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시간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번에 에세 시리즈로 다시 출간된 저자의 이번 작품은 제목처럼 어떤 유유한 시간과 공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실적 모습들을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그려놓은 작품이다.



총 84편의 이야기들이 독립적인 것 같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볼 때 하나의 이야기 구성으로 연결되어 이어지는, 마치 퀼트처럼 연상되는 이러한 기법은 패치 워크란 말로 불린다는데, 일말 공감이 간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각 장면 속에 등장하는 이들이나 동식물, 사물들의 시선을 통해 미처 느껴보지 못한 부분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는데 그라인더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글이 그 예로 남는다.




- 어쩌면 커피 그라인더는 현실의 축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그라인더 주위에서 돌고 진보해 나가는 축. 그라인더는 이 세계에서 인간보다 더 중요한 존재일 수 있다. 나아가 미시아의 그라인더는 '태고'라고 불리는 것의 기둥일지도 모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미하우와 게노베파 부부, 이들의 자식인 미시아와 이지도르, 그리고 미시아의 딸인 아델카로 흐르는 이들 가족사의 이야기는 그들과 관련되는 이웃들, 동식물은 물론이고 영혼의 신처럼 다가오는 망자에 이르기까지, 마치 동양적인 신화사상이나 윤회를 떠올려보게 했다.




저마다 각기 다른 삶을 이루고 있지만 결국은 이어지고 이어지면서 원을 형성하고 그 원의 시공간적인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소설 전체를 통해 저자가 그려보고자 하는 세계관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타인과의 협업도 중요하고 이러한 상호작용은 시대를 넘나들며 이어지는 원동력이 되고 태어남이 있으면 소멸하는 자연의 순리처럼 '태고'가 지칭하는 것은 모든 것을 통찰하며 존재하는 상징으로써 그려낸 것으로 느껴진다.




라틴문학에서 볼 수 있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통해 환상이나 소수자들의 삶을 주목하는 부분들, 동물들의 시선을 투영한 장면(개 랄라를 통해), 식물, 버섯, 망자의 시간에 이르면 전래 속 이야기처럼 다가오기도 하면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부분들이 그려져 삶을 바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주는 작품이다.








****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