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토의 중세 상인 - 이탈리아 상인 프란체스코 다티니가 남긴 위대한 유산
마르케사 이리스 이리고 지음, 남종국 옮김 / 앨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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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룻 장사꾼이란 말엔 셈의 정도가 다른 사람보다도 계산이 빠르고 어떤 물건을 팔고 사야 하는 시점의 절묘한 타이밍이 맞아 떨어지느냐, 그것을 어떻게 이용해서 부를 축적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최대치를 발휘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에 그 적격에 맞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600여년 전의 사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세 시대의 사람인 이탈리아인 프란체스코 디 마르코 다티니란 인물이다. 자신이 주고 받은 편지를 고이 보관하란 유언을 남김으로써 오늘날 우리들에게 그 시대상과 생활상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상업적활로나, 이익등을 자세히 남겨서 아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1,2부로 나눠서 쓰여진 이 글은 가난한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서 아비뇽으로 건너가 일찍이 장사에 눈을 뜨고 아버지의 유산을 처분함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상업에 뛰어들어서 부를 축적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소설 기법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맞게 그 당시에 일어난 교황과 봉건주들의 각축전, 일반 민초들의 생활, 배를 이용해서 동방과 서방사이의 물건을 교환하고 그 사이에서 부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 때론 편지의 일부분을 이용해서 그 때의 마르코가 생각했던 바를 짐작할 수 있게끔 보여주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2부의  생활상이다. 나이 차가 많은 부인을 두고 결혼을 했지만 오랬동안 떨어져 살아야했고, 물론 자식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고, 장사를 한단 목적하에 피렌체와 아비뇽, 고향인 프라토를 편지란 형식으로 부부사이에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알 수있단 점이다. 여장부 같았던 부인의 마음씀이, 즉 하녀사이에서 태어난 여아를 자신의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그 딸이 장성해서 결혼에 쓰인 비용, 지참금, 중세 최대의 적이었던 페스트 발병으로 인해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민초들의 생활상, 불임부부에게 임신이 되게 할 수 있는 비방, 또 미술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행한 마르코의 일대기가 흥미롭다. 그 곁엔 돈 밖에 몰랐던 마르코였지만 진정한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의  충고를 받아들여 노년에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려 준다는 유언장 공개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과감한 결단력이 부럽단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행복하지 못했고 노년엔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싸여서 고뇌했던 마르코에겐 이 일이 어쩌면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의 한 방편으로 위안을 삼고자 시행했던 일이 아니었던가 쉽다. 상인으로서 오로지 이익 추구만을 위하여 정치적으론 가까이 하지 않는 냉철함, 자료의 미세한 부분까지 보관했던 철두철미한 자세, 하루에 최소로 필요로 하는 잠 밖엔 자지않고 쉼 없이 편지를 직접 쓴 체력, 이 모든 것이 서로 어우러져서 막강한 부를 이루게 된 것이 아닌가 쉽다. 지금도 그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가 있단 글을 읽고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후세 사람들에게도 내리 잊혀지지 않는 사람으로 남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는 이 세상을 떠난 오래 전의 인물이지만 평범함이 바로 비범함이란 말을 생각나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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