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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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으로서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로서 깊은 통찰력과 세심한 묘사 필치가 돗보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흡사 우리의 이민 1세대와 1.5세대, 그리고 2,3세대로 이어지는 한인 가족들이 겪을 듯도 싶은 일상의 나락 표현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였다. 많은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 인도인과 우리네의 의식이 다른 면도 보인다. 크게 1,2부로 나뉜 글 구성이지만 끝에는 결국 캘커타, 영국, 로마, 미국의 메사츠세츠주를 돌고 돌아 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 든다. 작가 자신이 피부의 특출한 점이 눈에띈 가운데 보이지 않는 미국의 사회에 정서를 뿌리내리고 성공하기 까지 많은 경험을 했을 느낌이 곳곳에 느낌으로 다가온다. 부인과 사별한 아버지의 거취를 두고 동양적인 시각에서 모시고 살아야한단 의식과 같이 부대끼고 살아야할 앞날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 고민하는 루마의 심정이 아버지의 동거 거절을 계기로 한편에선 안도의 숨을 내쉬지만 아버지가 생각하는 자식과의 동거는 어떤 면에선 이해가 된다는점도 눈에 뛴다.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면서 하나, 둘 짐이 늘어가는 생활을 하다 한쪽의 반려자와의 이별을 통해서 비로서 집안의 무거운 짐을 덜어가는 와중에 다시 딸과의 합치는 생활은 자신의 뒤늦게 남은 노년의 생활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자유의 의지로 해석이 될 듯 하다. 여행 중 만난 새로운 여인을 두고 느낀 부녀지간의 감정엔 딸의 입장에선 서운함도 있을 법 하지만, 그래도 묵묵히 구겨진 엽서을 다시 펴고 우표를 붙여 부치는 딸의 행동에선 아버지의 노년의 사랑을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 소설책에선 흔히 말하는 특출한 기술이나 학업성적을 가지고 벵골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도인이 미국에 와서 정착하고 자녀들도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학업성적으로 모두 좋은 직업을 가진 이민의 자녀로 등장한다. 우리네 부모들이 고생해서 타국에서 힘들여 공부시킨 결과를 보는 듯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 가운데에는 인도의 보수적인 결혼관이 보여지는데, 얼굴도 모른채 결혼한 부모세대의 이야기나 그 대물림 속에서 자식들까지도 그대로 이어지는 결혼 풍속도는 상황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우리네 결혼 풍속과도 일맥 상통한 점도 보인다. 미국식으로 자란 자녀가 인도인이 아닌 미국에 동화되서 음식, 결혼까지도 미국인과 하는 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입장이나, 그것에 대해서 생각이 다른 자식들의 가치관도 세심히  나타내 보여준다. 그저 좋은 사람에 머물기는 한 순간일수도 있고, 영원히 자식의 기억속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엄마와 아기의 유대감은 읽는 동안 내내 "품안의 자식"이란 우리네 말이 떠오른다. 감히 동생이 알콜중독자라고 밝히지 못했던 그녀로서는 영국인 남편의 영국식 태도가 서운하면서도 이제는 남편조차도 자신을 믿지 않게 될 거란 예감을 느낀 장면은 동양적인 끈끈한 가족 유대감의 괴리에서 올 수 있는 안타까움으로 번진다. 지옥과 천국은 말 그대로 한 여아가 타국에서 만난 같은 민족의 사람을 만남으로서 쉽게 삼촌으로 맺어지고 눈에서 몸으로 느끼는 엄마의삼촌에 대한 행동이 ,삼촌에 대한 보이지 않는 사랑에 대해서 써내겨가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의 비밀스런 고백을 들었단 글에선 엄마 나름대로의 인생 저 편 어딘가에 놓고 오기 힘들었던 , 한 때나마 자신만의 사랑을 놓기 쉽지 않았음을 말한 장면은  그야말로 자신의 존재가 오늘날 있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그야말로 지옥과 천국을 연상케한 작품이다. 2부에서의 각기 다른 소녀, 소년이 미국에서 부모들의 사정에 의해서 만나고 헤어지고 엄마를 보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동안 성인이 되서 다시 해후하지만, 한 때의 열정적인 사랑을 뒤로 하고 청혼을 하지도, 받지도 못한채 자신들의 어떤 이기적인 사랑으로 인해 헤어지는 안타까움을 서술하고 있다. 훗날, 자신이 사랑하던 그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받아들이고, 애도하는 가운데 자신의 몸 안에선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어 가고 있단 사실로 끝을 맺는다. 물론 여기엔 그 사람의 아이가 아니란 확신에 찬 말로 끝을 맺지만 ... 작가가 말한 가족. 연인. 형제의 사이에서 오는 각종 갈등들이 여기 저기 여느 이민 세대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예로 글을 골라낸 솜씨가 참으로 부드럽단 생각이 많이 든 작품이다. 보이지 않는 인종의 벽 앞에서 플리쳐상을 수상한 이력답게 우리 이민세대에게도 이런 좋은 소식을 받을 수 있단 희망이 엿보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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