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소디 인 베를린
구효서 지음 / 뿔(웅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두 갈래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야기 속데 또 다른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연결되어 이루어진 글이다. 
그간 일제 식민시대를 겪으면서 원치 않았던 , 생존을 위해서, 강압에 의해서 고국을 떠나서 살아가야 했던 우리의 조상들의 한이 서린 얘기를 18세기에서 부터 시작해서 현재에 흘러들어오기 까지 긴 흐름의 강을 작가는 음악이란 매개를 소재로 해서 엮어냈다.

일본인 하나코는 약사이자 60이 넘은 여인으로 40년 전에 헤어진 첫 사랑 야마가와 겐타로. 한국인 2세로 한국명은 김. 상.호 - 자살이란 죽음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그가 홀연히 아무 언질도 없이 일본을 떠났고 독일로 유학 갔단 소릴 듣고서 처음이었다. 그것도 자살로서 생을 마감한 그에게  , 그가 남긴 다섯 줄의 유언 가운데 두 줄의 문장(" 아 , 이것은 모질지 못한 것이다. 모진 짓일까, 내가 늘 찾던, 내가 평생 가 닿고자 했던 곳이 하나코였다는 사실을 못내 고백 하는 것")이 과연 하나코 자신에겐 어떤 의미였는지 알기 위해서 그의 행적을 더듬어서 독일로 가게 된다. 그 곳에서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독일 체류자인 이 근호란 통역자를 대동하고서 그의 발자취를 역 추적하면서 이근호에게 겐타로가 평양에 소장되 있던 요한 힌터마이어란 사람에 대한 것을 적은 두루마리 뭉치를 보여주면서 이 사람과 겐타로 간의 이야기가 서로 나뉘어서  전개된다.
 
일본에서 조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식과 자신의 음악 열정으로  우연히 하나코와 연결이 되고 18세의 처음 만남은 20세가 넘어가면서 사랑으로 변해가고 , 각 기관에 바이올린 주자로 일하고 싶어 본 오디션에 번번히 낙방한 겐타로는 연주보다는 작곡이 어울린다는 생각에 독일로 가게 된다.  그 곳에서 집주인인 키르호프의 호응과 맥바흐 스승을 만나게 되고 우연히 발견한 요한 힌터마이어란 사람의 음악 기법이 자신의 창작 기법과 상당히 같다는 것을 알고 이를 추적하던 중 그의 조상이 사실은 독일인 아닌 조선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당시 동 베를린 도시를 방문 중  국가 안전보위부 방첩부에 이송이 되고  거기서 북한 대사관 도움으로 풀려나게 된다. 이 후 리명우란 사람으로 부터 TNF라는 메시지를 전달받고 북에 입국.   TNF 열람 후에 복사 후 노동당 중앙 위원회 직속 기구인 35호실에 자신도 모르게 정보원이 되어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후 다시 독일에 온 그는 대한민국에서 그를 음악회에 초청하게 되고  공항에 내린 즉시 국가 정보기관에 끌려가서 모진 고문과 구타를 당한 다음 그들이 요구한 대로 진술을 하고 17년 복역 후 다시 독일로 와서 20년간 살다가 어느 날 자살로 마감한다. 

두루마리의 주인공 요한 힌터마이어는 교회의 오르간 풀무꾼으로 일하던  중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아이블링거에 의해 요한... 이라는 새 이름을 부여 받고 그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어느 날 무음으로 혼자 연습한 곡이 아이블링거에 의해서 연주된 사실을 알게 되고 이는 곧 두 사람간의 음악적 영감의 무급제공자란 사실과 그에 대한 결과임을 알게 된다. 이 후에 작곡 하란 요구를 받게 되고 스승의 제자인 크로마이어가 스승의 여동생인 레아에 대한 감정을 알게 된 후 집으로 소환이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점차 발표하는 곡마다 좋은 반응을 보인 요한과 스승 사이에 어느날 음악의 작곡을 함에 있어서 형식의  자유와 논리에 대한 이견을 보게 된다. 이에 고향으로 오게 된 요한은 아버지로 부터 조상의 기원이 sun이란 나라에서 왔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강제 징집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스승의 말 한마디로 풀려나게 되고 다시 스승 밑에서 일하게 되던 중 스승과 레아의 돌이킬 수 없는 관계를 보게 된다. 그 뒤 스승과 자신이 생각하는 신앙에 대한 차이로 인해서 이견을 보이게 되고 얼마 후 스승이 레아와 요한의 관계에 대한 증오와 질투, 그리고 스승의 고발로 교회 법원에 서게 됨으로써 더 이상 자신이 머물 곳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자신의 곡에 이견을 보였던 스승이 제자의 곡이란 발표를 했을 때엔 이미 요한은 멀리 멀리 가고 있는 중이었다. 

