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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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모두 드러내놓을 수 있는 방법엔 일기장만한 것이 있을까?


타인을 의식해서라기보다는 나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하고 오롯이 나의 내면과 나의 모습 모두를 드러내놓을 수 있다면 말이다.



발레리아가 그랬다.



1950년 11월 26일로 시작되는 일기장의 시작, 일기장을 사게 된 사연부터 풀어나가는 내용은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그녀 자신이 스스로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알고는 있었으나 여러 가지 주변 환경으로 인해 묵묵히 감내해야 했던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얼핏 보면 자아의 발견 내지는 한 여자의  한풀이처럼 그려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와는 달리 시대만 1950년대일 뿐 현대 사회에서 사회 일원이자 아내, 주부, 엄마란 지위가  갖는 모습과 일맥 상통하는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있다.



당시 시대를 생각해 보면 일하는 여성이란 점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이란 자부심도 갖지만 이것이 가족에게만 해당될 뿐 정작 자신에게 사용하는 부분에서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 차이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레리아의 나이가 43세라는 젊지도 늙지도 않는 중년의 여성이란 점으로 볼 때 보통은 이제는 웬만한 자녀들이 손길을 타지 않는다는 점도 있고 부부 사이도 그렇거니와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들이 자연스러울 법도 하건만 책 속에서 그녀가 점차 느끼는 소통의 창구인 일기장에서는 다르다.



자녀들은 여전히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남편과의 관계도 그렇고 때문에 오롯이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세월과 여성이란 지위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은 어떠했는가에 대한 점은  물론 그녀 스스로 자신의 이름 '발레리아'라고 자각하는 부분은 많은 시간 속에 스스로를 잊고 지냈던 자아에 대한 일깨움을 드러낸다.




인간은 언제나 과거에 한 말이나 한 일을 잊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을 지켜야 하는 끔찍한 의무감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망각하지 않으면 인간은 죄다 오점투성이의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하겠다고 약속했던 일과 실제로 한 일, 되고 싶었던 존재와 현실과 타협한 실제 모습과의 간극이 큰 모순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날 저녁 일기장을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숨긴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 P69




시대를 넘어서 감안하고 읽더라도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뭣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에 대한 고단한 삶과 솔직한 욕망을 드러낸 내용에는 한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솔직한 마음들이었단 점에서 인상 ㅜ깊게 다가온 책이다.



국내 초역 작품인 만큼 저자의 다음 출간작이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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