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2차 세계대전이 진행중인 이탈리아의 핀이라는 소년의 눈을 통해서 본 어른들의 세계를 다룬 성장소설이다. 소년 핀은 매춘을 하는 누나와 함께 살고 있다. 그의 세계는 같은 또래들과는 어울리기엔 너무 아는 것이 많고(몹쓸 욕설이나 대화체 자체가 저급하다.) 어른들 세계에 끼여들어가 어울리곤 싶으나 어른들 눈엔 여전히 어린아이로 밖에 안보이는 한계에 있다. 선술집에서 어느 한 사람을 공략해서 지껄이는 말투속에서 그들과 어울리려 하지만 여전히 아웃이다. 집에 가면 독일 군인과 같이 있는 누이를 보면서 생활의 분노를 느끼던차, 선술집에서 어른들이 독일 군인의 총을 훔쳐오란 소리에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감옥을 거쳐, 탈옥,  쓸모없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유격대에 소속이되어 그들의 생활상, 전투상들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오로지 자신만이 알고 있는 거미가 집을 짓고 사는 오솔길에 자신이 훔친 총을 감추어 두고 자신을 진정 알아주는 친구가 나타나면 그길을 알려주고 같이 가고자 하는 희망은 있지만 어느 누구도 핀의 말을 진정으로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간신히 총을 숨겨둔 곳을 찾지만 이미 다른 동료에 의해서 없어져 버리고 실망에 싸인채 있던차, 같이 있던 사촌이라 불리는 유격대원을 만나면서 비로소 불신으로 가득차 있던 어른들의 세계와 화해의 손짓을 하게 된다. 물론 거미가 집을 짓는 오솔길을 사촌이 보고파 하고자 했기엔 가능한 일이었다. 이 소설은 시대가 전쟁인 만큼 부모도 없이 달랑 누나랑 살고 있는 10대 소년의 눈을 통해서 본  이야기를 서술해나가고 있다. 중간 중간 소년이 내지르는 말투는 영락없는 거리의 소년들이 쓸 만한 대사로 일관하지만, 시대와 환경이 소년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맘 속에 아무도 모른는 거미가 집을 짓는 오솔길을 알고 있다는 흥분과 그것을 같이 공유하고픈 친구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면에선 여지없이 순수한 소년이다. 비록 어른들의 세계에서 자라온 환경이 소년의 성장기에 무한한 영향을 끼치고 그것에서 오는 불신감과 어른을 뺨치는 어른들의 세계를 너무 잘안다는 것은 씁씁함을 느끼게 한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사촌이라는 그나마 일련의 어른으로서 갖추고 있는 어느 정도의 양심이 있는 어른이 있기에 핀도 어른들과의 관계를 화해의 손짓을 보낸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한 여운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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