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 상
정은궐 지음 / 캐럿북스(시공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 시대 가상의 왕인 이훤은 그 옆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있는 운검을 지닌  운과 함께 온양행궁에서 거닐던 차 멀리서 궂은 날씨에 피할 곳을 찾다가 외떨어진 한 빈가에서 묵게 된다.  

그 곳에선 자신의 이름조차도 모르고 살아가길 바라는 한 여인이 있었으니 훤은 그녀에게 밝은 달빛을 닮았다 하여 "월"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헤어지게 된다.  

23살의 젊은 왕인 그는 16살 왕세자 시절 자신보다 한 살 위이자 영특한 수재인 허염을 스승으로 받들어 공부하던 중 그의 여동생인 허연우란 여인에게 맘을 주게 된다. 수 차례의 서신왕래로 서로간의 애틋한 맘을 지니고 있던 차 그녀가 왕세자비로 간택이 되는 행운까지 지니게 됬으나 홀연히 어느 날 그녀는 시름 않다 죽게 되고 이후 그녀의 아버지마저 쓸쓸히 죽게 된다.  

오빠인 허염은 이후로 훤의 여동생인 민화공주의 열렬한 구애 끝에 부마가 되지만 법이 정한대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야인으로 묻혀서 살아가게 된다.  

그녀의 죽음 이후 첫 사랑이었던 연우를 못잊고 있던 훤은 외척세력의 주도하에 원치 않는 중전을맞이하게 되고 시름않던 몸은 온양행차 후 더욱 나빠지게 된다.  

이에 궐내에 있던 나라 녹을 먹고서 나라의 안녕과 궁궐주인들의 안녕을 위시한 일에 힘을 쓰는 무녀들의 소속청인 성숙청 소속의 수종무녀로 임금의 액받이 무녀로 궐에 들어오게 된 월이는 왕이 자는 사이 그 곁을 지키고 있다가 해가 뜰 무렵이면 소리없이 사라지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어느 날 자는 도중 인기척을 느끼게 된 훤은 이후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무녀를 받아들이려는 제도에 걸림이 되고 만다.  

이후 우연히 연우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다시 가지게 된 훤은 정밀한 조사 끝에 자신의 여동생인 민화공주의 바램대로 차마 아비로서 그 원을 이루게 하지 못했던 선왕의 지시로 연우를 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계획에 협조아닌 협조를 하게되고 괴로움에 살다 간 사실을 알게된다.  

그녀가 정녕 연우인 것을 안 훤은 이후 치밀한 계획하에 외척세력을 물리치게 되고 연우와 정상적인 혼례를 통해 중전의 자리를 앉히게 되지만 결코 민화는 용서를 하지 않은 채 노비로 강등시킨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민화가 남기고 간 아들과 자신의아들이 자신이 자라 온 것처럼 염과의 우정을 생각케 하는 행동을 보고 민화를 용서하게 되고 염은 그런 민화를 바라보게 된다.  

 

이 소설은 장안의 화제였던 "성균관 유생의 ..." 과 " 규장각..." 을 지은 작가의 작품이다.  

나온지는 꽤 되서 지금은 절판상태지만 신문을 보니 가을 연가를 연출한 윤석호 PD가 다시 드라마로 만들 작정이란 기사를 보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먼저 나와서 그런가 , 성균관 ... 처럼 당시의 사회상이나 유생들의 권당, 왕세자가 받는 교육등이 알차게 표현되고 있다.  

당시의 상황으로 미뤄보건대 규중처녀와 서신을 오간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임에도 작가는 그것을  뛰어넘는 사건의 연속성으로 구성해서 물 흐르듯한 서신의 오고감을 보여준다.  

여기엔 그녀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처럼 다시 죽었다 살아나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무녀중의 최고참인 장씨 도무녀의 활약과 연우의 몸종으로 "이년"이란 이름으로 불린 고아노비를 한 인간으로 봐 준 허염에 의해 "설"이란 이름으로 태어난 그녀의 오랜 허염에 대한 짝사랑의 아픔, 월을 찾아다니라는 명에 의해 떠돌다 자신도 모르게 왕의 여인을 사랑하게 된 서자출신의 김제운, 즉 운의 애달픈 사랑의 슬픔도 전해준다.  

한 지아비의 여인이고 평생을 그 사람만의 곁에서 맴돌고자 아버지에게 매달린 맹목적의 이기적인 사랑의 화신인 민화공주의 사랑도 어찌 보면 나무랄데 없는 허염이란 사람이 갖고 있던 인품에 인륜을 저버린 사랑으로 나타난지도 모른다.  

이것이 외척세력의 비호아래 서로간에 권력유지와 왕을 견제하려는 궁궐 내의 보이지 않는 피비린내는 결국 훤의 형이면서도 서자란 신분이기에 왕으로 오르지 못하고 염처럼 평생을 술과 벗하며 살다 자신의 첫 사랑인 연우마저 훤에게 빼앗긴 채 선왕의 거절로 이루지 못한 한 서린 사랑의 또 다른 행보를 보여준 양명군이란 인물의 슬픈 사랑으로 기억이 되게 한다.  

성균관처럼 젊고 싱싱한 패기 넘치는 달달한 상큼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연이 맺어지기 까지의 과정을 잔잔한 물결처럼 표현한 글의 솜씨가 눈에 뛴다.  

가상의 왕의 모습이나 그의 형인 양명군의 모습은 조선시대을 통틀어서 모두 복합적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인물이 연상이 되며 허염 역시 성균관의 이선균처럼 완벽남의 모습을 갖춘 형태로 나타내지고 있어서 인물들간의 특성 표현이 아주 생생하게 다가온다.  

장씨 도무녀의 말처럼 인연으로 맺어질 운명은 아무리 주위에 험한 일이 있어도 결국은 맺어지게 된다는 말은 위의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과 그것을 이겨내기까지의 시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는점에서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로맨스 소설은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소설류는 읽어도 지루함을 모르게 만들었다.  

외국적인 풍경과는 다른 또 다른 우리나라의 모습과 작가의 세밀한 구성묘사와 상상력은 읽는 내내 지루함을 모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또 다시 새로이 개정되서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 소릴 들었는데, 이번에도 과연 성균관,,,처럼 매니아를 확보 할 수 있을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작가가 얼굴도 안 보이고 서류상이나 이멜, 전화로만 연락 가능한 대로 취한다는 글을 신문에서 읽었다. 이런 면에서 은궐이 나타내는 뜻으로 보아 여자일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하던데, 책의 지은이를 보니  이름으로 보건대 여자일 것 같다는 확신이 선다.  

아니면 이마저도 필명(?) 

어쨋거나 색다른 소재로 읽는 내내 지루함을 모르게 글을 써 내려간 것만 보아도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한 번쯤은 읽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더 구체적으로 만약 극으로 나온다는 것이 확실시 된다면 그 때가서는 성균관... 처럼 읽는 기회가 여러사람에게 돌아갈 확률이 크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이 좋단 말이다. 구매하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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