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란 것이 대강 큰 줄기에 세세한 나뭇잎을 달아서 미주알 고주알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자로 하여금 상황을 이해하고 나름대로의 흥미와 상상을 부여하는데, 이 책은 읽는 내내 도대체 뭔 얘기를 하고 있는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마치 참고서 하나를 곁에다 두고서 이 책의 내용은 전체 줄거리가 이러한데, 그 곁에서 보조로 하는 얘기가 이런것이 나온다 하는 해설집이 꼭 필요할 것 같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첫 번째는 나의 무지의 늪에서 시작이 되었으니 누굴 원망하랴??? 주인공 까소봉이 푸코의 진자를 필두로 회상과 현실에서의 오고가는 얘기속에서 에코의 정말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지적 교양의 다양한 얘기가 튀어나온다. 이길로 가면 조금 이해가 될 듯 하다가 어느 순간엔 그 곁가지로 빠져나가서 다른 얘기가 또아리를 틀면서 유대교의 신비주의, 연금술에 얽힌 고대적의 얘기, 기독교 사회의 대표적인 베네딕트 수도회의 수도사 얘기, 성전 기사단의 얘기, 그 곁에서 파생된 나름대로의 교리와 취지를 가지고 활동했던 얘기가 에코의 풍부한 사실적인 얘기와 더불어서 다른 방향으로 얘기를 풀이하는 솜씨가 정말로 놀랍다. 까소봉이 본 박물관에서 행해지는 기존의 비밀이 있다고 믿는자들이 벌이는 밀교적인 행동은 종교가 무엇이고,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과연 어디까지 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생긴다. 까소봉의 아내가 풀이한 대목에선 1,2권에 그대로 죽 있어왔다고 믿었던 사실의 축이 다른 방향에서 볼 땐 전혀 찾을 가치 조차도 없었던 일개의 종이였단 풀이에선 퍼즐도 이런 퍼즐 맞추기가 없단 생각과 돌고 도는 원형속에서 계속 헤매다가 읽고 나서도 뭐가 뭔지 확실하게 기억이 안난다는 점에선 이 책이야 말로 푸코의 진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뭔 얘기가 이리도 어렵나 하는 생각에 다음번에 읽을까 하는 생각의 한 편에선 그래도 작가가 어디까지 지적의 항해에서 나를 시험하고 있나 한 번 가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쉽게 놓지 못하고 읽었다. 읽으면서도 머리를 감싸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마치 시험을 치르듯 본 책이다. 그러면서도 포기가 안되게 만든 힘이 뭔지... 지금도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