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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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살의 박선녀는 빼어난 미모와 운동신경으로 학창시절 수영선수로 뛰다가 엄마의 가게일을 돕던 어느 날 모델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의 명함을 받게 되고 찾아가면서 인생의 길이 바뀐다. 모델일과 아르바이트로 조마담을 소개 받게 되고 프리랜서로서 밤일을 하게 될 쯤 룸쌀롱 개념의 술집이 유행하면서 새끼마담의 길을 걷게 된다.  

손부장의 권유로 호텔안에 룸쌀롱을 하게되고 홍양태란 조폭의 두목과 거래를 하게 되면서 사업은 번창하게 되고 조마담과 함께 부동산에 눈을 뜨게 되면서 돈을 모으게 된다. 여기엔 부동산 업자로 취직시험을 준비하다 이 길로 들어선 심남수란 남자를 알게되고 그의 소개로 떼기를 거치면서 연인관계로까지 가지만 심남수의 일본행을 앞두고 그와 헤어진다.  

어느 날 , 호텔의 영업장소가 다른 조폭에 의해서 그 지역의 관할권이 바뀌었단 사실을 알게되고 조마담 밑에서 일한 시절 알게 된 중앙정보의 간부인 윤무혁의 도움을 통해서 호텔의 룸쌀롱을 접게 되고 김진이란 60대의 회장을 만나고 그와의 사이에 진희란 딸을 둔채 그의 정부로 살아간다. 김 회장으로부터 받은 건물의 수익과 김회장이 세운 백화점의 지하에 아동 매장을 겸하고 있던 차 그의 둘째 며느리의 생일에 맞춰서 백화점 건물로 들어서게 되고 백화점이 붕괴되면서 깔리게 된다.  

김진 회장은  일제시대때 가족을 따라 만주 봉평에서 자란다. 그 곳에서 헌병분견대에서 일하는 김창수를 알게되고 그와 함께 밀정노릇을 하게된다. 해방 후 고국에 돌아와서 우연히  만주에서 같이 일했던 이희철을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미군 CIC요원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이후 대한민국 정부수립, 제주 반란사건, 여순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뒤에서 소리없이 돕다가 준위로 예편하게 되고 사업에 손을 대면서 외국인 임대 아파트땅을 불허받으면서 그것이 규제가 풀리게 되자 건설회사를 차린 끝에 대형 아파트와 백화점을 건설하기까지 오게된다. 백화점이 붕괴되던 날 이상징후를 논의하고 있던 차 가까스로 아들과 피신해 나오게 되지만 자신의 앞엔 빈 하늘만 보인 땅을 보게 된다.  

조폭인 홍양태는 어릴 적 부터 끼가 있어보였고 소년원을 들락거리면서 거리의 조폭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같은 동향출신인 강은촌과는 자신이 거느린 부하들과의 싸움으로 앙숙으로 번지게 되고 이는 먼저 서울에 올라와 무교동에서 자리를 잡은 홍과의 긴 세월을 서로 세력확장과 보스간의 이간질과 이해관게에 얽혀들어가 자숙과 앙숙의 긴 세월을 보내고 때론 서로 필요에 의해서 돕다가도 바로 적대적 관계가 되는 인생의 세월을 걸치게 된다.  

백화점 직원인 임정아는 쉬는 날임에도 대타 근무로 백화점에서 근무하던 중 백화점의 붕괴로 깔리게 되고 주의의 박선녀와 그녀의 매장 직원인 또 다른 사람과 사투를 벌이다 17만에 구조되는 기적을 일구게 된다.  

황석영 소설가의 글을 접한 것이 학창 시절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장길산"이란 책이었다. 굴곡진 민초들의 억울한 삶을 때론 홍길동 처럼, 때론 아련한 사랑에 목마른 그 시대에 맞는 사랑의 글을 쏟아낸 작가의 전력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긴 밤을 세워서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 후에 개밥바라기, 바리데기 같은 우리의 지난 시절과 전설적인 이야기를 현대 감각에 맞게 써 놓은 글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전혀 놓치지 않는 순발력의 글 솜씨는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가 분들 중 한 분이다.  

이번에 나온 "강남 몽"은 말 그대로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를 강남이란 지역을 토대로 그 안에서 각 개의 인간들이 서로 관게를 맺으면서 허무하게 무너져가는 인생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역사 공부를 함에 있어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현대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여긴에 그간의 일제 해방 부터 조선 남로당과 김구, 이승만, 전쟁, 신탁통치에 대한 역사인식과 그에 따른 행동, 5.16혁명, 그리고  배밭이나 채소밭 일색이었던 강남을 제 3한강교의 세워짐과 더불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부동산 업자간의 보이지 않는 돈 불리기 작전이 백화점 붕괴와 맞물려 연결이 되어 가고 있다.   

부동산에 있어서의 복잡한 집 하나 마련할 구실로 너도나도 온 가족을 동원해서 딱지 한 장 얻기 위해서 노력했던 정아의 부모 이야기는 그래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이  그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 굴레안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사이클이 돌고 있음을 말해준다.

등장인물  중에서 현대사에서 굵은 사건의 획을 그었던 사람들을 다른 이름으로 내세워 그 시절 나라의 방침과 암투를 그린 대목은 작가의 말처럼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살이가 어쩌면 꿈과 같이 덧없는 가상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했듯이 현재의 강남의 땅 시세라든가 생활수준이 강북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도 격의가 없는 그런 시대가 오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고 나니 꿈이더란 말같이 서로 다른 처지에 있으면서 각기 품어온 꿈(박선녀, 임정아)이 소박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오늘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강남몽에 대한 작가의 경종을 울린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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