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가라 -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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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 강의 이 번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아주 스릴러적이고 책을 덮고 난 뒤의 오는 씁씁함, 인간의 내면적인 고통을 가져다줬다. 

어릴 적 육상선수로 활약하다가 생계형 화가의 길로 들어선 서인주, 그리고 그의 친구 화자인 나는 이정희, 불치의 병을 앓고 있던 인주의 외삼촌과의 사랑을 시작으로 그녀들의 기나긴 인생의 서막이 어릴 적 학창시절부터 정희의 추적으로 회상과 현재를 오가면 글의 구성을 이루고 있다.  

폭설이 내린날 미시령 고개에서 생을 마감한 인주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녀을 사랑한 미술 평론가 강석원이 주장하는 자살이란 말에 인주의 삶을 생각해 볼 때 그것이 결코 인주 답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정희는  강석원이란 사람이 그간 인주가 그린 그림에 대해서 유고작 발표와 함께 미술사의 신격화를 계획한다는 것을 알고 인주의 아들인 민서를 생각해서 엄마가 결코 생을 자살로 마감할 사람이 아니란걸 밝히기 위해 그녀들이 생활했던 옛 학창시절부터 살던 집 구석구석, 그리고 자신 외에 왕래가 있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추적해 가면서 강석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인주에 대해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추적해 나가면서 그녀가 겪었을 고통에 대해선 실제 많이 알지 못했다는 자책감, 그리고 내 자신의 3번에 걸친 유산 했던 아픈 기억의 얘기 조차  속마음 까지 털어놓고 지낸 인주에게 조차 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비밀을 생각하는 장면은 서로가 서로를 절실하게 알고 있었다고 생각되어지던 그 믿음이 어느 한 순간 둑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릴 적 아픈 남동생을 항상 먼저 생각했던 엄마의 행동이  9살 되던해 미시령을 넘어가던 차가 사고가 나는 바람에 자신보다 남동생을 먼저 챙겼던 엄마에 대한 한 없는 원망과 서러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의 불치병의 동생을 돌봐야 했던 엄마에 대한 삶에 대한 무게감이 엄마의 첫 사랑이자 의사인 류인섭이란 사람을 통해서 알아지고 그 참기 힘든 삶에서 오는 한가지 탈출구로 알콜중독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행적을 보면서, 그런 와중에 미시령을 갔다 오면서 벌어진 차량사고는 엄마, 엄마가 가르친 진수란 학생, 그리고 류인섭이란 사람에게 서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내게 된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죽은 엄마에 대한 원망과 더불어서 물리학을 좋아했지만 병으로 인해서 화가의 길을 들어선 외삼촌, 그런 외삼촌과 친구 정희의 사랑을 바라본 인주. 그리고 결혼과 더불어서 민서를 낳고 이혼하면서 본격적인 생계형 화가의 길을 들어서게된 인주의 그림 속엔 과거 삼촌이 구사했던 그림들의  모습이 보이고, 이런 과정을 추적해 간 정희는 결국 미시령에서 인주 혼자가 아닌 강석중도 연관이 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강석중의 집요함 속에 정희가 아끼던 인주의 그림들이 타들어가고 인주와 삼촌이 남긴 자료들이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본 정희의 필사적인 탈출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생에 대한 애착과 고통, 그 안에서 오는 기쁨과 환희 , 슬픔은 부가적인 선물이다. 인주가 정희에 대한 친구로서의 사랑, 남편이 인주를 이해 할 수 없었던 그녀의 행동, 그리고 강석원의 인주에 대한 집요함은 삶의 한 가운데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고 가는 한 형태의 길일 수 있다. 이 길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오는냐에 따라서 삶의 무게도  달라질 수 있다는데서 이 소설은 그 막막함을 전해준다.  

태양계에 있는 은하수의 빅뱅서 부터 무한대의 0에 대한 개념, 별에 대한 설명이 어우러지면서  이 소설은 인주와 정희가 그 안에서 외삼촌의 영향으로 삶에 비유되는 형식으로  이끌어지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선 인주의 고통은 그래서  그것을 막을 수 없었던 강석중의 죄책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했기에 더욱 갖고 싶었지만 그 고통에 찬 생을 놓아버린 인주에 대한 집요함이 어쩌면 신격화 함으로써 그것을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만 갖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정희 또한 민서에 대한 애틋함과 함께 미시령에 가지 못한 자신에 대한 행동에서 오는  자괴감에 빠져서 그것을 헤쳐나오기 위해서라도 인주의 여정을 따라 갔는지도 모른다. 

강석중과 정희가 바라본 인주의 여정엔 이런 복합적이고도 삶의 애착심과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저버린 아쉬움이 남기에  이 소설은 그래서 더욱 읽고 난 뒤에 인주의 진실된 마음이 과연 이럴 수 박에 없었던가 하는 아쉬움이 남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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