하나코는 겐타로의 자살에 의문을 갖고 시작하게 된 여정이 그가 40년 전 자신의 아버지의 반대로( 아버지는 일제 시대때 조선인에 학대한 전력이 있는 군인이었고 , 뭣보다 하나코에 대한 자신의 집착을 드러냄으로써) 독일로 가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뒤이어 그의 주위 사람을 탐문해 가던 중 집주인  사망시 곁에 빌헬름이란 사람이 있었고 그가 잠적하자 그를 알고 있는 기고가 슈타인도르프를 찾아가게 된다. 그 곳에서 그가 쓴 랩소디 인 베를린이란 글을 보게 되고 그 속에 표현된 SS장군인 "뱀"이라 불린 사람이 집주인 이었으며, 트럼펫 연주자였던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찾게 된 당시 10세 소년이었던 빌헬름이 켄타로와의 만남을 갖게 되면서 집주인은 심장마비로,  추측컨대 각종 기자들과 다른 사람들의 취재에 시달린 겐타로는 TNF의 글을 보는 상황과 맞물려서 자살이란 것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지 않았나 하는 하나코와 이근호의 추리로 여정을 끝내게 된다. 

무척 긴 여정의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정말로 현실적인 일로 피부에 와 닿는 구절들이 많다.
 여기엔 오랜 디아스포라의 민족의 대표격인 나치하의 유대인들의 고단한 삶도 들어있고, 하나코의 아버지와 하나코의 관계, 레아와 아이블링거의 관계, 요한과 레아의 아련한 시선의 마주침과 겐타로와 하나코의 사랑얘기가 아주 절묘한 시점을 찾아서 맞물리는 톱니바퀴의 연상시킨다.
시대는 흘렀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어떤 흐름을 보여준다. 또한 요한 힌터마이어가  자신이 깨달은 삶과 죽음. 양쪽의 입력이 같다는 이치를 깨닫게 되고 동쪽의 끝을 향해 계속 간다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글 속의 글엔, 겐타로- 그의 어머니가 말했듯이 일본에서 태어났고 스스로 다르지 않으려 했으나, 다르다고 규정당한 한인 2세의 디아스포라가 자리잡고 그 방황의 삶을 요한의 글을 읽어 봄으로써 자신이  가닿고자 했던 곳이 대한민국도 아니요, 일본도 아니요, 독일도 아닌 자신의 진심을 알아 줄  세상의 단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단 점에서 아련함이 더욱 전해져 온다.
 통역자  이근호 또한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자신이 두 나라에서 살지 못하고 독일 이란 제 3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설정 또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전형적인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대변해 주고 있다. 다만   한 가지 희망이란 가슴으로 품어 본 글의 결말에선 다소 한 가닥의 작가의 뜻을 내비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1년이 흐른 후 겐타로의 음악회를 열게 함으로써 집주인 딸 에밀리, 그리고 맥바흔 교수를 위시해서 북에 있는 요한 힌터마이어의 가족들의 초청해 함께 음악을 듣게 된다는 사실엔 역사의 진실 속에 가려져 있었던, 알고는 있지만 애써 밝히지 않았던 우리네 조상들의 한 이 서린 역사의 한 단면을 작가는 기나긴 강의 흐름속에 세세히 그네들의 감정을 살펴서 써 내려간 글이 긴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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