는 생활을 하게된다.  

소녀에서 어린 숙녀로서 변화되는 신체적인 변화기도, 목욕도 모두 그의 앞에서 치러져야 했던 그녀의 삶은 이후 반라의 옷차림으로 그의 지시에 의해서 집 보수공사나 청소, 음식만들기에 노동을 부여했으며, 맘에 들지 않을시엔 가차없는 육체적인 무력행사와 폭력을 당하는 삶의 연속을 보이게된다.  

그녀의 삶이 간간이 자신에게 수긍하는 삶을 산다고 생각한 범인은 이전보단 자유로운, 그러나 철저한 자신 곁에 두고서 감시를 한 채로 쇼핑이나 다른 지역의 집 보수공사에 그녀를 동참시키게되고 그녀는 몇 번의 기회를 이용해서 탈출기회를 잡지만 기억된 저장고엔 자신으로 인해 타인들의삶이 일순간 없어진다는 범인의 세뇌에 절로 포기를 하게된다.

그러던 어느 날 18살의 생일을 맞고 자신이 어릴 적부터 생각해 오던 독립된 생활을 실현시킨단 생각으로 무장하던 때, 마침 범인은 자신의 차량안을 청소하게되고 이어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는 정원의 문을 열고 자유를 얻는다.  

3096일 - 계산해 보니 8년하고 반 개월이 채 못되는 세월이다.  

10살에 유괴되어 18살의 숙녀가 되어 돌아온 그녀의 자신이 겪은 일을 담담이 고백한 책으로 다시금 그 당시의 사건을 떠올리게한다.  

 신문에서 탈출했단 기사를 접하고 이런 기막힌 일이 실제로도 존재하는 사실 앞에서 우선은 그녀의 강한 살고자하는 욕구와 그녀를 지탱했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나 하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흔히 말하는 스톡홀름신드롬이라고 사람들이 그녀가 탈출 한 후에 이름을 붙었지만 이에 대해선 그녀는 강한 거절을 표현한다.  

자신은 이 신드롬에 의해 걸린 사람도 아닌 오직 철저하게 살고자하는 방편에서 그의 생과 같이 했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시기를 모두 그와 함께 했음을, 그는 자신을 납치한 유괴범이지만 때론 자신의 생을 이어가게 해 준 사람임을 말한다.  

즉 그 사람을 연민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을 향해 한 발 다가가기 위해 애썼던 일에 대해 당당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걸음이 내 생명을 구했기 때문이다.-P91 의 내용처럼 그녀는 철저하게 그를 부인하지 않는다. 

엄마와 살던 집에서 고작 1.8km요, 차로는 25분 정도면 되는 거리에 살고 있었던 그 세월동안 그녀가 온전히 정신을 잃지않고, 물론 때로는 자살의 시도를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강한 정신은 아마도 위의 문구처럼 그와 살면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자 했던, 너무도 어린아이라고 보기엔 철들어버린 불우한 감정의 아이를 보는 것 같아서 안쓰러움마저 느끼게된다.  

 범인의 이름은 볼프강 프리크로필. 35세 . 한 때는 지멘스 전기통신회사의 직원으로 일한 그는 엄마의 절대적인 사랑과 자신의 나약한 인성, 그로 인해서 자신의 지시를 순종적으로 따르는 한 인간이 필요했고 그런 그에게서 그녀는 사랑과 인정을 향한 욕구, 권력과 억압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끼는 한 인간임을 느끼며 살아가는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시도때도 없이 던지는 말과 육탄공세, 삭발된 머리 , 극에 달하는 굶주림에 의한 고통을 그대로 내보이며 살아간 이야기는 탈출 후에 세상사람들이 자신에게 보이는 잣대의 기준에도 거부의 의사를 밝힌다.  

 세상은 악과 선 , 둘로만 나뉜세계가 아니란 말이다.   

범인의 양면성을 보아온 그녀에겐 이 말이 현실적인 말이 아닌가 하는 일말의 수긍이 어느정도 가게 하는 것은 범인의 편집증적인 행동과 말 외에도 때론 자신과 놀아주고 같이 컴퓨터 게임도 해주는 행동의 양식엔 온전히 악만 있다고는  볼 수없는 천사의 선의의 마음도 지니고 있다는 주장엔 누구나 단정지어서 해결을 내려는 보통사람들의 기대치를 무너뜨리게한다.    

***** 범인에게 인간적인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질병이 아니다. 

범죄라는 틀 속에서 누에처럼 정상의  고치를 지으려고 하는 것은 신드롬이 아니다.  

그와 반대로 그것은 벗어날 수없는 상황속에서 붙잡을 수 있는 하나의 생존전략이며 범인들은 극악무도한 야수로, 희생자들을 힘없는 어린 양으로 무의미하게 카테고리화 시킨 채 사회는 한 발짝 물러나 있고 싶어하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훨씬 현실적이다. -P185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오는 보이지않는 무언의 이런 해결책을 내리려는 사람들과의 소통의 애로점, 그래서 갇혀있을 때의 두려움과 고통과는 또 다른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간의 대화에서 오는 원치않는 과정에서의 심기불편함을 솔직히 내보이고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도리어 우리가 생각한 틀대로 정해진 것만이 과연 옳고 그름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한다.   

범인이  자살로 삶을 마감함으로써 유괴의 이유는 묻혀졌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묻고싶었던 , 왜 하필이면 나였는지, 그저 아무나 걸려든 것이 너란 말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다는 말을 듣고싶은 한 소녀의 간절한 ,  즉 자신 스스로가 너무나도 강렬히 원한 삶에 대한 범인의 답으로 하여금 그나마도 살아갈 이유가 있었단 사실을 알고 싶은 한 소녀의 고백이 정말로 아련함을 준다.  

다시금 돌아온 그녀의 침대와 벽에 그려진 그림을 봄으로써 집에 돌아왔지만 예전의 10살 소녀가 아닌 18살의 숙녀가 되어서 맞이한 그 날의 표현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못배운 교육과 친구 사귀기, 무사히 졸업을 마친 상태인 그녀의 앞 날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삶의 형태로 살아갈 것임을 의심하지 않게한 책이요, 그녀에게 모든 악몽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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