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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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윤식 . 

그의 할아버지 이름은 쇠날, 할머니 이름은 올미 

타고난 신분인 백정의 신분으로 빼어난 미모로 뭇 사내들 가슴을 울렸던 할머니는 홀로 나물을 캐러 가다 양반네 서자들의 사냥 노리개가 되어 정절을 잃어버리고 고육지책으로 피를 보면 백정의 자식이란 걸 의심할 정도로 무기력해지는 쇠날을 서방으로 삼는다.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버지 훕시는 자신의 외모가 아버지와 전혀 달랐음을 의심하고 엄마의 장례를 치르자 마자 마을을 떠나 경성으로 직행 _ 

이미 20년 전에 신분제는 폐지가 됬다는 것을 알고 산골에 처 박혀 살았던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동냥으로 먹고 살다, 한강 다리 공사로 인해 인부로 들어가 일본인 십장 나카무라의 눈에 들어서  이후 일본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거쳐 야마모토라는 일본인의 화공 약품가게로 진출. 서서히 재산 불리는 투자의 방식을 익히게 된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의 두 번째 목표는 자신이 백정이란 사실을 감추고 살 수 있는 양반 족보를 확보하는 일 _ 그 일도 돈으로 해결하고 마침내 허씨 가문의 백정 훕시가 아닌 허 계은이란 사람으로 탈바꿈한다. 이에 발맞춰 마지막 목표인 자신의 백정피를 반으로 줄일 수 있는 철저한 양반가문의 핏줄인 여성, 그것도 신여성으로 불리우는 여자를 아내로 맞는 일이었다. 이마저도 첫 부인과 억지로 이혼을 하고 그녀를 맞아 들임으써 그의 목표는 완전하게 이루어진다.  

이 후 일본사람과 어울리면서 그들에게 선심을 쓰며 정보를 빼내 부동산 투자에 사채놀이로 큰 돈을 모으고 큰 아들인 경식과 둘째인 나, 윤식을 낳고 살게된다.  

하얀 피부에 미소년인 형은 5살 터울로 그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아버지를 쏙 빼닮은 자신은 공부에는 취미가 없는 17살 부터 게이샤, 러시아여인들의 찾아다니며 관심사가 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형이 일본에 있는 대학에 다니다 한국에 오게되면서 부터 사상활동에 빠지게 되고 부모간의 서로 반목의 감정으로 인한 싸움이 심해지자 형에 대한 관심조차 없어지던 차에 일본 경찰인 나카무라란 사람의 방문으로 그간 형이 하고 다니던 행동이 반 일본체제 활동이었음을 알게 된다.  

도망자 생활을 하던 형은 잡혀가고 형의 면회가 허락되던 날 그 많은 여인들과 많은 밤을 새운 윤식 앞에 면회장에서 조 현옥이란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를 본 순간 자신의 핏줄인 할아버지 쇠날이가 택했던 호락호락하지 않는 여인을 좋아한 내력마저 빼닮아 아버지 마저도 찬바람이 쌩하게 불던 엄마를 취한 경위까지 생각을 하면서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그녀의 매력에 빠지게 됨을 느끼게된다.  

하지만 그녀는 형을 사랑하고 있고 그녀를 만나기 위한 핑계로 1년 반을 한 달에 두 번정도 면회가자는 구실로 그녀가 있는 인천을 오고가게 된다. 그녀의 집안 또한 만만찮아 도박에 의처증있는 아버지를 두고 바람난 남자와 집을 떠난 엄마, 두 언니의 결혼, 자신만 남은 상태에서 그 곳을 빠져 나온 사연, 그리고 노동의 현장에서 경식과 뜻을 같이 해 온 저간의 일들을 들으면서 윤식은 처음으로 그녀가 사랑하는 대상인 형에 대한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이런 사정을 모른채 아버지는 나카무라와의 협의하에 형을 빼내오지만 이미 형은 전향을 한 뒤고 이후 아버지와 함께 종로에서 낭독과 연극의 밤 이란 주제하에 홍보물을 홍보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 즈음 나카무라의 치밀한 계획하에 경식은 징집대상으로 뽑히고 현옥은 아버지가 노름 빚을 갚지 못한 댓가로 정신대지원서를 받게 된다.  

자신의 사랑의 대상인 현옥의 그런 행간을 보면서 윤식은 그녀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드디어 형의 징집을 자신이 대신 가겠단 그럴듯한 명분으로 자원하게된다.  

현옥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자신이 처음 본 그녀의 닳아빠진 고무신 뒷축의 그녀의 발을 기억하며 고무신을 선물로  자신의 감정을 접는다. 

