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박물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터키의 상류층 자제인 케말바스마즈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를 물려받아서 운영을 하면서 전 외교관인 아버지를 둔 서양의 문물을 흡입한 시벨이란 여인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회사에 들른 그녀와 함께 성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음에 언젠가 꼭 이 사람이 내 배필이려니 생각하고 있던 시벨과의 관계는 어느 날 그녀가 거리상점에 진열된 제니콜롱이란 표를가진 가방을 보고 몹시 마음에 들어하자 그녀를 위해 선물하려고 그 가게에 들르게 된다. 

그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먼 친척뻘되는 (핏줄은 전혀 섞이지 않은 아주 복잡한 혈연 관계) 18살의 퓌순을 본 순간 그녀의 발에 물들인 노란 매니큐어와 노랗게 물들인 그녀의 머리색깔을 보면서 사랑에 푹 빠진다.  

그 후 가방이 진짜가 아님을 알게 된 후 다시 들른 가게에서 그녀로부터 환불받을 돈을 다른 날 받기로 하고 그녀가 미인대회에 출전했을 만큼 아름다운 미모을 가졌고 대학시험을 치루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단 말에 엄마가 사둔 아파트 주소를 가르쳐주며 그 곳에서 거스름 돈과 자신이 수학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한다. 이 후 이 만남으로 인해서 둘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사랑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면 퓌순은 그에게 자신의 순결을 준다.  

하지만 예견된 대로 시벨과의 약혼식은 치러지게 되고 그 곳에서 퓌순 가족을 초대한 케말은 퓌순이 다른 사람과 춤을 추는 것 자체로도 질투를 느낀다. 다음 날이 바로 대입 시험임을 알고 시험자에도 가지만 발길을 돌리게 되고 이 후 그녀는 자취를 감춘다.  

회사일로 알게 된 형사와 그녀와 같이 미인대회에 출전한 친구 제이다에게 편지를 건네보지만 답장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벨은 시벨대로 방황하는 케말의 맘을 잡아주기 위해서 부부처럼 같은 방을 사용한다. 케말의 방황을 알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위치와 행복을 꿈꿨던 그녀는 결국 친구을 통해서 약혼 파기로 반지을 돌려보내고 헤어지게 된다.  

그 후 제이다를 통해서 건네받은 퓌순의 편지는 그녀가 살고 있는 추쿠르주마의 한 동네로 가게되고 그녀가 자신의 약혼식이 있은 후 얼마 안있어 친가쪽으로 친척뻘인 시나리오 작가 페리둔과 부모가 같이 살고있음에 청혼하려던 자신의 계획이 무너졌음을 알고 실망한다.  

하지만 그녀에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음을 알고 이 후 8년동안 일주일에 3~4번 정도 그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남편 페리둔의 시나리오와 퓌순 자신도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한단 걸 안 케말은 이걸 빌미로 영화사를 세우단 핑계로 계속 그녀의 집에 드나들 구실을 갖게되고 레몬 영화사를 차리게 된다.  

당시 터키의 불안정한 상황속에 검열을 거쳐서 만든 영화는 대성공을 거두게 되고 덩달아서 케말은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냉혈한 자본주의란 명칭을 듣게된다. 하지만 퓌순이 다른 배우와 연기하는 것을 반대한 페리둔과 자신의 의견으로 퓌순의 영화배우 데뷔는 이뤄지지 않고 페리둔은 영화배우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그 둘의 사이는 벌어진다.  

결국 레몬 영화사를 페리둔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퓌순과 이혼을 하게되고 케말은 퓌순이 원하는 대로 유럽여행을 하게 된다.  

여행을 가는 여정 속에서 이스탄불을 빠져나오면서 머문 호텔에서 약혼을 하게 되고 같이 밤을 지내게 된 다음 날 퓌순을 찾으러 호텔로 나온 케말은 퓌순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못하게 했던 당사자인 케말에 대한 원망을 듣게되고 홀로 거리를 걷고있는 그녀를 자동차로 쫓아가던 케말은 퓌순, 자신이 운전하겠다며 고집하는 바람에 운전대를 넘겨주게 된다.  

하지만 이 후의 퓌순의 눈 빛에 담긴 분노와 원망은 시속 105km로 플라타너스 나무를 들이받으면서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하게되고 케말은 오랜 재활 훈련을 거치면서 그녀와 함께 나눴던 모든 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자신이 그 간 돌아보고 참고로 했던 여러나라의 박물관을 참고로 하여 그녀가 살던 집을 박물관으로 바꾸게 된다.  

 사랑이란 단어는 참으로 묘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가슴아픈 사랑도 있고 동정과 연민으로 있다가 진실된 사랑으로 발전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집중하다 못해서 중독, 더 나아가서는 집착에 광기까지 더해지니 그 광대한 범위는 글로써는 표현이 되기가 쉽지가 않을 듯 싶다.  

