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다는 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너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  

사람이 그렇게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그렇게 자신에게 강박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말이야" 

6달 동안 사귄 여친 다비나가 나에게 한 말로써 이별을 당한 화자 자신은 자신이 이런점을 좀 더 보완하기 위해서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본 비겐슈타인의 전기인 공감이란 단어에서 힌트를 얻고 전기를 써보기로 한다.  

전기라 함은 이미 죽은 사람의 일생을 돌아봄으로써 자신의 일생을 반추해 보고 여러면에서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 있지만 화자인 나는 살아있는 사람, 그것도 특정한 인물이 아닌 우연히 파티에서 만난 이사벨이란 여인을 만남으로 해서 그녀에 대한 모든것을 알고자 전기를 써간다.  

이사벨~ 1968년 1월 24일생인 그녀는 엄마가 짝사랑했던 프랑스 화가 남자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서 지금의 아빠와 같이 있다 자신을 잉태하게 되고 뒤이어 여동생과 남동생이 태어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가 현재 일하고 있는 직장의 얘기, 자신의 부모에관한 그녀의 생각과 사춘기 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아이들과의 키스와 헤어짐, 왜 헤어지게 됬는지에 대한 자신의 행동과 이유를 때로는 그녀의 입을 통해서, 때로는 화자가 본 이사벨이란 여인에 대한 생각에서 , 또 때로는 전기적인 글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원치않던 엄마의 결혼과 자녀들이 출생, 무능력으로 비춰지는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대한 사랑과 상처등을  담담히 풀어 나가는 가운데 나 자신이 처음에 그녀를 보았을 때 자신의 맘 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심리학의 도구에서 비롯된 선입견이 얼마나 그 상대를 대함에 있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지에 대한 반성을 하게 만든다.  

방향감각이 현저히 떨어지는 그녀를 보면서 같은 공간 안에서 어떤 식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달리 보이는 공감대의 형성에 대해서, 타인의 시선으로 본 이해라는 단어는 어떻게 해서 서로간의공통관심사로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철학적인 문구, 깊은 사색을 담아서 시종일관 우릴 어지럽게 하고 있다.  

그 사람을 이해한다?  한 이 말속에 감춰진 여러가지 내면의 깊은 것 까지 우린 과연 얼마만큼의 대화소통이 이뤄지고 있으며 실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과의일치가 얼만큼 가까워야 서로의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까? 를 연신 물어보게 한다.  

화자 자신이 노력한다고 했는데도 결국 이사벨 역시 화자에게 "너는 늘 너 자신만 생각해"라는 말과 함께 이별을 선언당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 자신은 그 전에 실수로 이어지던 연애의 행동 패턴을 일변 변화시키는데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녀의 발톱깍는 장면이나 코딱지를 파고 돌돌 뭉치는 행위까지 적나라한 그런 장면조차도 우습다거나 지저분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실제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선  화자가 상대방을 알려고 노력했단 흔적이 보인다.  

다만 끝까지 좋은 인연으로 , 그녀의 입에서 식기 건조기의 사용횟수와 그릇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기까지 전혀 그녀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했단 점에선 여전히 상대를 알아간다는 것에 대한 최 종착점은 어디일까라는 의문을 제시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 특유의 해박한 지식에 벽에 부딫치는 경우를 당한다.  

쉽게 쉽게 읽히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생각도 못했던  문제제기와 그에 따른 폭 넓은 비유는 참고 읽어 나간다면 어느 정도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순간을 맛 볼수 있는 점도 이 작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옆에 메모지를 준비해 두는 습관이 생겼다. 

이 글을 쓸 당시의 나이를 고려해 본다면 젊은 혈기가 넘칠 20대 였을 것 같은데 아주 독특한 글의 구성과 꼭 메모를 해서 적어두고픈 구절을 써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기는 힘들어도 중독성 있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 

*****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우리가 그 사람에게서 구하고 끌어내는 정보의 양은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관계가 진전되면 불행한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친밀함이 점점 심오해지는 주제에 관한  더 긴 대화의 촉매가 되기는 커녕 외려 정반대의 시나리오를 펼쳐 놓는다.  

***** 우리는 아이러니 하게도 결함이 많은 인물이 관대하게 우리에게 베풀어준 것. 

덕분에 안정된 상태에 이르지만 바로 그 뒤부터 그 사람의 결함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본 제목은 Kiss ans Tell로 본  뜻은 유명인하고 맺었던 밀월 관계를 언론 인터뷰나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뜻한다고 한다.  

처음으로 이 책에 관한 제목으로 2005년도 출판작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란 책을 읽었을 때의 감흥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 이 책은 번역가. 출판사도 모두 다르기에 비교해서 읽는 맛도 제법 흥미로왔다.  

이를테면 같은 구절이라도 번역가에 따라서 달리 느껴진다는 것이다.  

"키스하기 전에.... " 에서나온 구절인  

누군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수록 알고자 하는 의지는 줄어든다는 역설을 - P327  

위의 구절이

"너를 사랑한다는 건" 에서는 어떤 사람에게 말 할 기회가 많아질수록 실제로는 말을 덜 하게 된다는 역설을 -p 329  

또한 이사벨이 아이를 낳고 싶지만 엄마처럼 될까봐 싫다는 구절이 요번 개정판에서는 아이를 낳고 싶지만 엄마가 되는 것은 싫다란 것으로 표현되기에 어느 것이 문맥상 가까운지 도 좀 헷갈린다.  

내 경우엔 전작인 "키스하기 전에..." 이 쉽게 이해가 되도록   설명이 쉽게 쓰인 반면 이번 개정작은 좀 더 어려운 단어와 문맥 한 구절을 이해하기에 다시 한 번 돌아가서 읽어야 하는 부분이 더러 있다는 점에서 같은 책 다른 번역의 맛을 느끼게 해 준 일석이조의 느낌을 받은 책이다.  

전번과 마찬가지로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그러면서 내것이 네것이고 네 것이 내것인 상태로 서로 느끼기 위해선 사랑이란 단어가 참으로 여러면으로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는점을 또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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