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샤오루 궈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Zhuang Xiao Qiao(좡 샤오 차오)란 이름의 24살의 여자 -  중국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바다라곤 구경조차 해 본 적 없는 그녀는 가난에 찌든 부모가 신발공장을 함으로써 가세가 좋아지자, 자신들 처럼 힘든 삶을 물려주기 싦어 이역만리 먼 나라, 영국으로 그녀를 유학 보내버린다.  

영어를 익혀서 좀 더 나은 생활을 하라고._ 

혼자 외톨이로 히드로 공항에 내린 그녀는 자신을 외계인으로 착각할 만큼 그네들과도 현저히 다른 외모와 중한영어 사전을 끼고 당장 필요한 말을 해야하는 상황에 난감하면서 영국의 첫 걸음을 뗀다. 

유스호스텔의 열악한 환경에도 일 주일간 밖에 머물 수 없다는 말엔 자유주의 국가이자 복지혜택의 부유국이 이런 일을 결정했다는 사실에서 혼란을 느끼고 광둥어를 사용하는 중국인 집에 하숙을 하게 되지만 이마저도 광둥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고착상태에 빠진다.  (중국은 정말 넓긴 하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동시상영 영화가 되는 영화관에 가서 시간 떼우기. 

말을 할 필요도 없고 동사 변화나, 시제 용법이 틀리다고 지적 받지 않아도 되는 현실을 벗어 날 수 있다는 자유를 느끼기에 만끽한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의 좌석으로 부터 두 좌석 떨어진 곳에 앉아 영화를 보는 영국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에게 (이후 줄곧 당신 이란 용어로 불린다.) 빠진 그녀는 그에게 당신의 집을 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는 "Be my guest (좋을 대고 하십시오)를 직역 그대로 "나의 손님이 되어 주십시요"로 받아들여, 일 주일 후 그의 집으로 전격 이사를 하면서 동거에 들어간다.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고 섹스에 대한 서로간의 행동, 변두리에 있는 허름한 집에 사는 그의집엔  정원이랄 수 있는 곳에 그가 조각한 조각상, 식물을 기르는 것을 본 좡, 일면 Z로 통하는 그녀는 그와 함께 정원 가꾸기와 식료품 사기 등을 함께 하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그에게 묻고 공책에 적어 나가는 생활을 한다.  

그녀는 그와 함께 미래를 생각하길 꿈꾸며 같이 있길 원하지만 그는 현재를 있는 상태로 있다보면 미래가 오기 마련이라는 주의를 갖고 있는 사람. 

그가 일을 하러 간 사이 그가 갖고 있던 사진이나 편지를 보았다는 말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일정부분 프라이버시가 있어야 한단 말에 다툼이 일어나게 된다.  

그녀와 무려 20년 나이차가 있다는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정말 사랑하는 Z는 그에 대한 소유를 원하지만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이 한 때 동성애 심취했었단 사실, 자신의 가족과도 연락을 안하고 사는 삶, 뿌연 도시의 숨막히는  런던 보다는 시골의 풍경을 동경하는 그에게 그녀는 서로간의 벽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랑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편을 선호하는 그와 사랑을 함에 있어서 항상 같이 있고 싶어하는 그녀사이엔 점차 틈이 벌어지고, 그는 그녀에게 혼자 여행을 하고 올 것을 권한다.  

혼자 하는 여행을 하다보면 외로움에 익숙해 질것이고 자신만 바라보는 입장에서 좀 더 혼자의 생활을 즐기게 될 것이란 말에 억지로 혼자 유럽의 대륙여행을 시작한다.  

독일에서 기차 안에 같이 있던 청년, 베네치아에서 만난 변호사 청년, 그리고 포르투칼에서 만나 남자와의 성적인 관계를 갖는 그녀는 그가 너무 보고 싶단 생각을 하면서 돌아온다.  

여행 후에 그녀는 그에게 자신과 같이 머물길 바라는지, 아닌지, 바란다면 비자 연장 신청을 해야한단 말로 의중을 떠보지만 그는 여전히 유보상태로 확신을 주지 않는다.  

임신을 중절하게 됬을 때도 한 마디의 반대도, 누구의 아기냐는 말도 없이 그녀의 행동을 따라 가 준 그를 보면서 그녀는 나중에야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려준다.  

비자연장이 취소되고 중국에 돌아간 그녀는 1년이 지난 후 고국의 변한 모습에 적응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자유주의 나라에서 공산주의 분위기로 바뀐 현실에 혼란이 온다.)  

 마지막으로 그의 편지 속에는 런던을 떠나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장소에 집을 마련하고 정원에 심던 나무들을 옮겨와 살고 있다는 내용을 읽고 그녀는 그 곳이 어디인지 깨닫고 편지의 냄새를 맡는다.  

1년간 영국 생활을 전혀 모르는 , 그것도 영화관에서 만난 영국남자를 사소한 번역의 차이로 같이 살게된 좌충우돌 중국 여성이 겪는 사랑과 소통에서 오는 갈등, 그리고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글이다.  