30살의 케말은 터키에서도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부러워 하는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약혼자가 있음에도 18살의 퓌순에게 빠지는 인물로 그려진다.  

터키가 이슬람을 믿는 국가들 중에서 정.경 분리체제에 공화국으로 거듭난 데에는 아스튀르크 케말파샤의 노력이 있었음을 이 책에선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우리들에게 197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겪어온 터키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아파트에서 사랑을 나눈 후에 그녀의 귀걸이 한 짝을 보관하고 있다가 다시 만나게 된 후 화장실에서 두고 온 케말은 그 뒤 퓌순과 그녀의 어머니에게 확인을 해 보지만 보지 못했단말을 듣고 실망을 하는 순진한 면도 보인다.  

당시 이슬람이란 나라안에서 받아들여지는 여성의 순결에 대한 인식이 서구 문물을 배우고 온 일부 상류층 여성(시벨)에게는 하나의 거부 반응으로 인식이 되고 결혼 할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어떤 절차를 거치기 전에 서로간의 믿음 하에 관계를 매는 대담성을 보여준다. 이에 반하면 퓌순의 순결을 케말에게 준 점은 당시 상류층이 아닌 일반 가정의 이슬람 여성으로서는 확실히 대담한 행동이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만나 후에 8년간 퓌순의 근처르 맴돌면서, 그녀가 사용하던 빗, 귀걸이 , tv위에 있던 개 인형, 그녀가 피던 담배꽁초를 하나도 버린 것 없이 자신과 같이 관계했던 아파트에 하나하나 모아두었던 케말의 사랑관은 순수함과 더불어 강한 집착을 보여준다.  

심지어 그녀의 집에 있던 모과강판을 가지고 나온던 날, 계엄령 군인으로 부터 용도를 묻는 말엔 대답을 못하는 장면에선 그녀를 향한 자신의 사랑은 집착. 그것이 무엇이든지간에 다른 누군가와 자유롭게 이 세상을 공유하는 길로 이끌지 못했음을 인지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또, 이미 남의 부인이 된 퓌순을 바라보며 그녀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런 자신에게 대한 생각으로 집착적으로 사랑하지만 소유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서 작지만, 어떤 일부를 떼어내는 행복을 느낌을 가진단 표현(2권 168p)에선 상류층 친구로부터도 멀어짐을 자연적으로 갖게되고, 사업도 신경을 쓰지 않는 자신, 파혼뒤의 무성했던 뒷말을 상기할 때 케말의 희생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도 느낄 수 있다. 

그녀가 죽은 후 20년이 지난 후 오르한 파묵이란 작가와 함께 자신과 퓌순에 대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사용한 여러가지 물건들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그 집에서 책과 함께 모든 사람들이 유럽의 박물관만 구경할 것이 아닌 자신의 순수했던 , 한 여인을 일생동안 사랑하고 회상하고 그리워한 자신의 이야기를 관람객들과 나누고자 원한 케말의 바램이 드러나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 개인의 격동기 나라의 세태와 함께 격어온 자전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르한 파묵이란 작가가 그간 내온 책들의 속에 들어있던 내용들이 조금씩 보여주는 면도 들어있어서 읽는 동안 이 작가의 글을 접해 온 사람이라면 친근감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퓌순이 그림을 그리는 대목에선 "내 이름은 빨강"이란 책에서 다룬 원근법과 세밀화에 대한 기억이, 가끔 퓌순과의 상상을 펴는 대목에선 "하얀 성"의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부분, 그리고 터키의 중심가인 탁심거리나 그 밖에 익숙한 지명들은 그가 쓴 이스탄불이란 에세이를  , 자신의 책인 새로운 인생의 제목 등장같은 것을 포함한 일종의 종합세트격인 책이다.  

 터키를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이작가가 써 놓은 여기 저기서 보았던 터키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는 추억으로 만들어 준다. . 특히 그들이 즐겨마시는 라크(한국의 톡 쏘는 소주 맛보다 강한 느낌이라고 한다.)의 등장은 당시 한 잔 정도는 마셔줘야하지 않았을 까 하는 후회도 들게 하고 , 하루 종일 해바라기씨를 입에 달고 사는 그네들의 입담은 터키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정겨운 추억으로 잠시 그 곳에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또한 의외로 이슬람 여성들의 흡연 문화는 종교적인 성격을 볼 때는 또 다른 유연성을 내포하고 있단 느낌이다.  

터키인들의 소소한 생활상 부터 우리나라와 같은 1980년대의 모습과 그 시기를 우리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하나하나 캡쳐에 담긴 터키의 일상 생활은 순수박물관 바로 그 자체임을 보여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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