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문의 비밀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개정판 백탑파 시리즈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784년 6. 29 일 청전 이명방 의금부 도사는 서자 출신들로 학식과 다방면에서 놀라운 재주를 가진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서이수와 교류를 지내고 이에 더불어서 사건해결에 뛰어난 추리력을 보유하고 있는 화광 김진, 이덕무의 처남인 야뇌 백동수와도 친하게 지낸다.   

정조는 이덕무로 하여금 적성현감으로 발령을 내리고 때마침 여러 곳에서 올라온 열녀문을 세워달라는 상소문이 많은 탓에 진열녀와 가열녀를 가리는 일을 규장각 금서관들인 이들에게 맡긴다.  

여러 상소중 열녀적성 김씨전의 내용이 수상하다여긴 이들은 왕의 명으로 이명방과 김진이 이 일을 맡게 됨으로써 이덕무가 관리를 맡게된 적성에 같이 가게 된다.  

김씨가 죽은 적성의 임참봉으로 알려진 시아버지 임호, 시동생 임거선, 시어머니 남씨, 그리고 친족인 서당 훈장인 임태봉과 노예인 똘이와 몸종 향이, 한의원 조광정의 행동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모종의 기미를 알아챈 이들은 한양의 임판서대감과 팔촌지간임을 알게 되고 임 판서대감이 아끼는 기생인 계목향으로부터 자신이 죽은 김씨여인, 즉 김아영과는 신분의 차이를 넘어 서로간의 소설을 쓰고 주고 받는 사이임을 알게된다.  

한편 적성관아에 오래 전부터 서로 이권 개입으로 인한 앙숙이자 서로 도모할 수 밖에 없는 질청과 향청의 관리 책임자를 바꾸는 일을 감행하게 되고 이는 곧이어서 장세를 걷는 공부를 집행하고 돌아오려던 이방의 죽음과 다섯 포졸의 시체를 발견하는 일로 번진다.  

이들의 뒤를 캐던 김진과 이명박은 한독주와 정행수가 옥에서 독살로 죽게되는 일을 당하게 되고 한 독주가 죽기 전 자신의 부하인 식철에게 모종의 일을 맡기고 죽음에 따라 이명방과 김전은 그들의 거개간 장소인 지하에서 매매첩이 담긴 자료를 거두게 된다.  

죽은 이방과 다섯 포졸의 죽음뒤엔  임 판서 같은 대관들에게 귀한 그림을 구해주고 오고 간 거래 과정에서 질청과 향청간의 이권개입, 그리고 임 판서가 이 일에 연류됬음을 밝히고 더불어서 죽은 며느리에 대한 수사도 모두 이들 가족이 연류됬음을 파헤치게 된다.  

모든 이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계목향 또한 아영과 못다이룬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서 떠나가고 몇 년이 흐른 후 다시 원 위치로 돌아온 이들은 연경에서 외간 남자와 외통하고 임신까지 한 상태로 죽은 줄만 알았던 김아영과 그의 남편인 식철, 아기, 그리고 계목향까지 만나는 해후를 하게 되면서 모든 일이 아영의 전체적인 계획적인 일로 벌어졌음을 알게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열녀문이라 함은 지아비를 일찍 여의어서 그 뒤를 따른 부인네, 혹은 가문을 일으키고 홀로 자진하여 목숨을 끊음으로써 자신이 할 도리를 했다는 여인네의 지당한 길을 의미한다는 것을 드라마나 역사에 적힌 사실로 알고 있다.  

이 이야기는 정조때에 벌어진 사건으로 구성되어진 이야기다.  

이 시대는 지금의 기독교가 신분의 구별없이 소리없이 받아들여지고 그 세력이 어느정도인지도 모를 정도로 서서히 퍼져가던 시기인지라 이 책에서도 그 사실을 염두에 둔 바탕으로 그 시대의 여인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당찬 여인 김아영이 나온다.  