서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 그것도 각기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 나이차도 20년이나 나고 그 또한 자신의 나라에서 전문직업인이 아닌 자유의 영혼을 추종하면서 살고 있는 비주류 사람이다.  

이렇게 만나기도 쉽지않는 상황에서 무섭게 빠져드는 그녀의 사랑은 중국내에서 자라온 자신이 받은 교육(섹스에 대한 경험)과 비교가 되고 중국의 말과 영어의 차이를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차이점(정말 그녀가 말한 대목은 전적인 동감의 성질을 부추킨다.), 동사와 진행형, 미래에 대한 시제에 대한 단어와 쓰기의 생활은 그와 함께 함으로써 많은 발전을 보이게 된다.  

그녀가 물으면 그가 뜻을 설명해주고 상황에 맞는 대화를 유도해 가는 동안 그녀는 점점 그와 깊은 대화에 빠지게 되지만 철저한 서구식 개인주의에 물든 그의 생각은 식사 자체에도 차이를 보인다. 그는 채식주의자, 그녀는 고기 없인 못사는 전형적인 중국여자,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 경우 남자는 당연히 여자를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는 "우리"란 개념이 있는 그녀에게 그는 같이 살더라도 자신이 그녀의 생활 몫까지 부담할 이유는 없다고 말하는 대목은 긴 틈이 보임을 보여준다.  

항상 떠들면서 먹는 식사습관이 말 한마디 없이 먹는 식습관으로 변하는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을, 사랑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섹스는 원하되 부부간의 생활로 가고 싶지 않다는, 떠나려면 언제든 보내주겠다는 행동은 그녀를 더욱 소유하고 싶어하는 맘으로 만든다.  

중국에서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아들을 바랬던 부모의 기대완 달리 자신이 태어났고 , 어려운 시절을 대물림하지 않겠단 부모의 의도대로 타국에 떨어진 그녀의 행동은 어쩌면 처음으로 자신 스스로 남자를 택하고, 사랑을 하는 자신안의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당신을 자유를 갖고 싶다고 말한다. 왜, 자유가 사랑보다 중요한가?  사랑이 없으면 자유는 벌거숭이다. 왜 사랑은 자유와 공존 할 수 없을까? 왜 사랑이 자유에게는 감옥일까? 그럼 이 감옥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라고 말하는 그녀의 생각은 공산국가에서 자라온 여자와 자유주의 국가에서 자라 온 남자, 사랑과 자유는 공존이 가능하다고 믿는 여자 대 사랑보다 자유가 소중하다는 남자, 같은 우리라는 공동체의 개념이 배인 공산주의 국가의 동양 여자 대 사랑하더라도 일정 부분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는 개인주의 서양 남자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서툴던 영어로 그에게 말하던 그녀는 어느 덧 그녀의 말이 많아지고 이제는 그녀의 말을 듣게 되어버린 남자로 변해버린 현실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 또한 그를 사랑하지만 이제는 그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게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에서 고통을 느낀다.  

중국에 돌아와서 비로소 엄마의 뜻을 저버리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 베이징에 머물게 된 그녀는 그와 겪었던 일들을 통해서 진정한 자신의 자아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된다는 데서 이 소설은 끝을 맺는다.  

달콤한 로맨틱풍의 소설이라고 생각해서 들었던 이 책은 영어에 대한 압박감이 심한 여성이 좌충우돌 그네들의 생활에 뛰어들면서 공산주의 국가에서 자유주의 국가로 넘어온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금기시한 말 조차도 자연스런 행동으로 나오는 서구의 성 개방주의, 생일 선물로 받은 자위기구에 메이드 인 차이나로 써 있는 것을 보고 고국의 여성들이 이런 용도를 알고 조립하진 않는다는, 다분히 생활 전선에 뛰어든 여성의 모습을 상상하는 모습에서 씁씁함을 느낀다.  

흔히들 사랑엔 국경도 , 나이도 없다고 한다.  

이 소설을 보면 그대로 적용이 된다. 단 , 의사소통에서 오는 서로간의 공통점이 얼마나 있느냐, 그가 말한대로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같이 생활하지 않고 변하길 바란다면 같이 살기 힘들겠다는 말엔 국적을 떠나서 상대가 지닌 모습에 대해 내가 얼만큼 인정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사랑도 이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홀로 여행하는 와중에 만난 독일청년의 모습엔 영화 "비포 선 라이즈"의 "에단호크와 줄리델피"의 모습이, 전반적으론 영화 제목 "사랑도 통역이 필요하나요?"란 말이 떠오르는 책이다.  

2월 부터 시작된 처음부터 제목격인 영어 단어를 써 놓고 그에 포함된 내용을 일기 형식으로 , 처음엔 반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장도 아닌 어색함의 간결 메모정도의 글 문장이 점차 글 다운 글처럼 보이는 발전을 보이는 진행은 글을 읽어내려가는 재미를 주는 독특한 방식의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사족을 붙이자면, 꿈에선 시간도 공간고 훌쩍 뛰어 넘을 수 있는 무한지대이니 꿈에서라도 이런 외국인과의 생활에서 오는 에피소드를 그려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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