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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의 도시들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총 3부작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제1편 '모두 다 예쁜 말들"을 빼곤 우선 "국경을 넘어'와 마지막 편인 '평원의 도시들'을 먼저 들었다. 1편 격인 '모두다... 에서 나오는 존 그래들과 2부의 빌리 파햄이 서로 친 형제처럼 맥 맥거번 목장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일어난 각 인생의 쓸쓸한 인생 여정을 그리고 있다. 매카시 소설의 특징인 따옴표 없는 대화체가 읽어가는 동안 어떤 때는 누가 한 말인지 알 수 있다가도 읽다 보면 혼동이 와서 헤매는 것이 특징이다. (나만 그런가?) 무건조한 대화속에서 묻어나오는 끈끈한 인간애와 우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환경에서 말과 소, 개들이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풍경이 잘 그려져 있다. 멕시코 창녀 막달레나를 첫 눈에 본 순간 사랑에 빠진 존이 빌리의 머저리라는 말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이 아끼는 말을 팔고 같이 살 집으로 쓰러져가는 오두막을 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19살의 청년이 겪는 사랑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가혹한 환경에서도 간질이라는 병을 않고 있는 막달레나에겐 아마도 존의 진실한 사랑이 매음굴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의 길이었고 진실된 사랑에 눈 떠가는 소녀의 사랑을 보여준다. 어렵사리 탈출을 시도하지만, 포주의 손에 죽음을 당한 그녀를 본 존의 죽음을 불사한 포주와의 혈투는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란 모 cf속 대사처럼 이들에게 아름다운 미래를 보여주는 글을 작가는 써 내려갈 수 없었던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동생 보이드를 잃고 난 후의 빌리의 인생은 결혼 자체도 싫고 그저 한 없이 떠도는 인생만이 있을 뿐인데 존 마저 그의 앞에서 죽음을 보이면서 다시 목장을 떠나 오랜 세월이 흐른뒤인 78살의 빌리가 나온다. 세월 속에서 그간 고생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손의 묘사 장면이 가슴아프다. 거칠것 없어 보이는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점차 정치적 상황에 의해서 목장지대가 군대의 자리가 될 것이란 암시 속에서 소를 잡아먹는 들 개들의 사냥묘사 장면은 정말 박진감이 넘치는 묘사였다. 하나 하나 세세하게 말에 올라타서 올가미를 쥐고 개을 추격해 가는 카우보이들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여기에서도 전작인 '국경...과 마찬가지로 여행자를 꿈 속에서 만나서 이루어지는 삶을 철학을 보는 듯 하여 빌리의 인생여정을 보여준다. 매마르고 거침없는 서부 목장에서 살아갔던 수 많은 사람들을 대표하여 빌리의 말을 빌어 나타낸 인간과 신의 세계가 총 집합적으로 나타낸 소설이다.
***** 운명은 계획도 목적도 없이 그냥 흘러가는 것이라도들 하오. 하지만 그렇다면 대관절 그게 무슨 운명이겠소. 이 세상에서 되돌릴길 없는 모든 행동 앞에는 다른 행동이 있고, 그 앞에는 또 다른 행동이 있소. 끝도 없이 이어지는 광대한 그물이지.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선택을 한다고 믿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미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행동할 만큼의 자유만 있을 뿐이오. 선택을 세대의 미로속에 사라지고, 미로 속의 각 행동은 다른 모든 대안을 없애고, 제한속으로 더 깊이 몰아넣어 노예로 만드오. 기실 우리네 삶을 곧 제한들로 이루어지지.
***** 우리의 계획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미래 위에 세워진 것이오. 세상은 매 시간 만물을 이리 재고 저리 재어 형체를 바꾸기에 우리가 파악할 길이 없는데도 우리는 세상을 파악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 지도 모르지.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법칙만이 있고, 그 법칙을 충실히 따랐을 때, 얻게 될 지혜가 있을 뿐이오.
***** 모든 사람의 죽음은 다른 모든 사람의 죽음을 대신한 것이죠. 죽음은 예외없이 찾아오기에 우리 대신 죽은 이를 사랑하는 것 말고는 죽음의 공포를 싸워 이길 방법이 없죠. 우리는 그의 역사가 기록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오래전에 이곳을 떠났죠. 모든 사람인 그는 우리를 대신해 피고석에 섰죠. 그러다 우리의 때가오면 우리가 그를 대신해야하죠. 그를 사랑합니까? 그가 간 길을 존경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