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한 신혼부부가 있다.  

남자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곰스크로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고, 그 아버지 또한 평생의 꿈을 곰스크로 가는 것으로 살아간 사람이었다.  

당연히 남자도 성인이 되서 부인을 맞이하고 동경해 있던 곰스크로 가는 기차에 많은 돈을 들여서 차표를 구입, 여행길에 오른다.  

하지만 정작 부인은 그다지 흥분에 쌓이지 않는 모습과 피곤함을 보이던 차에, 기차는 잠시 정차를 하게 되고 부인은 잠시 내려서 쉬어 갈 것을 권한다.  

멀리 보이는 풍경과 기차의 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조바심을 내지만 여자는 아랑곳 없이 풍경에 빠져들고 결국 기차를 놓치고 만다.  

이때부터 간이식당에서 잠시 기차표도 다시 벌겸해서 아내와 남자는 주인여자의 일을 거들면서 불규칙하게 정차하는 곰스크로 가는 기차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 사이 아내는 동네 사람들과 안면을 트이게 되고 하나씩 집안 살림의 모습을 갖춰나가지만 남자는 여전히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기다린다.  

마침내 기차표를 마련했고 기차는 오게 됨으로써 남자는 기차에 오르지만 정작 아내는 자신이 힘겹게 마련한 안락의자와 함께 같이 갈 것을 주장하고 실랑이를 벌이다 아내의 임신사실을 알게되면서 기차에서 내리게 된다.  

아들이 태어나고 마을의 선생님이었던 사람의 후임으로 졸지에 선생님이 된 남자는 마당이 있고 정원과 꽃이 있는 집으로 옮기면서 생활의 안정을 찾아가지만 뜬금없이 하늘과 저 멀리 기적이 울리는 그 곳으로 가는 것을  멈추질 않는다. 

둘째 아이로 여아가 태어나면서 자신의 입에선 곰스크로 가잔 말은 끝내 내뱉을 수 없음을 안 남자는 곰스크를 그리워한다.  

아주 단순한 소설이다. 얆은 두께의 단편이지만 이미 대학가나 연극계에서, 그리고 방송에서도 방영이 됬다고 하는 이 작품은 (정작 나는 문인들이 추천해서 알았다.) 정작 독일에서도, 이 작가에 대해 알려진 바가 그리 없다는 점에서 희소성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 속의 남자는 막연히 곰스크를 동경하면서 자랐고 그것이 결혼으로 인한 여행이 빌미가 되어서 떠나게 되지만 정작 발목을 잡힌것은 그의 아내 때문이었다.  

여기에 부인은 곰스크로 정착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는데, 굳이 그 곳으로 가려는 남자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곰스크에 가면 확실한 뭔가가 있냐고 묻는 말에 남자는 확답을 주지 못하는 데서 곰스크로 가려는 그의 희망은 멀어지기만 한다.  

나는 오늘도 왜 나만의 이런 생각들과 싸운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싸움을 할 권리가 없는지도 모른다. 자가가 선택한 바로 그 궤도를 달리는 게 인생이라는 주장은 어쩌면 인간에겐 허용되지 않는 교만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니까.-p 11 

이처럼 잠시 머물것이란 생각속에 맘은 곰스크로 향하는 그를 바라보는 아내의 맘속엔  

"인생이 의미를 가질지 아니면 망가질지 오직 당신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왜 직시하지 않는거죠?" 라고 오히려 되 묻는다. 

아이가 태어남에 따라서 또 잠시 머물것이란 기대속에 선생님 노릇을 하는 그 남자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준 노 선생님은 그와 같은 심정을 이런 말로 대변해 준다.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의미 없는 삶이 아니예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란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 -p61 

누구나 성장하면서 나만의 곰스크가 있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던, 정신적인것이든 간에- 

하지만 일부만이 이런 나의 곰스크로 가는 행운을 잡을 수 있으며 그런 도착성으로 인한 만족과 그안에서 이루고자 했던 모든 것을 누리며 산다는 것은 실로 인생에 있어서도 큰 행운이랄 수 있다.  

그 만큼 나의 곰스크로 가는 여정은 위의 소설처럼 뜻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설사  의지를 갖고 있어서 행한다고 해도 윗 소설 처럼 여러가지 봉착된 여건 때문에 포기를 하고 맘 속에서만 그리워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남자는 항상 가족이 불어나고 안정된 직업도 있지만 언젠가는 , 언젠가는 하면서 기차가 오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돌리고 동경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남자의 일생이 실패했다곤 말 할 순 없다. 전직 선생의 말처럼 그가 원해서 머물렀던 인생이 지금의 인생이 되었고 자신 또한 젊은 날 남자처럼 곰스크를 동경했지만 비로소 인생의 노년에 들어서보니 이렇게 살아온 인생 또한 자신이 원한 삶이었고 만족한다는 말엔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만약"이란 낱말이 주는 단어는 그래서 항상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 이 길을 가고 있으면서도 이것을 박차고 나올 용기를 부린다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또 다른 길로 들어설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기에 우린 현재의 삶을 살면서도 계속 곰스크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아마도 곰스크로 가는 기차에 대한 결론은 작가가 말한 윗 부분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원한 삶이고 어쨌든 그것이 실패였든 , 성공이었든 간에 이미 곰스크는 어떤 생각을 하기에 따라서 현재진행중인지, 과거형인지를 결정지어주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 외에도 작가의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되는 엄마에게 드리려던 양귀비에 얽힌 얘기. 삶의 회의에 젖은 철학자가 밝은 면의 화가를 만나면서 느끼게 되는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희망 얘기, 자신의 태어나고 자란 마을을 섬세한 포착과 더불어서 부인 구하기에 나선 고향 청년과 마을 처녀의 약혼 이야기는 읽는내내 훈훈한 시골사람의 전형적인 삶을 엿보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인생을 향한 자신의 철학적인 메세지를 아주 간결하면서도 읽는 내내 뜻을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글 솜씨는 그가 엮은 내용이 아주 적다는 데에 책장을 덮으면서 또다시 아쉽단 생각을 하게 했다. 

여러면에서 자신의 처한 상황에 따라서 해석을 달리할 수도 있게 하는 이 "곰스크..."는 아주 얆은 책이지만 그 안에 내포한 내용만큼은 어느 책이 가질 수 없었던 인생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의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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