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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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살의 영화감독인 나 _ 오인모 12년 전 영화 한 편으로 달랑 망해먹고 신용불량자에 스튜디어스 출신의 부인은 헬스클럽 코치와 바람나 이혼하고 알콜중독에 빠져 살다가 엄마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된다. 

52살의 형 _ 오한모. 120kg의 거구인 몸으로 캄보디아에서 라텍스 사업을 하다 망해먹고 학창시절 부터 깡패일을 벗 삼더니 교도소 들락거리길 5번의 전과범, 폭력과 강간 사기 절도혐의 갖고 할 일없이 빈둥빈둥 엄마가 화장품 방문판매로 벌어오는 생활로 먹고자고 한다.  

여동생 - 미연. 상고를 나와서 어찌 "아는 언니"를 통해서 카페일을 하더니 딸 민경을 낳고 이혼하고 다시 바람이 나서 이혼하고 들어와 산다.  

이렇게 모두 합쳐서 가족의 나이가 평균49세인 고령화 가족인 그들에겐 평생을 노가다와 오토바이 택배일로 가족을 부양한 아버지가 사고로 받은 보상금으로 지금의 연립주택을 사고 모여살게 된다. 조카와 삼촌이 서로간에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 모르는 장면에선 이들이 정말 가족인가?라는 생각이 들게하고 머리가 희꿋한 장정과 두 모녀가 들어오게 된 경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엄마의 꿋꿋한 심성이 돋보인다. 자고로 배불리 먹어야함을 잊지 않을 정도로 매일 고기를 대령하고 이 고기를 서로 먹겠다고 덤비는 그들 삼남매의 점입가경의 음식에 대한 욕구는 또 다른 씁씁함을 남긴다. 조카의 나몰라라 하는 식의 피자를 혼자 시켜서 먹는 장면이나 그것을 한 조각 머겠다고 덤비는 삼촌들의 비굴한 행동은 세상에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는 일 없이 살아온 무기력증에 걸린 사람들의 행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조카의 팬티를 가져다 수음을 하는 광경을 들킨 형을 개패듯 한 나 자신이나 그런 오빠의 행동에 분을 삭이지 못하는 미연, 자신의 속옷이라고 말하며 감싸는 엄마나 자신의 속옷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민경의 태도는 여느 가정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한다.  

더군다나 담배를 피는 조카에게 협박을 해서 용돈을 반을 가로채는 나 자신의 행동도 단지 형이 마음에 두고 있는 미용실 수자란 여인과 어떻게든 한 번 자보려는 계획하에 저지르는 어처구니 없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형이 이미 배다른 핏줄이며 여동생은 어릴 적 동네 전파사를 하던 구씨라 불린 사람과의 사이에 낳은 이복 여동생이란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되고 이런 엄마의 과거를 모두 알고 있는 형의 태도와 행동에 그간 자신이 가족들의 성격이나 행동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음을 절실히 느낀다. 민경의 가출은 이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떤 선의의 용서를 비는 행동으로 조카를 찾아나설 것을 결심한 가운데 형이 자신이 바지 사장형식으로 취직을 하는 대신 조카를 찾아온 데에 또 한 한발 늦었음을 알게 된다.  

 동생 미연이 또 다시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하게 되고  이 와중에 형은 그  자신이  누구와도 섞이지 않는 핏줄의 가족생활 속에서 자신을 거둔 엄마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교도소가 아니 수자씨와 함께 타국 어느 나라에 가서 살것이란 계획을 듣게된다. 이 후 계속 삼류의 에로영화를 찍어대는 생활을 하던 가운데 형의 실 사장에게 끌려가 온 몸이 부서져라 매질을 당하게 되고 한 때 관계를 맺었던 윤주라는 후배로 부터 전화를 받게 되면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  

이 후 이혼하고 홀로 살러 들어온 그녀의 오피스텔에서 같이 살게 되고 그녀의 세월이 가져다 준 그간의 육체적인 몸의 변화를 알면서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됨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엄마의 죽음소식을 접하고 장례를 치른 후 부쩍 커버린 민경의 모습과 음식점을 준비하는 동생네의 모습, 그리고 자신도 서서히 생활의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 형으로 부터 간간이 전화로 통화해서 살고 있는 상황을 들려준다.  

언뜻 보면 완전 콩가루 집안이다. 아버지가 첫 결혼에서 낳은 형이 이복 형이란 사실 자체도 몰랐던 어린 시절 , 그의 매질 상대였던 나란 인물은 엄마가 바람을 피워 살림까지 하고 낳은 딸이 이복 여동생이란 사실도 모른 채 살았던 그 모든 시절이 형이 받았을 충격,  그리고 자신만이 유일하게 제대로 배웠지만 식구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삶을 살고 있었음에도 엄마의 존재는 결코 다그치거나 실망의 소리를 하지 않는다. 다만 묵묵히 밥만 열심히 해 줄뿐이다.  

하지만 이런 콩가루 집안에도 민경의 가출로 인해서 더욱 큰 위기와 가족간의 정이 확인이되고 엄마와 구씨와의 재회는 또 다른 엄마의 인생관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유해가 뿌려진 강에 가서 한 마지막 인사는 부부간의 사랑은 없었어도 인간 대 인간의 정이란 명제하에 자신들을 차별없이 거두고 키웠음을 암시한다.  

별 볼일 없던 아버지에 대한 연민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아버지에 대한 또 하나의 그리움으로 번지고 동생 미연이 자신의생부를 다시금 맞는 장면은 어쩔 수 없이 이어지는 혈육의 끈끈한 정을 보여준다.  그토록 먹기만하고 비굴행동을 일삼던 형의 속 깊은 엄마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뜨거운 것이 목에서 부터 치밀어오게 만든다. 

작가의 각 장면마다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필치는 유려하다. 정작 비참한 상황인데도 웃음코드가 연발적으로 나오게 하는 웃음속의 비극표현 묘사는 이 책을 읽는 묘미중의 묘미다.  

고령화로 뭉친 가족이 서서히 자신들의 둥지로 날아가기 위해 애쓰고 그 결과 자신의 둥지에 안착하기까지 겪는 사건의 일상은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 헤밍웨이를 등장시켜서 그가 쓴 소설의 배경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해 가면서 전개를 하다가 마지막에 헤밍웨이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지만 자신을 그렇지 않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던짐으로써 글의 완결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콩가루 집안의 좌충우돌  가족의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쉽게 읽히는 점은 제목이 주는 묵직함 속에 작가의 탁월한 필체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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