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민음사 모던 클래식 29
알레산드로 보파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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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코비츠는 동물의 이름이다. 한 가지의 동물 이름이 아닌 여기 수록되 있는 20가지에 나오는 종에 따라서 이름이 같다. 그의 여친, 혹은 아내이면서 환상에서 꿈꾸는 암컷의 이름은 리우바. 그 외의 친구들, 혹은 경쟁상대로 나오는 페트로빅. 주코틱, 로페즈가 나온다.  

제각기 다른 비스코비츠라 불린 동물들의 특성을 인간의 삶에 비추어 보게끔 만든 우화이다.  

일년 중 8달은 깊은 잠에 빠져사는 겨울 잠쥐는 아내외에 자신이 만든 환상의 암컷 리우바를 만나게 되지만 결국은 자신이 실체가 아닌 실존의 리우바가 생각해 낸 허상의 꿈에 지나지 않는 존재임을 깨닫는 얘기다. 자웅동체인 달팽이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끝에 수돗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른 달팽이의  존재로 오해를 하고 결국은 제발등찍는 행동을 한다.  

아빠의 존재를 엄마의 말로난 듣고 태어난 어린 사마귀는 아버지가 남긴 여분의 양분을 받음으로써 그나마 희미한 아빠의 존재를 느끼고 감사하게 여긴다. 하지만 환상적인 암컷 사마귀 리우바를 만나면서 다리와 가슴을 차례대로 잃고 마지막 남은 다리마저도 없어지면서 눈이 없음으로 해서 그녀를 더 이상 볼 수 없으며, 촉각이 없는 탓에 냄새를 맡지 못한다. 이젠 머리마저 잃은 신세로 전락한 가여운 수컷 사마귀의 일생을 나타내준다.  

둥지를 짓고 살던 되새는 근처 친구로부터 뻐구기의 번식기생 습성을 듣게 되면서 부인과 교대로 자신의 알을 지킨다. 사흘내리 지키다 지친 아빠 되새는 리우바에게 새끼 알을 맡기고 잠시 먹이를 여분으로 남겨둔 곳에 간 그 곳은 이미 자신의 몸보다 큰 뻐꾹 비스코비츠가 있음은 물론 리우바와 나머지 새끼들도 "뻐꾹"이란 이름으로 아빠에게 인사를 한다.  

냉정한 승자의 세계에 따라 모든 암컷을 차지하는 엘크의 수컷입장에서는 피 흘려 승자의 쟁취를 이루고서 발정난 암컷에게 자신의 뜻대로 하고자 하나 우두머리 리우바 암컷에게 승자로서 암컷에게 해줘야 할 일을 듣게 되고 연이어 일어난 살쾡이, 동적 두 마리를 상대해서 물리치기, 사냥꾼 유인해 무리 돌보기를 모두 끝내고 비로소 완전한 자신의 세상을 갖게 되지만 이미 때는 발정기가 끝난 상태, 다음을 기약해야만 하는 운명을 나타내준다.  

지독한 냄새를 맡고서 쇠똥을 굴려 자신만의 자식과 세계를 구축하는 법을 아빠 쇠똥구리로부터 듣고 자란 아들 쇠똥구리는 힘을 키워 자신만의 퇴비 장소도 갖게되고 아름다운 풍뎅이를 만나 결혼을 청하게 되지만 암컷 풍뎅이로부터 이렇게 지저분하고 더러운 풍뎅이는 처음 본단 소리에 자신의 태생을 알게 되지만 돌아 갈 수 없게 된 상황을 느낀다.  

엄마로 부터 누누히 "네가 누구인지 늘 기억해라, 넌 돼지다,"란 말을 듣고 자란 새끼 수컷 돼지는 인간들의 결혼식 날 인간들이 춤추는 댄스파티에서 리우바를 만나게 되고 이를 눈여겨 본 상인에 의해 서커스단에 팔려가게 된다. 거세를 당하고 리우바에게도 배신으 당한 돼지는 유산 상속을 노린 어는 노부인에게 팔려가 유명인사가 되는 일을 겪는다. 

인간들에 의해 실험에 필요한 쥐로 생산된 실험쥐는 우여곡절 끝에 다른 용도로 쓰이는 쥐들과 함께 탈출을 하게 되지만 결국 돌아가게 된 곳은 예전의 실험실에서 멀지 않은 실험실에 오게 됨을 알게된다.  

행복한 앵무새는 사랑고백과 함께 부인과 함께 살게되지만 어느 새 자신이 다른 라라와 바람을 피운단 사실을 부인에게 고백하게 된다. 이에 부인 앵무새도 자신도 마찬가지로 라라와 사귄다고 말하면서 라라에게 선택을 하라 하지만 결과는 자신이 버림을 받게된다.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뒷말인 행동~ 뿐... 

큰가시고기들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느러미나 아가미 같은 것으로 표현을 하지만 그것도 한계를 느끼게 되고 적게 말할 수록 좋다는 사살만 확인 할 뿐이다. 어느 날 수족관에서 만난 리우바를 만남으로서 행복을 느끼게 되지만 이는 종이로 만든 물고기란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관계가 편해졌고 대화가 훨씬 쉬워진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태생부터가 상대를 죽여야 자신이 사는 생태계를 지닌 전갈은 이런 생활을 벗어나고자 발버둥치지만 여지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마는 생활로 돌아간다.  

