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아버지 게이코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 사토코에겐 사이가 좋지 않은 여동생 유키코가 있다. 

돌아가신 시어머닌 시아버지에겐 두 번째 부인이었고 교편을 잡고 있던 시어머닌 자신의 제자인 다케히코를 동생에게 중매를 해서 결혼까지 한 사이다.  

어릴 적부터 자유분방한 삶이 지나친 나머지 그녀 행동에 대해서 탐탐치않게 생각하던 사토코는 문화센터에서 하는 강좌를 듣는다며 유키코는 자신의 딸 나오코를 맡긴다. 

마침 치과에 가려던 차에 시아버지와 조카딸을 남겨두고 치과에서 일을 보고 온 사이 조카딸이 없어진것을 알게되고 시어머니가 죽은 후부터 치매 현상을 보이던 시아버지로부터 마당 능소화나무 밑에 묻혀있단 소릴 듣게된다.  

 현장에 가보니 틀림없는 나오코의 시신이 있었고 이 때부터 7명의 고백형식으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나가는 과정이 이어진다.  

 결혼식 후부터 유키코의 알 수없는 바람벽을 알고 그 현장까지 갔다가 차마 볼 수없어 되돌아왔단 말을 고백하는 제부인 다케히코- 

이후 그녀가 타고 있던 특급열차 앞에서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알 수없는 목소리의 저지로 빠져나온 얘기, 상대를 갈아가면서 바람을 피우는 그녀의 얘기를 처형에게 한다.  

 사토코 또한 여동생의 딸을 보면서 웬지 알 수없는 미움을 느끼고 동생이 맡기러오는 날이면 동생도 시아버지 보기를 꺼려하면서도 그 집에 드나들고 그런 동생이 못마땅하면서도 소리없이 조카를 돌봤던 자신의 내면의 고백, 지나가는 말로도 시아버지가 헛소리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 부응해 나오코를 혼내주란 말로 응수했던 자신의 본심 밑바닥 속엔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힘에 부친 시아버지 봉양문제에 있어서 냉담한 성격을 가진 남편에게 조차 상의하지 않고 남들이 보기에 여지없이 행복한, 훌륭한 며느리의 행세를 하려한 허영심이 있음을 알게된다.  

나오코가 언니의 집에 있던 그 시각- 

 문화센터에서 만난 대학생 히라타와 불륜의 일을 하던 유키코는 이상한 마음이 들어서 하라타에게 언니의 집 약도를 그려주면서 나오코를 데려오려했지만 히라타는 종이를 잃어버린 바람에 도로 와야만 했던 얘기를 들려주면서 저녁이 되도록 연락을 끊고 둘 만의 시간을 가지는 비 이성적인 면을 보인다.  

그녀의 맘 속에 내재되있던 언니에 대한 불만- 

언니가 가진 것이라면 뭐든지 빼앗아서 언니의 불행을 보고 싶단 맘에 형부와 저지른 불륜- 

결혼 후에도 계속된 만남에 나오코를 낳았지만 철저히 다케히코의 딸로 키웠던 시간들 속에 자신도 모르게 나오코를 사랑하면서도 귀찮아진 심정이 고백에서 드러나고 형부가 경찰서로 간단 말을 듣게되면서도 끝까지 형부는 자신을 사랑해서 자신이 저질렀을 것이란 생각에 보호하고자 경찰서에 간것이라고 언니에게 못을 박는다.  

아들이자 남편인 류스케는 자신의 딸인 나오코를 묻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온전한 생각으로 말했을 것이란 말을 듣고 스스로 경찰서에 가려한 점, 아내가 몰랐길 바랬지만 자신과 처제간의 불륜의 씨앗인 나오코의 존재를 알았을 때의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의 이중성을 내비치는 냉혈함을 보인다.  

막바지 전쟁으로 치달은 때에 차출되 남태평양 섬에 가게된 시아버지는 떠나는 열차에서 부인과 딸의 배웅을 받지만 떠나는 순간 부인으로 부터 딸이 자신의 딸이 아니란 말을 듣고 전장에서 배신감에 치를 떨던 중 그 곳 섬에서 자신의 딸과 같은 또래의 소녀를 죽이는 우를 범하고 괴로워하면서 지낸 세월 탓에 전쟁이 끝난 후 부인과 딸이 폭격으로 사망한 뒤 다시 재혼을 했지만 여전히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을 하는 노인으로 나온다.  

사토코의 딸 가요는 사촌인 나오코가 올 때마다 주위사람들에게 비교당하는 것이 싫어서 나오코를 미워했고, 우연히 능소화 나무 아래에서 손가락이 움직인 것을 봤지만 무심히 그 위를 밟았단 고백을 들려준다.  

 이처럼 위의 7명은 모두가 알게 모르게 나오코의 죽음에 연관이 되어있고 그들의 고백을 읽다보면 내가 추리했던 범인이 역시나였어 하다가도 또 다른 주인공의 고백을 읽게되면 이전의 고백을 한 사람의 상황이 꼭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기막힌 반전의 예기를 제시한다.  

부인의 배신감으로 인해서 평생을 살아왔던 게이조는 나오코를 본 순간 자신의 죽은 딸과 자신이 죽인 소녀의 이미지가 겹쳐보이면서 더욱 치매의 현상을 보이고 사토코는 사건이 일어난 후 남편과 동생의 불륜을 알게되지만  그 이전에 동생에 대한 좋지않은 감정으로 인해 나오코를 좋아하지 않는 점이 끝내 죄 없는 한 소녀의 죽음으로 인해서 말은 내뱉지 않았지만 서로가 묵시하고 있었던 불편했던 솔직한 감정들이 표현되 있어서 더욱 충격을 준다.   

번역가의 말처럼 직접적으로 나오코를 죽이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동그란 원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맞무리는 형태로 일의 전개를 끌고나가게 된다는 데서 인간의 본심은 과연 이기적인가?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의 구성상 불륜의 소재 대상들이 껄끄럽게 전개되지만, 각 인물들이 겪고도 모른척 했을 시간의 고백들은 읽는 내내 불행의 원인 제공자인 악녀 유키코란 인물을 용서할 수가 없게 만든다.  

 책을 읽는 내내 과연 누가 범인이야? 하는 조마심을 내보긴 오랜만이었다.  

책을 덮고서도 정말 그랬단말야? 하는 말이 나올정도로 혼돈의 상황을 겪게되지만 (정말 누가 범인인지는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다.) 인물들의 고백형식을 빌려서 독자들로 하여금 트릭의 순간속으로 한 순간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를 다른 작품을 통해서도 보고 싶단 맘이 들게한다.  

서로가 배신하고 배신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이 그대로 내보이고 있단 점에서 다른 소설보다도 내면의 고백울림이 강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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