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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양장)
김려령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7 년전 태희는 오명랑이란 이름으로 동화작가로 등단한다.
온 가족의 축하와 자신도 곧 유명작가의 대열에 낄 것이란 희망은 이렇다할 인기작품을 내놓지 못하자 식구들의 눈치가 보이고 내친김에 이야기 공부방을 개설하고 아이들 모집에 나선다.
잘 듣는 아이가 말도 잘한다.
선착순 소수 정예모집!
1개월 무료수강!
-동화작가 오명랑의 이야기 듣기교실-
하지만 정작 모인 학생은 총 3명
영어학원 가기 싫어서 여 동생을 데리고 온 5 학년 종원이, 그리고 여동생 1학년인 소원이, 같은 학년이지만 반은 다른 5학년 나경이-
이 세 명 앞에서 명랑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시작할까 하다가 세상의 그 누구에게도 발표한 적이 없는 건널목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리랑 아파트 후문을 거쳐서 가면 바로 초등학교가 나온다.
이 길엔 신호등도, 건널목도 없이 그냥 아이들이 대충 차가 오지 않으면 건너가기 일쑤다.
어느 날 이 아파트에 살고있는 쌍둥이 형제가 길을 건너다가 머리에 이상한 모자를 쓰고 있는 아저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길을 건너게된다.
그런데 이 아저씨의 머리에 있는 모자가 이상하다. 앞 뒤는 빨간색, 양 옆엔 초록색 동그라미가 그려져있고 길을 건널때를 대비에 어깨에 메고있던 카페트를 펼치자 그 카페트엔 하얀 줄이 그어져 있는 영락없는 건널목 표시가 된다.
멀리서 보고 운전하던 차들도 그 표시를 알아보고 이런 일이 계속되자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할머니, (즉 복숭아를 건널목씨에게 준 인연으로 복숭아 할머니라 불린다. ), 마을 부녀회장, 그리고 경비원 아저씨의 성원에 힘입어 기존에 살던 팔각정이 있는 고물상 집 옆방에 살던 곳에서 빈 경비실에서 지내게된다.
성실한 모습과 어린이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쏟는 그에게 어느 날 1502호에 살고 있는 도희란 어린이가 부모가 싸움을 하는 것을 피해 밖에 있는 것을 보고 경비실에 있게 하고 이후부터 건널목씨가 알고 있는 태석이와 태희란 어린이 살고 있는 집을 같이 방문하게 된다.
태희 아빠와 일로서 만나다가 태희네 아빠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돈을 벌러 나간 엄마로부터도 연락이 끊긴 상태인 그 남매들에게 건널목씨는 기름이며 음식등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이런 인연으로 6학년이던 도희는 자연히 그 아이들과 친하게 되고 그런 일이 계속 이어지던 어느 날 도희네는 친할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하게되면서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헤어지게 된다.
그 사이에 태희 엄마는 남편의 죽음도 모른 채 일하다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오게되고 아이들로부터 전후 사정을 알게 된 후 건널목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려했지만 이미 건널목씨는 또 다른 곳으로 떠난 후였다.
참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접했다.
이미 어린이용으로 나왔다고 하던데, 이번 책은 어른들도 읽을 수 있게 양장용으로 나온 것이란다.
자신의 어린 쌍둥이들과 부인을 사고로 하늘로 보내고 자신의 아이를 생각하며 같은 또래의 아리랑 아파트의 쌍둥이들에게 신경을 써 줬던 건널목씨는 도희란 어린이의 상처를 들어주고 보듬어주면서 또 다른 가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던 태석 남매에게도 그 누구도 할 수없는 온정을 베풀어준다.
명랑이 스스로 할쉽게 할 수없었던 ,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아이들에게 풀어놓음으로서 엄마에 대한 서운함과 고마운 감정의 화해를 표현하는 계기가 되고, 도희와 계속 이어온 인연은 새언니란 자리로 한 식구가 되는 경위를 알려준다.
어려울 때 단 한마디!
나 힘들어요. 좀 도와주세요! 라고 말 할때 건널목씨처럼 어느 것 하나 바라지않고 묵묵히 자신이 할 수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은 사람일 것이란 생각이든다.
많은 걸 잃고도 많은 걸 주고 간 건널목씨란 표현이 정말 가슴을 울렸다.
세상에 워낙에 무서운 일도 많이 일어나고 슬픈일도 많다보니 웬만한 사건엔 매마른 감정이 되었다는 내 심장에 이 어른을 위한 동화같은 한 편의 이야기는 아직도 식지않은 감성이 남아있었구나 하는 감사의 마음을 갖게했다.
어딘가에서 또 다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고 다시금 그들에게 안전한 건널목이 되어주려 길을 떠난 건널목씨같은 사람이 우리들 곁에도 항시 있었음 하는 욕심이 생기게하는 책이었다.
소중한 작은 씨앗이 서서히 뿌릴 잡고 그 뿌리가 줄기가되어 자신이 해 온 일에 대한 같은 심정으로 행동을 옮기는 태석의 행동에도 미소가 방긋지어진다.
어린 가슴에 엄마가 필요로 할 때 없었던 엄마의 존재를 엄마 나름대로의 사연을 듣게 된 명랑이가 이 이야기를 마치고 맘에 담아두었던 , 말을 내뱉음으로써 건널목씨는 또 하나의 선물을 주고 간 셈이다.
지금 혹시 책에 나와있는 모습의 이런 분을 보신분이 계신지?
그렇다면 소리없는 응원과(왜냐면 아저씨는 뭘 바라고 한 일이 아니기에 부담을 느낄 것이 확실하니까...) 태희와 태석이, 도희, 그리고 아리랑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다고...
부담갖지 마시고 한 번쯤 꼭 들러서 어여쁘게 자란 우리들 모습을 보러오시라고....
꼭! 좀 전해주세요!!!
이렇게 외치고 싶지 않았을까?
참! 그리고 이 글을 읽었던 독자들에게도 그 잘생긴 (필시 이런 일을 하신 분들은 미남일 것이란 확신이 든다.) 얼굴도 보여주시는 기회를 주시면 더욱 감사하구요~
어쩌면 성인 문학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글을 쓴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읽은 내내 도희,태석,태희,종원,소원,나경이의 맘 속을 어쩌면 작가는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잘 풀어쓴 솜씨가 정말 궁금할 정도다. (아울러 새삼 부러움 반, 질투 반도 느낀다. )
완득이 때와는 또 다른 시선으로 우리들의 감성을 적신 이 짧지만 한 편의 소중한 감동을 주는 드라마 같은 소설에 여운이 내내 가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