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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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초혼, 아빠는 재혼인 관계에서 나는 어진이란 이름으로 태어났다. 평생을 형광등은 달려 있어도 떳떳이 켜고 살지 못했던 어린 시절- 아빠는 어딘가 늘 떠돌아 다녔고 그런 아버지를 기다리는 엄마의 입에선 항상 분풀이겸 매질의 대상은 나였다. 벽장 속에 갇혀 있기도 하고 아버지를 찾아 떠난 다닌 구실로 자신의 온 몸을 칭칭 동여매서 하늘을 친구로 벗삼아서 누울 정도로 매달아 놓고 떠나기도 했던 엄마는 제때 아버지가 오는 시기가 지나면 모든 화풀이겸 넉두리의 대상이 언진이었던 글 중의 화자는 사기꾼으로 지내는 그를 끊임없이 추적하는 조형사의 시야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도 엄마요, 훗 날 아빠가 병으로 집에 누워 있을때도 번갈아 가며 집 밖을 나돌아 다녔던 엄마는 조형사에게 아빠의 존재를 감추기 위한 방패막이로 제격이었다. 

 아빠가 돌아온 후 어김없이 나갔다가 얼마 안 있어서 들어온 엄마는 그 일이 반복이 되고 아빠가 들어와도 다시 나가는 행동을 보인다. 그런 와중에 아빠는 돌아가시면서 전처 소생의 의붓언니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게 되고 자신 또한 시어머니와 남편의 냉정한 무관심에 지쳐가던 때에 아버지가 적어 놓은 주소를 가지고 의붓언니 수진인 안성댁을 찾아가게 된다. 그 곳에서 머물면서 일을 도와 주던 중 언니와 그의 어머니가 집을 옮길 적 마다 어김없이 찾아온 자신의 어머니 얘기를 듣게 된다. 나중에 그들의 행방을 쫓아 그들의 집을 찾아 오지 않게 되자 오히려 그녀의 어머니가 있는 수원 근처에까지 이사를 하면서 자신들의 거처를 알리는 일로 변해 버렸지만 그 후론 찾아오지 않았단 말. 그 일로 인해서 일찍  돌아가신 자신의 엄마의 행동을 보면서 아마도 아빠가 엄마와 이혼 한 후라도  자신들에게 말을 걸어준 이도 어진의 엄마요, 점차 그녀를 기다리면서 결국엔 이혼이란 법적인 서류아래에 도장을 찍었지만 결국엔 아빠와 연결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엄마는 깨닫고 있었단 말에 어진은 그간의 엄마의 아빠에 대한 의부증으로 번진 행동과 그런 아빠를 미워하면서도 조형사에게 끊임없는 그녀들의 이사간 주소 추적 부탁과 함께 아버지를 숨겨주기 위한 구멍을 마련했단 점, 아빠가 죽은 후 빚쟁이들을 피해서 도망다녀야 했던 기구한 운명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게 된다.   

안성댁 자신 또한 그녀의 엄마를 피하기 위한 구실로 산골 마을에 들어가 함바집을 하면서 알게된 박창호란 사람과의 인연을 겪게 되면서 그가 바람을 피운단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그들을 찾으러 가지 않는 이유를 자신 또한 비대해진 몸덩어리로 엄마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까봐 그런 행동을 안한다는 말에 언진은 그녀의 이복 언니가 살아온 인생과 자신의 결혼 생활을 반추한다.  

엄마가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인 "누가 오나봐요"란 말이 수진의 엄마에겐 가장 반가운 말이란 말엔 서로가 다른 방향으로 살아온 그녀들이 겪었을 사람에 대한 지독한 무서움과 정에 굶주림을 대비 시킴으로서 집에 모두 같이 살고 있으되 빈 집과 마찬가지인 , 서로 각기 다른 생각으로 살아 간 여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언진이 불행한 결혼 생활을 박차고 수진을 찾아 떠나 함께 의지하면 묻어가려 했던 인생의 길에서 안성댁이 보여준 행동은 바다이지만 사막이 있다는 말로 인생의 가장 끝바닥까지 가 본 자신이 더는 만나 볼 사람도 없단 말로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되고 비로소 온전한 하나의 자신,  혼자만 남았다는 생각을 한 언진의 모습은 오랜 시간 자신을 학대하면서도 아빠를 돌아오게 만든 방패로 삼은 엄마의 표독스런 행동 뒤엔 아빠를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는 필사의 노력을 나중에야 알게된 입장이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그래서 집을 나간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서 생각하고 행한 행동은 그것을 바라보고 살아간 어린 소녀가 홀로 빈집을 지키고 살면서  한가닥 희망으로 언젠가 엄마가 돌아오겠지 하는 맘과 한편으론 혼자만의 생활을 오히려 즐기는 그녀의 내면의 갈등이 잘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객주라든가 아라리 난장, 홍어란 작품에서 보여지던 떠돌이 사람들의 행로가 어떤 목적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길을 따라 나선 여정이었다면, 이 빈집은 그 안에 식구들은 살고 있으나 마음만은 각기 다른 생각으로 떠돌아 다니는 인생의 여정들을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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