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뱀
표성흠 지음 / 천년의시작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암 박지원은 청에 다녀온 후 열하일기를 내놓음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만 정작 그 자신은 빈곤한 삶을 떨치지 못하고 부인과 며느리마저 저 세상으로 보내게된다.  

정조의 혁신적인 정치개혁에 동조를 하면서 정조의 계급에 연연해하지 않는 정책에 많은 우수한 출신들이 정계에 나서게 되고 이런 중에 왕으로부터 안의(함양)에 발령을 받고 길을 떠나게 된다.  

이마 전임 부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임기만 채우면 자신의 한 몫을 챙기고 떠나려니 하는 마을사람들과 허 진사와 그외의 관청소속 관리들은 허술한 차림에 홀로 온 그를 무시한다. 

환영을 겸한 술자리에서 자신과 뜻을 같이한 홍대용의 말과 급진적 개혁을 서두른 나머지 자신의 야욕이 넘쳐 생을 마감했던 홍국영 같은 사람들의 말을 떠올리면서 박지원은 그들에게 자신의 뜻을 굽지 않음을 은연중 암시하게 되지만 오히려 이들의 학식과 놀기문화에 놀라게 된다.  

자신이 다스리고자 하는 고장의 실물 경제와 흐름을 관찰하게 되면서 자신이 청에 가서 보고 듣을 것을 토대로 마을의 경제 살리기에 힘을 쓰게된다.  

천연지형을 이용해서 마을의 물길을 막아서 저수지 용도로 쓰게 함과 동시에 기존 토착계급으로부터 그들의 곡실을 내놓게 하는 방법은 서로가 윈윈의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어서 자신이 사용하고 있던 관청을 허물고 벽돌을 만들어 쌓아서 만든 모습을 구현하게 되고 그 주위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연못을 만들어 더욱 정겨운 모습을 갖춰나간다.  

이런 와중에 나비첩이라고 하여서 어떤 사정으로 인해시집에서 쫓겨난 여인을 공방이 거둠으로써 그녀를 자신의 수발드는 여인으로 맞아하게 되고 이는 곧 정조의 깊은 뜻이 들어있는 계약식 동거 생활로 들어감을 알게 된다.  

자미라 불리는 기생과 같이 어울려 살게됨으로써 그녀안에 내재된 학문과 슬기로움에 도움을 받게되고 이어서 타 고을과도 협력하여 마을 살리기에 앞장을 서게 된다.  

물레방아를 만들어서 정미소의 기능을 강화하고 농한기의 길쌈을 좀 더 활용하기 위해서 물레돌리기를 만들어준 점은 두고두고 마을의 백성들로 부터 칭송을 받게된다.  

허나 뜻하지 않게 비밀리에 시행되고있는 수도 옮기기 계획과 함께 기존의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하려는 노론세력에 부딪쳐서 정조는 자신의 뜻을 이루고 함께 할 박지원을 서울로 끌어오기에 힘이 부딫침을 느끼게 된다.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해임보고를 받게 된 박지원은 자미와도 헤어지게 되고 한 가지 유일한 보상격인 고을 백성으로부터 칭송을 담은 것을 받아보게 되면서 홀로 다시 떠나게 된다.  

정조는 실로 당시의 시대상으로 볼 때 서양의 같은 시대를 보자면 우리나라 안에서 이룬 공적은  개혁적 군주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천주서학을 옹호하는 정약용, 박지원이 주가 되는 실용학파계의 뜻을 같이 함으로써 보다 나은 나라를 이루고자 했음엔 타의 추종을 불허한 왕이었다.  

이런 왕의 뒷바침으로 박지원은 그간 자신이 보고 느낀대로 실용의 가치와 이용후생의 삶을 실천해 보인 사람이다. 

4년간 안의라는 고장을 다스리면서 행한 그의 행적은 경제의 흐름이 실로 오늘날에 봐서도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지녔음을 알게 해준다.  

왕의 저간의 숨은 뜻을 이해하고 자신 또한 그의 정신대로 이를 이어받아서 정약용과 함께 이루고자 했던 경제의 풍족함을 백성들이 직접 느낌으로서 자신의 뜻을 이루어나갔고, 사방에서 조여오는 권력의 힘에 왕마저도 힘겨워함을 안쓰러워한 인물이다.  

누구보다 먼저 이용후생의 뜻과 함께 이를 이루고자 했음은 보수세력의 힘 논리에 부딫쳐서 끝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단  점은 지금 생각해도 두고두고 아쉬움을 준다.   

곳곳에 작가의 생각이 들어있는 글의 힘은 안의에서 난 것은 어차피 안의사람들이 가지게 되고 상권마저도 허 진사에게 주었을 때의 경제적인 논리에 선선히 내준 점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물욕을 탐내지 않고 오직 경제 부흥에만 힘을 쓴 그 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눈에 뛴다.  

작가는 뿔 달린 뱀은 용이 되면서 이마저 안되면 이무기가 된다고 썼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종과 박지원, 정약용 같은 사람들은 과연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했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구 세력이 보기엔 시대에 역거스름을 추진했고 유교 숭상의 시대가 바로 뒤이어 새로운 사상인 천주교의 시대가 올 것임을 말한대목은 우물안 개구리에서 그 곳을 박차고 용이 되고자 했던 그 시대의 무수한 지식인들의 한서린 뿔뱀의 이야기를 작가는 이 소설을 빌어서 하고자 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책이다.  

같은 뱀이라도 뿔뱀은 용이 될 기회가 있는 뱀이다. 다만 시대와 호응이 되고 이에 맞추어서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준비가 되어있었느냐, 아니면 음침한 습지에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이무기로서 남았느냐는 당시의 시대상황과 의식있는 사람들의 손발 맞춤이 어느정도 맞았느냐에 따라서 역사는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작은 고을에서 이뤄진 경제적인 발전상을 내세워 박지원의 사상과 글 쓰기와 그의 실천이 주 모태가 된 소설이지만 넓게보면 이는 곧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갈 길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군더기 없는 글이 편안한 안정감을 주고 작은 일에서 나오는 잉여가치의 생산이 늘어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