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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의 입학식 - 조선의 국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ㅣ 키워드 한국문화 4
김문식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평점 :
근대 대한 제국이란 이름이 없어지고 대한민국이란 명칭으로 불리게 된 오늘 날, 여전히 tv 대하 사극에선 조선왕조에 대한 사극 시리즈가 민초들이나 아니면 권력 대신들, 왕권과의 찬탈과정 속에서 숨가쁘게 이어져 내려온 역사극이 인기를 여전히 끌고 있다. 그런데, 정작 왕위에 오르기 까지 왕세자나 왕세손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온 천하의 백성의 아비로서 그 본분을 다했는지에 대해선 이야기가 너무 없지 않았나 싶다. 그러던 차에 "왕세자의 입학식" 이란 책자를 접해봄으로써 그간의 궁금증을 얼마간 푸는 기회가 됬다.
조선의 왕실에서 대대로 이어져 온 왕위 계승에서 그 서열의 첫 째가 바로 왕세자!
이 왕세자가 나라의 큰 일을 다루기 전인 기초적인 인성작업의 일환으로 약 8세부터 2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처한 상황에 따라서 성균관에 입학식이 달랐다고 한다. 하지만 대체로 8세 후이니 아마도 지금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도 이에 따라서 내려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왕세자가 치러야 할 절차가 책봉례(왕세자로 결정되는 의식), 관례(성년식에 해당), 가례(결혼식), 입학례(성균관 입학식)으로 나눠지고 이 가운데에 모든 것이 궁궐에서 이뤄진 반면 입학례 만큼은 성균관에서 이뤄졌다고 하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왕세자가 성균관에 도착하기 까지엔 우선 출궁도 (궁궐을 나서는 행보)를 거쳐서 성균관 내에 있는 공자를 모시는 신주에 술잔을 올리는 작헌례, 이어서 명륜당으로 가서 스승인 박사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왕복도, 스승에게 예물을 드리는 수폐도, 그리고 신하들에게 예를 받는 수하도란 그림들을 통해서 그 당시의 절차들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왕세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승인 박사 앞에선 책상도 둘 수 없었으며, 예를 갖춘 의식에서 조차도 서쪽(음)에 있어야 했고, 스승은 그 앞인 동쪽(양)에 있음으로 해서 신분을 초월한 진정한 스승에 대한 예를 갖춘데에 있단 점이다.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단 말이 무색할 만큼 많은 시대의 변화를 겪는 요즘 세대에 진정한 학문의 고양을 위해선 자신의 몸을 낮춤으로써 군신간의 예의를 배우게 한 깊은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모든 절차는 궐에서 하지만 일단 입학식 만큼의 주도권은 성균관이 쥠으로써 학문에 대한 철저한 외부세력을 배제했단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공신이었던 환관 출신도, 대신들 조차도 성균관 안으로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 받았던 데서 알 수 있듯이 그 당시의 학문을 향한 대단한 자존심을 엿 볼 수 있다. 일단 자릴 잡고 스승 앞에서 받는 교육조차도 일반 성균관의 나이에 따라 자리 배석이 지정된다는 점도 이채롭다. 궁에선 다음 차세대의 실권자이지만 일단 성균관이란 학문의 울타리에 들어서면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단 걸 일깨움으로써 아마도 차후에 나라를 다스린데 있어서 진정한 군신의 도리와 타인의 얘기에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체험을 하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는 곧 모든 백성의 본보기로써 각 가정에 돌아가서도 부자의 윤리, 군신의 윤리, 장유의 윤리를 스스로 갖추어 나가게 함이 들어있는 뜻 깊은 정책이 아니었나 싶다. 왕으로서 어린 자식을 입학시키는 부정의 정도 엿볼 수 있는 글에선 시대를 막론하고 부모가 느끼는 자식에 대한 애틋한, 남다른 정도 느낄 수가 있다. 고개를 들기 힘들게 바닥에 책을 놓고 공부해야 하는 자식을 둔 아비의 마음이 정책을 바꾸려고 하지만 이것마저도 유생이나 대신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과정엔 왕도 자식 앞에선 힘없는 한 명의 아비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당이나 양나라에에서 시작돤 이런 제도가 정작 중국에선 없어졌지만 우리나라 조선 시대 왕조를 거치는 동안엔 다듬고 보완된 책이 만들어짐으로써 중국관 다른 우리나라의 또 다른 교육열과 백성을 어떻게 다스려야하는지를 그 첫 발자국으로 이 입학례란 것을 실천함으로써 자만의 길을 걷지 않는 군왕의 도리를 지키는 발걸음이란 것을 보여준다.
입학례를 들여다 봄으로써 작은 세계지만 그 안에 깃든 조상들의 깊은 뜻과 아울러서 지금처럼 나라의 기쁜 일이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여 장기 복역수나 크게 죄질이 나쁘지 않는 한 죄수들을 사면해 주는 행사가 그 당시에도 있었다는 것이 사람이 사는 세상엔 인지상정이란 정이 대대로 이어져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각보다 책이 얇아서 내용은 어떨까 생각 했는데, 책 속에 키워드 속에 키워드란 코너가 들어있어서 이것만 봐도 그 핵심을 볼 수 있어 좋단 생각이 든다.
수신이 제가하면 치국이 평천하란 근본적인 구절을 지키고 다스리고자 했던 조선 왕조의 왕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얇지만 알찬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