한편 항공학교에 소집되어 간 윤식은 자신이 가미가제 독고다이란 특명하에 생을 다하는 자폭대원으로 뽑혔음을 알게 되고 순간순간 치밀어 오르는 모욕과 왜 전장에 나가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무작위로 차출되어 뽑혀가는 많은 동료들을 보면서 어느 날 면회 온 아버지의 이익성 밝은 처신에 또 한 번 실망을 하게 되고 형이 중국에서 열사병으로 객사. 현옥의 배는 불러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에 처음으로 간절하게 살고 싶은  절실함을 느끼게 되고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즈음 드디어 전출 명령을 받게 된다.  

3조에 속한 후 먼저 출격한 비행기를 바라보며 자신의 살고 싶은 욕망과 불현 듯 또오른 현옥에 대한 그리움이 떠오를 즈음 먼저 출격했던 1소대 비행기 중 한 대가 회항을 하고 그것이 격납고 폭발로 이어지면서  자신은 목숨을 건질 기회가 온 것임을 직감, 풀밭으로 떨어진다.   

"기다려줘. 이제 곧 돌아갈 거야!" 라는 말과 함께 _ 

우리의 현대사의 굴곡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제시대를 거친 한 모던보이의 인생 항로를 그린 소설이다.  

전작인 미실이란 책과는 또 다른 , 작가 자신이 말했듯 역사 소설이 아닌 시대소설이란 것으로 다른 방향으로 접한 소설이다.  

 올해가 경술국치 100년이라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그 간의 진실의 역사를 비추는 현황을 볼 때 이 소설은 우리의 입장이라면 쉽게 들여다 보고 싶게하는 순간의 역사는 아니다.  

하지만 있었던 역사를 없애지는 못하는 법 _ 그렇다면 정면으로 들여다 봄으로써 우리의 선조들이 살아왔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것인 바 이 소설은 그런 점을 곁에 두고 일제 역사란 암울한 시대속에서 살아간 한 엉뚱하고 사사건건 억수로 행운이 따라준 한 남자의 이야기다.  

신분제 중 가장 천한 계급 중 하나였던 백정이란 직업과 그들의 삶의 묘사나 그것을 벗어나고자 악으로 살아온 훕시의 인생항로, 그런 훕시의 야망을 알고서도 모른 척 몰락한양반 가문으로써  독립을 도운 집안의 자신의 지겨운 가난을 탈피하고저 본 부인 아들인 윤식을 키운 엄마의 냉혹한 이기심과 쇼핑과 영화에 몰두해 가다 자살미수로 삶을 살아가는 엄마, 친 핏줄인 줄 알았던 형의 존재가 자신과는 또 다른 사랑의 경쟁상대가 되어야만 했던 아이러니한 상황, 자신의 인생항로에 대해선 오로지 오입질과 술,담배로 방탕하다 진정 사랑을 느꼈던 여인 현옥에 대해서 느꼈던 열망  

이 모든 것을 버리고 그녀의 행보과 형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고자 한 맘으로 소집을 자원한 엉뚱한 윤식의 행동은 읽는 도중에 간간이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희극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하지만 읽으면서도 비극적이란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시대적인 암울, 자신의 영욕에만 안달하는 아버지의 비 인간적인 계산적인 행동들은 그 안에서 이루어가는 시대적인 상황이 결코 희극적일 수 만은 없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왜 나야? 왜 내가 죽어야 해? 이유도 모르고 목적도 없이, 남의 나라 ,남의 전쟁에서?" 라는 물음이 암시하듯 힘없는 나라의 설움을 윤식의 대사로 대변을 해 준다.  

"누군가 자시 희생을 해야만 죽음의 사슬을 끊을 수 있어. 비록 그 과정이 비극적일지라도. 결과는 조금이나마 이상에 가까워지겠지"  라고 말한 그 조종사의 희생과 이상이 없었다면 우리의 윤식은 우리의 희망을 저버리고 아픈 현실속으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 윤식은 그런 와중에도 살아날 기회가 왔음을 알고 행한 도망치는 행동은 그래서 암울한 우리나라 역사에 한 줄기 서광의 빛이 비쳐지고 있음을 암시해 준다.  

끝까지 살아남아야 할 목적이 생긴 이상 , 윤식은 아마도 무사히 현옥이 있는 집으로 갔을 거란 기대를 해 보게 하는 마지막 말은 그래서 읽는 내내 아련한 아픔속에 기쁨을 느끼게 해 준다.  

작가의 서두르지 않는 차분한 글솜씨 속에 백정네의 삶과 소를 잡는 묘사는 생생하고 윤식이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관찰묘사는 미실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뛰어난  글 솜씨의 향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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