병자인 남편을 촉석루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남편이 자신의 뜻대로 야소교도가 되고 제사에 관련된 일에 충돌을 일으키자 문중을 지키려는 욕심에 아들을 죽인사아버지의 음모, 그리고 온갖 핍박을 하면서 남편을 따라서 자진하길 강권한 시어머니 남씨의 만행이 드러난다.  

이에 굴하지 않는 아영의 당찬, 어찌보면 기가 드센 그 여인은 당장 가세를 일으킬 조건으로 목숨을 연명하고 서책을 통한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서 부를 일으키는 과정, 노예해방을 약속한 일은 당시의 풍속으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역동적인 페미니즘상을 부각시킨다. 

매매를 통해서 중개인들과의 교류, 그 안에서 싹튼 신분차이를 넘어선 사랑과 그의 결실, 그리고 기생 계목향과의 교류는 이 시대를 살았던 여인들의 한 바램도 보여주면서 결코 주위의 타협에 굴하지 않는 자신만의 잣대를 드러내 보여준다.  

실력은 있지만 결코 정치에 온전한 신분으로 발을 내디딜 수 없었던 이들 서얼출신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규중규수와 기생과도 다를 바 없었던 소외된 이들 계층은 그나마 정조의 트인 정책으로 말미암아 일부라도 그 희망의 관직을 받지만 이마저도 혹 의구심을 내게된다. 즉 정조 자신의 뿌리도 결코 정당한 순수 혈통이 아니란 사실이다.  

만약 정조 자신이 순수왕가의 피를 이어 받았다면 과연 이런 정책을 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그도 결코 서얼의 유능인재를 사랑했지만 신분의 파괴적인 정책엔 소심했단 사실도 알려준다.  

김진이 김아영에 대한 열녀문을 세울 것을 청한 대목에서 거절한 장면이나 그것에 비유해 자신들의 처지를 떠본 김진의 행동엔 성자라도 그 시대가 안고 갈수 밖에 없었던 군왕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한다.  

또한 적성관아의 이권개입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필요에 의한 묵인하에 세습되어져 오는 권력의 내습과 아무리 혁신을 펼친다 해도 뿌리박힌 돌을 쉽게 파내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함을 여실히 보여준 살인사건을 내세움으로써 작가는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정치를 논하는 입장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아영의 거칠 것 없는 자기 발언은 과연 열녀문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진정으로 열녀문을 받을 자격은 누구에게 주어져야 하는 가에 대한 기준과 물음을 던진다.  

"200년 전만 해도 조선에서 여자가 이혼하고 개가하는 일은 드물지 아니했습니다. 개가를 할 것인가, 홀로 살 것인가는 각자 판단 할 문제지만, 열없쟁이(겁쟁이)처럼 미리 마음을 닫을 필요는 없지요. 새로운 사랑이 찾아 왔다고 하여 예전 사랑이 사라진다고 보지는 않아요. 새롭게 혼인하고 행복을 꾸미는 데 주저할 까닭이 없었습니다. - p277 (제 2권) 

두 번의 큰 변란을 거치면서 거침없이 밀려오는 서양문물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갈구하고 그 바탕을 이루기위해 힘을 쓰고자 했던 이용후세의 학자들과 선비들, 그리고 현대의 슈퍼울트라 여인상의 대변격인 김아영의 존재를 통해서 오늘 날 우리에게 진정한 나의 행복과 사랑의 기준은 무엇이며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을 책을 덮으며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영화로도 상영 중인 것으로 아는데, 원작에서의 맛은 아무래도 영화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시나리오는 원작을 차용하되 대부분 각색된 부분이 있기에 원작이 주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는 생각때문이다. "스타일'이나 "성균관 스캔들" 처럼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것을 못 본 나로서는 이 책이 주는 당시의 사회상이나 여인의 상이 시종 긴박감 넘치고 지식의 갈구를 탐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에 그렇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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