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 그럽 스트리트 - 생계형 작가들의 배고픈 거리
조지 기싱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1년 5월
평점 :

어느 분야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자들의 노력들, 그 노력과 열정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이 기대했던 만큼의 보상이 돌아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인생사가 어디 그렇게 순리대로 흐를 수만은 없기에 여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19세기 당시 문필을 업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다양한 인생 흐름을 통해 문학과 출판업계의 이모저모를 다룬 이 작품은 저자의 실제 생활들을 그린 것처럼 느끼면서 읽었다.
주요 주인공인 재스퍼 밀베인과 에드윈 리어던으로 대치되는 구성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은 처세술의 달인인 재스퍼와 글쓰기 재능도 없고 그렇다고 뚜렷한 제2의 직업도 없는 에드윈 리어던의 행보를 통해 서로 엇갈린 운명의 길을 보인다.
빠르게 변하는 출판업계의 흐름을 익힌 재스퍼가 보인 말과 행동에는 가족을 위한 면도 있지만 자신의 성공가도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혼의 상대자가 무엇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실리추구, 여기에 경제적인 압박으로 인해 글을 쓰지 않음 안 되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친 리어던의 끝없는 나약함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은 그들이 맺고 있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저자가 보인 작품 속 주제는 '가난과 돈'이다.
중산층 계급으로 넉넉하지 못한 가계의 부담을 벗어나고 성공하기 위해서 자신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여건이 허락한 여인을 맞이해야 유리하단 점을 일찍 간파한 재스퍼를 보면 삶의 영위해 나가는 순수한 도구로서의 문학이 주는 안락함이 아닌 생계수단으로써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들, 여기에 반대로 리어던이 겪는 경제적인 압박감은 부부사이의 극명한 차이를 통해 비극의 길로 들어선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가난하고 돈이 없었기 때문에 부드럽던 성격이 팍팍하고 날카롭게 변하는 과정, 그 가운데 남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오로지 타인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대한 관심과 결혼 전에 기대했던 만큼 이루지 못한 삶의 현실들이 더해 남편의 유약함을 보다 넓게 포용하지 못한 리어던의 아내 행보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안정적이고 안락한 경제적인 뒤바침이 있었다면 리어던 부부의 파국은 없었을 것이란 사실과 함께 이 작품 소재인 '돈'은 여성들에게도 중요하다.
물려받은 유산으로 인해 기존의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모습에서 경제적인 안정감이란 위안이 어떻게 그녀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립이 될 수도 있는지에 대한 진행들, 여기에 메리언과 재스퍼의 관계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읽는 과정에서 '사랑'보다는 실제 경제적인 여건이 얼마나 인간의 삶에 중요한 부분인지를 보여준 부분이다.
생계를 위해 자신이 수성해 오던 문학의 길을 접고 일반 독자들과 출판사들이 원하는 글을 써야만 하는 생계형 문인들의 삶과 여기에 순수한 예술로서 인정받기 위한 자존심이 현실에서 무너지는 여건들, 상품화로 여겨지는 일들이 비단 이 시대만의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리어던이나 비펜의 인생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순수한 사실주의 문학에 대한 당 시대 사람들의 이해부족, 사랑이 가난과 돈에 밀려 어떻게 추락하는지, 더해서 재스퍼의 반전 있는 인생 이야기는 현실성 있는 일상 이야기라 더욱 와닿게 한다.
어느 한쪽에서는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져 고통과 좌절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영리한 처세술을 통해 성공한 이들이 있는 인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기싱은 당 시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그린 작품이기에 지금과 비교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