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카미노 데 산티아고- 

처음 이 말을 들었던 것은 TV에서 소개하는 여행지 안내 프로에서 처음 접했다.그 후 신문에서 모 대기업 간부가 한 달간의 휴가를 내고 완주했단 기사를 접하고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됬다. 종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평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장소중의 하나라고도 하고, 그간 접해왔던 이슬람 성지순례나 이스라엘의 성지순례는 많이 들어왔어도 스페인의 이곳은 내겐 무척 새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그저 배낭에 필수품만 챙겨서 무작정 걸어서 가는 긴 여정의 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무척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됬다. 작가 서영은_  소설가이자 소설가인 남편 김동리의 부인인 정도만 알고 있던 내겐 이분의 이 여행 순례기가 나와의 처음 만남이다. 그간의 이 분의 작품을 아직 읽지를 못하고 있던 상태에서 이 여행기는 소설가로서 어떤 필체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지도 궁금해일까? 아니면 타 종교에 대한 순례기라서 흥미를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차지하고있는 소설가로서의 위치, 각종 심사위원으로서의 소설을 선정하는 책임감, 개인적으론 가족내에서 일고 있는 여러 힘든 관계속에서 계획은 하고 있었지만 선뜻 나서지 않았던 산티아고 순례기를 치타란 제자와 함께 동행하면서 그 여정을 담아낸 책이다.  

세 번째나 다녀온 치타이기에 길을 훤히 알고 있었고, 필요한 품목이 무엇인지에 대한 충고, 헤어스타일까지 조목조목 알려주는 대목은 준비 과정에 있어서도 버리기 쉽지 않은 버림의 자세를 배우게 한다. 국내에서 지칠대로 지친 그녀이기에 고독하라, 지칠만큼 고독하라란 구절이 걷는 산티아고의 길을 가면서 내내 뇌리에 떠나지 않을 말인듯 읽는 내내 나도 함께 그 여정을 시작했다. 

처음 도착한 베트남에서의 망고 먹은 일이나, 프랑스에 도착해서 레스토랑에서 망고 처리한 일은 여행의 전초전인 것 만큼 신선함을 느끼게 되나 점차 이룬에서 도착해 본격적인 크리덴셜 소지 카드를 발급받음으로써 본격적인 묵상의 길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여행에서 갖가지 에피소드를 엮은 감상을 적어내려간 이 순례여행기는 치타와의 서로 다른 감정 공유때문에 겪는 갈등의 묘사가  군데군데 나온다. 여행은 혼자만의 길을 감으로써 보다 자신의 내면을 알 수 있는 계기도 되지만 동행인이 있다면 본격적인 갈등의 구조도 겪게 마련인 이 절차를 작가는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보이고 있다. 치타의 관심이 알베르게에 머물면서 박물관, 미술관, 미사를 하는 것이라면 작가는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는 감정에 맡겨서 자연적인 현상을 느끼고 자신이 믿는 하나님에 대한 말씀을 느끼는 체험적인 것에 중점을 둔 점이 서로간의 갈등을 야기시킨다. 이를 모자를 사라는 말로 비유해서 돌려말하는 치타의 감정을 긴장하는 내내 유지시켜가면서 때론 서로 길이 어긋나 다음 날 경찰까지 대동하게 한 사건으로 번지게 되지만 결국은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서 같은 길을 바라보고 치타의 모자를 구입하란 권유를 받아들이는 자신의 태도 변화를 더함이 없는 글로 표현한다.   

오비에도에서  카페에 들러 김동리와의 인연, 무심히 대했던 엄마에 대한 불효의 한, 형제 자매에 대한 인연의 개인적인 감정들이 모두 한꺼번에 폭발한 느낌을 준다.

먼저 간 사람들의 배려, 혹은 이 길을 가라고 표시해준 노란 화살표 방향이 알려준 대로 가는 동안 작가의 내면의 하나님 말씀을 듣는 경험은 그녀를 기존에 있었던 집착에서 놓아버림을 알게 해준 새로운 인생의 제시 방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와서 40일간의 기도 기간이나, 조카에게 짐을 벗어나게 해 준일 , 김동리와의 인연을 모두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데 있어서 용기를 준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결국 누구나 인생에 있어서 마음 한 구석엔 저마다의 화살표가 들어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화살표의 색깔이 노란색이건, 빨강이건, 흰색이건 간에  자기만이 품고 있는 화살표를 갖고 있음에도 정작 현실에서 그것을 꺼내어서 대담히 새로운 인생의 좌표로 사용하기엔 우리네의 현실이 각박하고 그것을 벗어나기 어렵단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 작가의 산티아고 순례기는 몸부림 칠 정도의 고독이란 친구를 함께 동행으로 함으로써 그간 자신의 주위와 자신의 각오를 다지는 이정표가 아니었나 싶다.  

종교적인 차원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가 있다. 템플스테이에서 자신과의  묵상, 묵언, 108배와 탑돌이를  함으로써 혼탁한 자신의 맘을 다스리는 법, 성지 순레를  통한 예수님의 발자취와 선교의 발자취를 더듬어 봄으로써 심신한 신앙을 돋우는 일등이 모두 여기에 속하지만 순수한 자발적인 육체적인 자신의 몸만 이용해서 (때론 버스도 이용하기도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서 가는 길도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는 내내 조용하던 길의 침묵이 점차  목적지에 도달하면서 사람이 많아지고,오히려 경건해야 할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기념 의식절차를 보는 과정은 동요없는 맑은 샘에 돌 하나가 던져주는 작은 파문의 느낌을 들게 해 준다.  

지금도 이런 순례기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 듯한 책이지만, 읽는 도중 내가 믿고 있지 않은 종교다 보니 곳곳에 하나님과 만난다는 얘기나, 책 속에 인용이 되는 성경의 이야기는 이야기의 흐름에 적지않은 방해를 받았단 생각이다. 같은 종교인들이 봤더라면 좀 더 심도있는 이야기 순례가 될 듯도 싶지만 내가 읽어가기엔 좀 지루했단 느낌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노란 화살표가 제시해 준 길을 따라 나선 이들의 동행기는 우리가 사는 인생의 연장선이고, 그 연장선에서 과연 어떤 다른 노란 화살표가 제시를 해 준 길로 들어서기까지 설레는 맘으로 가는  짧다면 짧고 , 길다면 긴 막간의 길 통과 의례식을 거치면서 더욱 다부진 나로 거듭나게 하는 길인 것 만은 틀림없다는 사실이란 생각을 한다.  

간간히 작가가 지나쳐 오는 길에서 느끼는 감상을 적은 구절은 읽는 내내 나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일종의 공감을 느낄 수 있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더 늦기 전에 한 번은 꼭 도전해 보고 싶은 맘이 들게 한다.  

*****  자동차로 달리는 속도로 무엇을 진정으로 바라보는 것은 블가능하므로 편안함을 추구 할 때 우리는 그만큼 잃는 것이 많다. 

*****  노란화살표 선택이 아무것도, 그 누구도 일단 존재했던 모든 것은 절대로 완전한 무(無)로 돌아가는 일이 없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완전한 무( 無 )란 없다. 다만, 잃음을 내포한 없음. 없음을 내포한 있음이 계속 생성과 소멸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없는 것은 다만 "나였던 존재"일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