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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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아주 우리의 삶이랑 닮은 모습을 표현해 낸 유쾌한 소설이다. 각 파트마다 이웃집 순이네, 철수네, 또는 바로 우리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하나의 책에다 단편으로 깔끔하게 내놓았다. 전업주부로서 컴 조차 쉽게 접하지 않은 주부가 우연찮게 아이디를  SUNNY DAY를 만들고 집에서 사용하지 않은 물품을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올려놓고 본격적으로 물건을 내다팔기 시작하는 모습과 여자는 꾸미기 나름이란 말이 적당한 말인양 글럴 듯 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다 자란 자녀들 조차 말 상대도 안해주고 남편은 남편대로 바쁘단 핑계로, 집에 홀로 남은 주부의 엉뚱 발랄한 일상 탈출기가 귀엽단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남편의 고가 물건을 회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웃음이 나오게 한다. '우리 집에 놀러오렴'에선 미처 생각지 못했던 가정과 직장에 얽매여서 자신의 유일한 탈출구를 꿈꾸는 이 세상의 모든 유부남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하다. 비록 글에선 부인과 별거 상태에 들어간 상황설정이  되어있지만 읽다보면, 남편이란 이유로, 때론 아버지란 지위에 있단 이유로 어디 하소연하고 싶고 혼자 있고 싶을 때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함을 작가는 내비치고 있진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남자도 때론 여자 못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곤 있다지만 여기 남 주인공처럼 유년의 시절, 아니 청년의 시절로 돌아가 자신이 꾸리고 싶었던 홈 시어터며, 턴테이블, LP음반의 이야기가  그 시대를 겪었던 사람이라면 그 느낌의 동감과 아련한 향수마저 떠올리게 만든다. 부인의 자리가 없음을 알지도 못할 정도로 음악과 술과 그 시대를 공유하고자 것과   직장동료들 사이에서의 아지트가 되가는 점도 웃음이 나오고, 직장동료 부인의 확인성 집 안 살핌이 배꼽을 쥐게 한다. 부인과의 화해성 멘트도 입가에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집에서 소소한 부업으로 일하던 주부의 앙큼한 상상기도 색다른 소재였다. 부업을 전달하는 청년의 향수냄새와 늘어진 뱃살을 보유한 남편만 보다 튼실한 체력을 겸비한 청년을 보고 꿈일 망정 일탈을 꿈꾸고, 급기야는 옷차림과 화장에 신경쓰는 주부의 마음을 누구나 한 번쯤은 생활에서 벗어나 화려한 재기의 처녀시절을 꿈꾸는 일반인들의 욕망을 아주 가벼운 감성과 터치로 그려낸 점이 뛰어나다.  또한 '여기가 청산'이란 글에선 십 여년을 다닌 회사가 부도가 난 바람에 졸지에 부인이 직장에 나가고, 자신이 전업주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상의 생활상을 정작 자신은 이것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되어지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것을 오히려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본단 점에선 아직도 남,녀의 지위와 각 성별로 구분이 확연히 지어지고 있는 시대가 뚜렷함을 비꼰다. 아무리 남녀의 성벽이 무너지고 있는 시대라곤 하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인간이 추구하고 지탱해온 역할 분담이란 영역에선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음을 그려내고 있다. 부부간의 성 생활 리드도 바뀌는 상황이 코메디를 연상케 했다.   

직장생활도 사업도 뭔가 끈기 있게 하지 못한 남편이 아파트가 새로 새워지는 지역을 바라보고 커튼 사업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도 아주 재밌다. 남편이 하강 곡선을 그릴 즈음엔 묘하게도 자신이 일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잘 되는 역 상황속에서 조근조근한 부부간의 얘깃거리며, 직원들의 채용기가 웃음이 나온다.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그림이 잘 안되가는 것을 보면서 남편이 바라는대로 주문이 밀려오는 것을 보고 느끼는 주부로서의 마음이 누구나 자신보단 남편을 먼저 생각케 하는 이 시대의 주부상을  나타내고 있다.

무명의 오랜 작가 생활을 거친 사람이 한 권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주위에 부러움을 사게 되고 그의 부인이 유기농 식단과 환경에 빠지면서 먹기 힘든 현미를 먹게 되는 심정과 부인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소재의 고갈로 고심하던 중,  연재하는 곳에 블랙식의 글로써   교정까지 마치게 되지만, 정작 부인의 싸늘한 눈초리와 행동에 절로 움츠러들어 현미가 좋고 다시 글을 새로 쓰기 위해서 잡지사로 달려나가는 이 시대의  간이 콩알만한 남편의 혼쭐난 생활기를 보는  것 같아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아주 다양한 색깔의 여러 일들을 작가는 세심한 동작과 마음까지도 잡아서 겉으로 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부족함이 없는 부부의 생활도 안을 들여다 보면 301호네 집이 302호 집을 부러워한 것이나 역으로 302호집이 301호 집을 부러워한 것이나, 사실은 사는 모습은 누구나 특별할 것 없이 누구나 똑같이 먹고 마시고, 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간단 사실을 아주 해피하게 작가는 써 내려간다. 2~3시간 읽는 동안 우리 옆집이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단 사실에 위안을 삼고 살아갈 만한 아주 여유로운 소설 한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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