병정개미로 태어난 개미는 비약한 몸과 냄새를 못 맡는 자신의 약점을 이용해서 각기 다른 개미들의 소굴에서 정보원 노릇을 하게 되고 여왕의 관심을 끌기까지 한다. 왕의 자리에까지 오른 개미는 자신의 동상을 건립하게 되지만 무게에 못이긴 동상이 흔들리자 차례대로 여기저기 신체 부분을 잘라내야만 하는 경우에 이르렀지만 결국은 죽음을 면치못한다.  

자기 자신조차도 누구인지 몰라보는 카멜레온의 세계, 먀약국의 마약탐지견으로써 살아온 개가 발정난 늑대 암컷을 만나 범인을 추격하면서 벌어지는 살벌한 세계와 마약없인 살아갈 수 없게 된 자신의 처지, 끝내는 마약에 손을 대는 부당한 행동뒤엔 자신의 행동을 정화하기 위해서 수도승들이 있는 수도원에서 수련하는 면을 보인다.  

아내, 할머니, 형제들을 잡아먹은 아빠 상어의 얘기를 들은 아들 상어는 놀러온 라라를 그녀의 아이들과 함께 아빠도 같이 잡아먹는다. 

여왕 벌과의 생활에 한계를 느낀 벌은 다른 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벌을 생산해내고 이들마저도 경쟁관계로 굳어지자 자신이 모습을 밀랍으로 만들어 버린다.  리우바로부터 밀랍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에 자신의 자식들조차 같은 모습일까 걱정되던 날 홀로 혼인 비행시 밀랍이 녹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주위 벌로부터 밀랍사실이 들통이 나게 되고 자식들도 같은 모습임을 알고 쫓겨나게 된다.  

자웅동체인 해면동물의 조상은 체계가 복잡해서 어떻게 설명이 안된다. 자신의 몸이 할머니,이모 동생 , 엄마의 뿌리를 두기 때문이다. 조류에 휩쓸려서 이리저리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의 뿌리를 거두지 못하는 해면의 애환을 보여준다.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고자 노력은 했으나 어느 새 나도 모르게 감쪽같이 다른 자식을 키운 되새의 경우엔 치열한 경쟁의 구도에서 아무리 조심을 하다 해도 헛점만 보이면 자신이 이뤄놓은 경지의 세계도 가차없이 짓밟힐 수 있는 비정의 세계가 그려지고 있다.  

육식동물인 사자가 초식동물로 살아가기 위해서 가젤을 따라서 여행하는 이야기, 다기포 유기체로서 분열과 다른 이웃을 죽이는법을 터득해 가는 세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상의 우화처럼 인간의 사회에 빗댄 우화적인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환상에서 뻐져 허우적 대는 겨울 잠쥐. 암컷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줘버리는 사마귀는 인간들의 희생양에 대한 댓가를 그려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우화는 엘크와 마약견의 얘기다.  

언뜻 보면 엘크의 경우엔 집안의 가장으로서 험한 경쟁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자 무수히 노력은 하다가 은퇴 후엔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아내, 자녀들로부터 받는 소외감을 연상 시킨다. 또한 마약견의 경우엔 철저히 길들여진 마약견으서의  역할을 다하고 은퇴한 뒤인 자신의 처지가 오히려 마약에 길들여져서 그것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는 한계성을 드러내 준다. 
정당의 행위로서 체포를 하려는 늑대 암컷의 행동을 저지하고 오히려 잡아가게끔 하는 행동엔 어는 영화에서 보는 듯한 노련미와 좋은게 좋은 것이란 논리로 타협점을 찾아가는 인간의 군상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겉 허울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고 정화하려는 의지로 수도승들이 있는 사원에서 수련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소통의 부재를 나타낸 가시고기의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의 복잡하게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세상에서 무수히 태어나고 사라지는 말이 많지만 실은 그 안에서 이뤄지는 진정한 소통으로서의 말은 존재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외모지상주의가 우선시 되는 현상에 대한 실정을 벌에 대한 비유로 꼬집어주고 있다. 태어난 태생이 잘 생긴 벌이지만 그로 인한 어려움에 자신의모습을 밀랍으로 바꿔버린 벌의 현실에선 오히려 밀랍이 녹아진 후의 모습이 추한 모습으로 비쳐져 다양한 외모의 기준으로 인한 피해를 얘기해 준다.

이처럼 각 우화 속에는 동물들이 타고난 환경을 토대로 작가는 생태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이것을 되집어서 인간의 생활로 대변해 볼 수 있는 글 솜씨를 보여준다. 되새의 뻐꾹 인사법이나 상어의 부모 잡아먹고 나서의 대화는 유머가 포함된 시의 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전공도 동물학과 관련된 것을 했고 마약견의 얘기엔 자신이 한 때 동남아에 머물던 것을 배경으로 삼는등,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어른을 위한 우화란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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