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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참으로 신선한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소재 자체가 우리의 동양적인 전설이 아니라서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흔히 말하는 우리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라고 불러달라는 가짜 헨리데이가 아내인 테스에게 자신의 존재를 밝히는 것과, 진짜 헨리 데이가 애니 데이로 살아가는 동안 느낀 고백을 스펙이란 파에리에게 고백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각각 한 파트당 헨리 데이와 애니 데이의 생각과 성장과정,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이 때론 귀엽고, 안타깝고 슬프고, 사실을 알고자 하는 진실 앞의 몸부림이 읽어가는 동안 동화가 되어가게끔 글을 엮어가는 흐름이 아주 자연스럽다. 흔히 캐니언 연대기 처럼 벽장 속에 뛰어들어가서 전혀 다른 세계로 빨려가서 겪는 동화같지만 작가는 이에 허를 찌른다. 파에리로 1세기간 살아온 구스타프가 어는날 숲 속에서 헨리데이란 어린이를 여러 동료 파에리와 함께 납치해서 자신과 바꾼다. 그 때부터 인간의 사회로 동화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이어지고, 때론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떤 독일말이나, 피아노 앞에서의 자연스런 동작에 대해 자신의 진정한 존재를 찾기 위한 기억의 노력이 뒤따른다. 반면, 진짜 헨리데이는 파에리들에 의해서 애니 데이란 이름으로 불려져 그들과 같이 삶을 영위하게 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동화속의 작고 예쁘고 어떤 마술적 힘을 지닌 요정을 생각한 내겐 그들의 생활 묘사 장면이 인간과 전혀 다를 바 없이 묘사한 점이 흥미를 이끌었다. 살기 위해서 인간이 살고 있는 지역에 가서 의.식을 훔치는 장면이나, 애니데이가 부모, 동생들을 잊지 않으려는 부단의 노력과 기록에 의지해 가는 모습은 흡사 감옥에 갇힌 억울한 죄수가 자신의 누명을 벗고자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30이 넘어가고 그 사이에 가짜 헨리데이는 자신의 조상과 자신이 체코에 살던 독일인으로 자신을 납치한 파에리에 의해 살게된 과정, 가짜 구스타프는 평생 말 없이 피아노만 치다 살다간 사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인간 여인인 테스에게 고백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의 기로에 선 심정, 아들 에드워드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자신의 전철처럼 납치될 거란 두려움에 떨며 사는 심정, 반면에, 애니데이 또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헨리데이란 인물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가서 자신의 기억을 더듬는 과정, 끝내 도서실에서 부딪친 같은 이름을 가지면서도 또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 두 인물의 상봉... 서로간의 언어가 다르기에 받아들이는 느낌 과정을 묘사한 점이 가슴이 아파왔다. 마지막에 애니데이가 자신의 인간의 삶을 헨리 데이에게 양보하고 스펙을 찾아 떠나가는 점, 헨리데이가 오랜 정신적 방황을 그치고 자신이 한 인간의 삶을 대신 살아가게 된 맘을 "스톨른 차일드"란 음악으로 나타내고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교회에서 연주를 하는 헨리 데이를 밖에서 들여다 보는 애니데이와 교회 안의 또 다른 헨리 데이의 눈 마주침은 그래서 더욱 아련하다. 평생을 헨리데이로 살아가면서도 또 다른 진짜 자신의 이름인 구스타프에 대해 고뇌하고 자아를 찾는 과정의 파에리와 가족을 잊지 않으려고 부단의 노력을 했지만 끝내 파에리의 삶으로 살길 결정한 애니데이의 삶이 음악이란 매개체가 하나의 숨통을 틔어줬다. 화해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머물고자 하는 두 주인공의 고백이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인간은 물론이고 요정이지만 인간처럼 사랑의 감정을 가진것으로 묘사한 점이 기존의 요정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묘사가 되어 새롭다. 그래서 인간과 더불어 살고자 해던 욕심이 과해서 어린이를 납치하고 그 분신으로 살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한 감정표현법이 마치 곁에서 지켜보는 제 3자의 마음으로 지켜본 것 같은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시점이 되면 과거를 놓아버려야 되는 법이야.
인생이 다가오도록 마음을 여는 거지"
이 말로서 헨리 데이나 애니 데이 모두에게 그간의 삶의 짐을 덜어 놓는 한 마디가 아닐까?
그들 모두에게 새로운 인생의 따뜻함이 있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