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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일기
소피 퓌자스.니콜라 말레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평점 :

나를 마주 바라보면서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장치로는 무엇이 있을까?
적어도 누군가의 시선에서 벗어나 날것 그대로의 본모습과 심정을 나의 내밀한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다스리기로는 일기만 한 것이 없다 싶다.
일기를 매일 쓴다는 것도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그날의 하루를 보내면서 생각에 잠기고 이후의 보다 나은 모습을 기대하게 하는 것을 단순히 일기라고 부르기에는 이 책에서 보인 글들은 하나의 '일기 문학'으로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다.
프랑스의 기자, 그리고 문학박사이자 고서점 운영자인 두 사람의 저자가 87인의 일기를 직접 엮은 이 책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소설가, 화가, 철학자, 그리고 알지 못했던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이다.
타인의 무언가를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구성상 내밀함, 애도와 삶의 위기, 고독과 자기 성찰, 여행을 통해 다루고 그 안에서도 더욱 세밀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역사적 사건과 맞물리는 지점과 각 감정의 혼동스러운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유명인들이 적어 나간 일기에서는 어떤 생각들을 간직하고 있었는지, 처음 알게 된 이들의 일기에서는 사건과의 연결성을 생각하며 때론 절규와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었고 유명인들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선 조금 놀랍기도 했다.

특히 가장 와닿았던 부분으로 애도 부분에서 마리 퀴리부인의 남편을 잃은 감정을 드러낸 일기다.
방금 인사하고 외출한 사랑하는 이가 갑자기 나의 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했다는 그 사실 앞에서 아무리 유명한 과학자라 불리는 이라도 막상 남편과의 이별은 심장이 무너진듯한 그 마음의 찢어짐을 보인 내용은 마치 그 현장에서 지켜보는 듯한 아픔을 느낄 수가 있다.
- (중략) 너의 무릎은 거의 나았으나 그것을 치료해 준 아버지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안 계시는구나. 당신이 있어 행복했어요. 당신은 내가 내가 당신을 위해 식당에 피워 놓은 불 앞에서 손을 녹이고 있었고, 에브가 당신처럼 불 앞에 다가가 손은 비비는 모습을 보고 웃었죠.
그런가 하면 동성애에 대한 심정을 일기에 드러낸 이들, 빅토르위고를 숨겨준 연인 쥘리에트 드루에 부인의 일기, 매춘행위에 대한 표현을 소설가답게 시적으로 표현한 플로베르, 남편을 떠나 리스트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일기로 남긴 마리 다구, 이외에도 철학자답게 일기에 담긴 그들만의 세상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선은 생생한 필체와 그 필체를 담아낸 노트를 함께 곁들여 볼 수 있어 더욱 와닿게 한다.

이렇듯 일기란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나만이 볼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마음을 담고 있다는 것이기에 우리들은 이들의 일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에 어쩌면 행운아라고도 볼 수 있다.
가끔은 타인의 글을 통해 나의 마음을 위로받을 때가 있다.
나만이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 내지는 비슷한 생각을 지닌 이들의 글을 통해 공감대 형성을 느껴보는 시간은 되려 그들에게 따스한 말을 전해주고 싶다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들었던 생각이다.
대화로 전해지는 것보다는 글로 전해지는 것이 더욱 가깝게 다가올 수 있었던 그들의 일기, 시대적 압박이나 개인적 고통과 스스로 생을 해결했던 그들의 발자취를 '기록'이란 장치로 다가갈 수 있는 책이기에 일기란 그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다.
****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