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불가에서는 생.노.병.사가 육체를 빌어서 왔다가 갈 때는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모두 두고 간다는 말씀이 있다.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마나 정신적인 위로와 삶의 근본적인 철학을 되새길 수 있는 선현들의 말씀도 많지만 , 종교계에 계신 분들의 글들은 더욱 우리의 삶을 울린다. 

이미 이승의 육신을 버리고 부처의 세계롤 가신 법정스님의 글은 그래서 간소하면서도 단촐하고 군더기가 없는 맑은 글이 우리네 가슴을 울려준다. 그간 책을 펴내신 글들을 보고 있자면 조그

마한 것 하나에도 욕심과 욕망의 끊지못하고 사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은근히 질타해 주시고 바로 서게 해 주신 분들 중의 한 분이시다.  

온라인으로 서점을 둘러보니 이미 절판이 되어 판매중지인 책이 있고, 그래서 서둘러서 부랴부랴 신청해 읽기 시작했다. 매번 스님의 글을 읽노라면 참으로 여백의 미가 돋보이고 그 가운데서 혼자 사시는 가운데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과 자신을 그럴수록 더욱 혹독하게 수련해 가시는 수도자의 모습을 엿볼 수가 있다. 입적하신 후에 TV에서 보여지던 그 모습은 책 속에  있는 글 그대로의 모습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되도록이면 간소하게 살고 부자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도 새삼 다시금 생각해 볼 수있는 글들고 가득하다. 계절마다 피어나고 지는 꽃들과의 모습과 대화 , 채소밭을 가꾸면서 느끼는 지구의  기온변화로 느끼는 감상, 얼음물을 깨가면서 물로 이용하는 구절엔 먼 시골의 아득한 옛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과거. 미래보단 현재의 삶! 바로 여기서 살고 있는 현재가 가장 중요하며 그때 그 곳에서 그렇게 사는 것이 그날의 삶이란 말씀엔 한 순간의 행복도 느끼지 못하고 당연하다고 느끼는 우리들에게 생명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 준다.  

죽음을 맞아하는 데도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구절엔 이미 스님께서 말씀하셨던 말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풍경이나 어느 것 하나도 지나치리 만큼 가까우면 그 친근감과 소중함이 떨어지니 너무 가까이도 말고, 멀리도 아닌 알맞은 거리에서 바라보는 은은한 기쁨을 말한 대목은 지나침은 모자람 보다도 못하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가장 인상깊은 것은 책 읽기와 이에 따라오는 부작용에 대해서 언급한 글이다. 책과 가까이 할 수록 머리속은 더욱 생각의 발전이 되지만 책의 주체가 되어서 읽어나가야지 그것이 진정 책을 읽는 사람의 자세라 할 수 있으며, 책에 얽매여 읽히지 말란 대목에선 독서의 경계를 일러주신다. 베스트셀레에 현혹되어 무작정 읽기 보단는 고전을 읽기를 권하며, 신혼부부에게 하신 주례 말씀중에 한 달에 한 번은 각자가 맘에 드는 산문집 2권과 같이 구입해서 보는 시집 1권을 꼭 구입해서 보란 말과 함께 그것을 자녀들에게 물려준다면 부모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에 대한 교육이 될 거란 글엔 부부로서 새 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할 나위없는 인생의 좋은 지침이란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맺은 사람들이기에 대등한 인격체, 인내, 말 조심 , 항상 탐구하는 노력, 지속적인 관심으로 인한 대화 나누기, 그리고 쓰레기 덜 만들기란 말씀엔 스님이 실천하신 무소유의 정신이 엿보인다.  

산골로 들어가 살면서 집 짓고 군불 때고 , 채소 가꾸고 , 새벽 불공 드리면서 책과 다기와 차의 맛과 더불어서 산새, 동물, 나무와 어울리다 살다 가신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을 때가 오기전에 자신이 갖고 있던 것을 주위의 지인들에게 나눠주신 실천으로 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고 가신 그 모습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  

 세상살이란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가게 마련인데 주고받음에 균형을 잃으면 조화로운 삶이 아니다.
주고받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말 한 마디, 몸짓 한 번, 정다운 눈길로도 주고받는다. 따뜻한 마음이 따뜻하게 전달되고 차디찬 마음이 차디차게 전달된다. 마지못해 주는 것은 나누는 일이 아니다. 마지못해 하는 그 마음이 맞은편에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사람의 덕이란 그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라기보다도 이웃에게 전해지는 그 울림에 의해서 자라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덧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언젠가 자신의 일몰 앞에 설 때가 반드시 온다. 그 일몰 앞에서 삶의 대차대조표가 드러날 것이다. 그때는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그때는 이미 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다가 간 자취를 미리 넘어다 볼 줄 알아야 한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가려진 곳에서 하는 일을 ‘그림자 노동’이라고도 한다. 주부들이 집안일을 하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그림자 노동에는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다. 굳이 일의 공덕을 따지자면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하는 이 그림자 노동에 그 공덕이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다. 사람끼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보다 따뜻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 만나는 대상마다 그가 곧 내 ‘복밭’이고 ‘선지식’임을 알아야 한다. 그때 그곳에 그가 있어 내게 친절을 일깨우고 따뜻한 배려를 낳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최선의 장소는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바로 그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죽음도 미리 배워 두어야한다. 좋은 말씀은 어디에 있는가? 그대가 서 있는 바로 지금 그 곳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고 있다면 그 자리에 좋은 말씀이 살아 숨쉰다.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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