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편지 - 규방에서 진 부용꽃, 허난설헌
류지용 지음 / 동아일보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작가가의 상상력으로 만든 전적인 허구의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허난설헌에 대해, 그리고 그녀의 동생인 허균의 이름과 시대적 상황만 차용했을 뿐 작가의 상상을 더해서 구성된 이 글의 내용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자신의 큰 재주가 있음에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쓸쓸히 간 허초희의 이야기다.  

일찍 아버지인 허엽은 송도삼절의 하나인 화담 서경덕과의 교류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선비다. 그런 아버지 곁에서 자란 허초희는 여자아아라 하나 아버지가 여식의 비상한 재주가 있음을 간파하고 적.서자의 구별없이 글에 뛰어난 재주가 있는 서자 출신의 이달을 스승으로 모시게하고 글과 시를 배우게 한다. 서자이기에 원대한 사내장부의 꿈을 펼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술과 방황으로 세월을 보내는 스승을 보면서 당시의 서자의 서러움도 알게 된 그녀는  자신도 동생 균과 같이 남장을 하고 서자의 모임인 시화에 참가를 하게 된다. 적자 출신이되 서자들과의 교류를 해 온 허균의 의식은 나중에 한글소설을 쓰게 된 동기를 부여하게된 경위를 시대적 상황과 제도에 맞물려 보여준다. 그 곳에서 고려왕조의 몰락후손인 왕 견을 사모하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되지만 당시의 결혼 풍습이 고려시대에서 행해온 제도가 일순간 명의제도를 받아들임에 따라서 여자가 시댁에 들어가는 혼란을 겪게 된다. 이에 초희는 그녀를 사모하게된 김성립에게 시집을 가게 되고 규방여인들이 즐기는 책비의 이야기엔 관심이 없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의 세계를 추구하게 된다. 두 아이를 잃은 어미의 마음과 시어머니와 남편과의 갈등으로 말미암은 마음의 상처로 쓸쓸히 생을 마치게 되는 그녀의 일생을 그렸다. 

적극적인 성격의 초희를 설정한 것과 그녀의 재능을 미리 알고서 키운 아버지의 미래안적인 제시 방향이 시대적인 방향과 맞물렸다면 신사임당과는 또 다른 이미지의 한국 여인상이 구축됬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소 파격적인 남장을 하고 남성들과 어울려 시를 논하는 장면은 작가의 상상력의 극대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느 끼를 발산할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신사임당이 전형적인 조선의 어머니상이라면 난설헌은 그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현대의 페미니즘적인 여인상을 보는듯 하다.  

동생 균과의 대립적인 시구를 논하는 장면이나 그에 상응된 의식의 발로로 시댁에서 행하는 행실 자체는 그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분위기였고,더욱이 번번이 과거시험에 떨어지는 수모를 당하는 남편은 부인에 대해서 더욱 위축감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다소곳하고, 따뜻한, 그래서 자신의 맘을 감싸줄줄 아는 여인상을 원했던 남편의 입장에선 칼 같이 날이선 그녀의 존재 자체도 자신의 무력감을 더욱 돋보이게 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가정불화의 한 원인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이 글에선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여기엔 마동이란 하인과 섭섭이가 차지하는 노비의 생활로 인한 신분의 한계도 보여준다. 마동을 사랑하는 섭섭의 단순한 가족을 이루며 자식을 낳아 살아가고자 하지만 마동은 일찌감치 주인곁에서 보고 들은 것으로 말미암아 자신대 까지만 노비로 남고 후손에게는 이런 비참한 생활을 불려주고 싶지 않은 비장한 결심을 하고 살게 한다. 섭섭이가 아이와 함께 죽고 나중에 다시 허균과 난설헌의 죽음으로 그 집을 나오게 되지만 여기서도 난설헌이 처한 규방여인네의 한계에 다다른 구속감과 더불어 마동의가 느끼고 겪는 노비로서의 구속력도 어쩌면 인간으로서  제때 감정의 발산 자체를 막는 제도적 모순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군데군데 글 내용속에 난설헌이 남긴 시의 구절이 섞여있어서 그녀의 재주가 사실상 이른 나이에 죽어갔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시대에 따른 당파싸움에 휩쓸린 대신들의 이론 싸움과 제대로 적자가 조선왕조의 계승을 하지 못한  한계점을 드러낸 점, 이에 대항하려 했던 서자들의 몸부림이 한데 어우려진 소설로,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정면으로 드러낸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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