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 지음, 양현모 사진 / 누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작가는  돌아가신 20년이 지난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후회, 그리움에 대한 감성을 글로 써 내려갔다. 

일본에 촬영차 머물던 중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듣는 것 부터 시작된 글은 어머니와 이승에서 헤어지기까지의 장례절차가 세세하게 나열이 되어있고, 형제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입관을 하고 얼굴만 내민채 계신 엄마에 대한 인상을 남긴다. 곁에 계실 땐 몰랐던 엄마의 싫었던 행동이나 말투, 아버지의 묘지에 가면 어김없이 눈물을 쏟곧 하던 엄마의 모습, 연세 드시고 세월엔 장사가 없단 말이 여기에 있단듯이 두 다리의 퇴행으로 맘미암아 말년에 뒷방 어머니로서 살아가셔야 했던 모습이 그려진다. 자식 셋을 먼저 보내고 6형제의  입성 때문에 하숙을 치러야만 했던 48살의 어머니의 모습 표현에선 치아가 빠져도 틀니 조차 할 여유가 없던 탓에 항상 남 앞에만 서면 입을 가리고 웃으셔야 했던 우리네 고달팠던 엄마들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학창 시절 친구들의 젊은 엄마 모습과 비교해 자신의 할머니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엄마가 싫었던 점, 그런 엄마에게도 화장을 하고 영정 사진을 찍은 모습에선 여인의 모습과 23살 적의 상상도 할 수 없는 엄마의 모습을 표현한 편지를 받고서 그런 시절을 보지 못하고 자란 자신의 성장과 한 때나마 엄마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단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자신이 술 마시고 오면 어김없이 설탕물을 타주면서 잔소리 하던 엄마의 모습이 자신의 아들이 대학생이 되어 술에 취한 모습으로 들어 온 모습을 보고 꾸짖는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며 느낀 엄마에 대한 회상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자신 또한 세월을 거스를 수 없기에, 10여년간 잘 사용해 오던 윗 치아를 뽑고 거울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돌아가신 엄마의 모습과 같은 것을 발견한 대목은 가슴이 저며온다.  (나이가 듬에 따라 어찌 우리네 모습은 부모의 모습과 판박이가 되 가는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단 생각을 해 본다.)

또한 엄마의 손 모습 표현에선 커다란 광부의 손- 곱디고운 20살에 시집와 혹독한 호랑이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 아들을 못낳고 있었던 괴로운 심정 속에 남에 내려와 고생한 일,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 힘든 살림을 하느라 못생겨진 그 손은 후천적인 노동, 수고, 길쌈의 대가였단 구절엔 힘든 시기를 견디어 살아온 우리의 모든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 여운을 남겨준다. 

독실한 신앙 아래 각 성경 구절을 삽입해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 자신도 충실한 삶을 사셨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글이 비단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회상만은 아닐것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언젠가 헤어지게 되는 이별 앞에서 그것이 점차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현실적인 시계의 분침의 소리처럼 다가옴을 느끼고 있지만, 아직은 아닐 것이란 애써 외면해 온 우리네 자식들의 맘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하다.  

부모님이나 조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헤어진 사람이라면 장례 절차 장면에선 그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느낄 만큼 후회의 감정과  조그마한 육신의 모습으로 염을 하는 모습에선 지금이라도 후회없는 효를 다해야겠다는 맘을 먹게 되면서도 현실적으로 바쁘단 핑계로 이리저리 외면하고 사는 우리의 행동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된다.  

효도하고 할 때는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단 말이 있듯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이젠 더 이상 흘러내리질 않아도 , 새록새록 날이 갈수록 돌아가신 분이 해 놓은신 것들 중 집 수리한 것이라든가 , 시장에 제철 과일중 좋아하는 과일을 보거나, 뒷 모습이 너무나 닮아서 한 걸음에 달려가 앞 모습을 확인한 적은 없는지?  

 유달리 맛나게 잡수시던 그 분들의 모습이 생각난다는 것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내리 사랑을 베풀다 돌아가신  우리네 모든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더해져 오는 감정이 아닐까 , 이 책을 덮으면서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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