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안타까움성
디미트리 베르휠스트 지음, 배수아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10 년만에 프티부루주아적인 엄마와 이혼을 한 아버지와  일정한 직업도 없는 세 삼촌과 함께 드미트리는 연금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는 할머니집에 같이 산다.  

유일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 우편배달부다. 

하루의 일과를 술에 절은 가래침뱉기와 어슬렁 동네의 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다트와 싸움을 하는 생활속에 거침없는 욕설, 담배냄새, 더러운 속옷, 냄새나는 양말, 음담패설을 일찌감치 터득하고 자란 드미트리에겐 학교 생활자체가 없다.  

그런 와중에 마을에서 미모로 소문난 고모와 사촌인 실비까지 합세해서 살아가지만 이마저도 고모부의 한방을 맞은 고모가 다시 그와 함께 떠남으로서 먼 후일 다시 만나는 일이 생긴다.  

철저한 사회주의자인 아버지는 뭔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단지 청소할거리가 더 많이 생긴다는 의미며, 소유물이 소유자를 소유할뿐,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가지고 산다.  

네 아들과 손자의 무방비의 거침없는 생활에도 일절 잔소리 없이 집 안의 유일한 전기기구인 tv와 세탁기만이 이들이 살아가고 있단 것을 증명해 줄 뿐, 이들의 엄마이자 할머니는 모든 수발을 다 해준다.  

돈이 떨어지면 일일 공사판에서 일하고 번 돈으로 술을 먹고 차압당하는 것은 일상사.- 

유일하게 좋아하는 가수 로이 오비슨이 다시 재기한단 공연소식에 흥분하지만 이내 차압이 들어오며서 tv를 볼 수 없게되자 일면식도 없는 동네 어귀의 이란 이민자 집안에 무조건 들어가서 보는 행동은 정말 뭐하 할 수없는 실존자체의 극치를 보인다.  

알콜중독에 빠져나오기 위해 스스로 재활 병동에 갇히길 바라는 아버지 앞에서 삼촌들은 일장연설의 감옥같은 생활을 이야기함으로써 아버지의 길을 막아보지만 정작 그들이 아연실색해진건 바로 병원 앞에서, 그것도 그들 앞에서 투신자살로 뛰어내린 환자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무사히 재활성적이 좋은 아버지가 집으로 다녀올 기회를 얻게되면서 아버진 디미트리에게 운동화와 겨울 외투를 사주고 운동경기대회에 갈 것을 약속하지만 삼촌들의 병원 입소 전에 술집에 갈 것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집은 고사하고 운동경기에 오지 못하게된다.  

어느 날 특별관심대상 청소년보호국에서 온 직원에 의해서 드미트리는 양부모에게로, 다시 대 사건을 일으킨 후 청소년 보호시설로 가면서 이전에 자신이 사용하던 거친 사투리말투와 멀어지고 문화인으로서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볼 것 같다는 예감으로 병원을 방문한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  

손자마저 자신의 아들과 같은 생활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없었던 할머니가 직접 청소년보호국으로 신청한 사연을 알게된 부분은 감동적인 모습으로 기억이 된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여성인 나를 낳은 엄마에 이어서 사랑하지도 않은 여성에게서 실수로 자신의 아이를 낳은점이다  

아이의 아버지 노릇을 하기보단 이 주일에 한 번, 그것도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고 상냥하지만 결코 자신의 아이를 낳을 생각이없는 여자친구가 없을 땐 한계를 느끼는 친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는 드미트리는 아빠보단 삼촌노릇을 한다고 생각하며 아이를 맞는다.  

이 책은 작가자신의 이름과 자신이 살아 온 성장기의 시절을 자전적인 묘사로 그려낸 소설이다.  

읽다보면 벨기에서도 한적한 이름도 모르는 마을에서 자란 작가의 어린시절의 얘기가 녹아있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서 한층 커 버린 어린시절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술에 절은 삶속에서 그것도 여자라곤 할머니 한 사람이고 오로지 남자들에 둘러쌓여서 자란 주인공은 아버지와 삼촌들의 인생의 아이러니한 삶을 보면서 커나간다.  

언뜻 보면 눈살이 절로 찌푸리게되는 구질한 인생살이이자 루저들의 인생모습인데도 읽는내내 시종 입가에 웃음이 번지게 만드는 에피소드들은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 덕분이 아닐까싶다.  

뭐 이런 인생이 다 있지? 하고 고개를 젖게하면서도 그들 나름대로의 철학이 들어있고, 이런 와중에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정,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실로 정말 본 소설의 원 제목인 뭐라 표현이 안되는 아! 유감이다를 연발하게 된다.  

 일테면 술에 절어서 코마상태를 그런 식이 어디 한 두번이라야지 하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할머니의 무식일자로 경찰에게 대꾸하는모습, 술먹기대회 챔피언이 끝나고 자동차를 몰고오다 도망친 차와 충돌한 바람에 오히려 시청으로부터 메달 수여를 받는 삼촌들의 행각을 보면서 읽는 독자들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도움을 받는 처지에서 일약 글도 쓰고 아름다운 집, 사랑하는 여친, 문화인의 말을 쓰는 현재의 생활에서 간간이 마주치는 삼촌들과의 대화는 드미트리 자신이 옛 추억에 대한 씁씁함 내지 향수를 느끼게 한다.  

아들과 아버지 묘소를 찾다 삼촌들을 찾아 나누는 대화는 여전히 마지막까지 웃음내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여유를 독자들에게 마지막 서비스까지 하는 기지를 발휘한다.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행동내지 말을 단 몇 시간만에 배운 아들 유리를 통해서 정말 닮지 않을래야 않을 수없는 안타까움을 주기 때문이다.  

[아직 멀었어?] 

[아니, 얼마 안 멀었어. 

한 시간정도면 엄마에게 도착할거다.] 

[그러면 한시간 내내 똑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어야 해?] 

[왜 , 네가 학교에서 새로 배운 노래가 있나 보구나.] 

[아니, 포트럴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노래-] 

[포트럴 할아버지 노래는 듣고 싶지않구나.유리. 그게 어떤 노래인지 난 벌써 알거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란다. 그러니 다른 노래를 부르렴.] 

[하지만 남자랑 여자랑 자는 노랜데..] 

(중략) 

[아빠?] 

[왜 그러니?] 

[나, 오줌 갈기고 싶어.] 

[지금 뭐라고했어?] 

[오줌 갈긴다고] 

[그게 오줌 마렵다는 말인거냐, 쉬야하고 싶다고? ] 

[응, 아빠] 

[그런데 갈간다는 말은 내 앞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마라. 난 그말을 싫어하니까. 알았니? 그건 상스러운 단어야. 상스러운 인간들이 쓰는 상스러운 말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변기에다가 오줌세기를 가늠하며 노래를 불러댄다. 

아! 정말 유감이다란 말 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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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버스 2014-06-1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D. 베르휠스트의 소설 <사물의 안타까움성>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 공연되어 정보 공유합니다. 소설을 읽으신 분들께는 더욱 흥미로운 연극이 될 것 같아 댓글 남겨요. 공연 정보는 인터파크에서 '사물의 안타까움성'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
2014.07.10-2014.07.20 아르코 소극장
전석 2만원
예매 바로가기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4006227#Tab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