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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멜론 슈거에서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최승자 옮김 / 비채 / 2024년 5월
평점 :
독특한 세계와 그 안에서 실용주의와 문체를 통해 20세기 미국 문단에 영향을 끼친 작가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 '워터멜론 슈거에서'가 타계 40주년을 맞아 새로운 옷을 입고 출간됐다.
국내 출간된 작품들을 대부분 읽어본 독자로서 그의 작품세계에 관해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막상 읽으면서도 작품 속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책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느낌을 들게 한다.
이 작품 또한 예전에 읽은 기억을 떠올려보니 어떤 뚜렷하게 각인되는 작품이 아닌 묘한 환상 속을 거닐었다가 어는 순간 책을 읽고 난 후였다는...
'워터멜론 슈가에서'는 특히나 고요하고 상징성이 많이 포함된 작품이다.
아이디아뜨(iDEATH)라는 작은 공동체에서는 워터멜론 슈가, 소나무, 돌, 송어가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워터멜롤 슈가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공동체 사람들의 경험과 연결된다는 설정이 이색적이다.
마치 유토피아를 연상시킨 듯한 이곳과는 달리 '잊혀진 작품들'이라고 불려진 또 다른 세계가 건너편에 있으며 그곳엔 인보일과 무리들이 술에 늘 취해 있다.
나의 애인인 마가렛은 잊혀진 작품들에 드나들면서 사람들로부터 말 그대로 잊혀진 것들을 주워 모으는데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꿈속에서 보이는 환상의 마을표현처럼 두 상반된 마을을 통해 한쪽은 모든 것이 아무런 걱정 없는 유토피아인 모습과 반대로 악이나 타락을 연상시키는 대조를 통해 과연 유토피아만이 있는 세계가 유일한 행복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디아뜨에서는 악으로 간주되는 것을 없애는 방식으로 평화를 자처하는데 호랑이가 그 대표적이다.
사람을 헤치는 호랑이가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죽였고 대신 송어를 기른다는 식의 삶의 방향은 잊혀진 작품들 속에서 간직되던 타락으로 여기는 모든 것들과 비교되면서,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이 이들처럼 행해지는 세상, 정말 그런 세상이 온다면 우리들 마음에는 영원한 유토피아가 간직될 수 있을까?를 묻는 듯하다.
저자가 활동했던 60년대를 생각하면 이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는 모습들을 통해 자연과 사랑, 소멸과 기억에 대한 생각을 독자들로 하여금 곰곰이 생각해 볼 여지를 준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어떤 작품에서는 쉽게 적응이 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는 작품도 있는데 이 모든 상반된 느낌을 보인 리처드 브라우티건이란 작가의 작품 세계는 한 번만 읽기보다는 여러 번 읽어보면서 느껴보면 좋을 작품들이란 생각이 든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