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서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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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 년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오스만 제국의 실질적 마지막 황제로 불리는 압둘하미드 2세의 이야기를 작가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작품으로 만나본다.



황제자리에 오를 순위가 아니었음에도 역사의 거대한 흐름은 그를 오스만 제국 황제란 자리, 즉 호랑이 등위로 올려놓았고 그가 정치를 하면서 세계격변의 시대를 헤쳐나간 권력의 중심은 33년이라는 집권이 무색하게도 연합진보위원회에 의해 폐위를 당한다.



어딘지도 모른 채 황실가족과 끌려간 곳이 테살로니키, 3년 6개월이란 시간 동안 바깥출입을  금지당한 채 오로지 집에서 칩거를 해야만 했던 황제-



붉은 황제로 불렸던 그에 대한 판단은 당시 세계각국의 계산에 따른 자원획득과 갈등을 부추기거나 뒤에서 협력을 도모함으로써 거대한 오스만 제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등불 앞에 흔들리는 촛불이었다.



책 속에는 권력의 무게, 즉 왕관의 무게를 지닌 자로서 어떻게 스스로 그 지위에 대한 권력을 이용하고 남용함으로써 기울어가는 제국을 바라만 봐야 했는지에 대한 황제의 모습부터  한 가정의 지아비, 그리고 자식들에겐 아버지로서의 모든 감정들을 군의관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보인다.




지금은 튀르키예라 불리는 예전 이름은 터키인 이 나라에서 황제에 의해 무능한 제국으로 전락하게 만든 당사자란 생각에 감정이 좋지 않았던 실존 인물인 아트퓨 휴세란 주치의  군의관이 쓴 12권의 책과 이후 다른 자료를 통해 당시 처한 상황을 그린 내용들은 격변기의 튀르키예를 그린다.



황제 스스로가 자신을 변호(?)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조차도 권력을 지닌 자로서 나라의 안위를 유지하고자 했던 행동이었음을 말하는 장면에서는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를 각 다른 입장에서도 달리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라 정치하는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황제와 나누는 대화들이 차츰 황제를 바라보며 달리 생각하게 되는 군의관의 시선은 황제라는 위치에서 한 명의 피해망상증을 지니고 누구도 믿지 못하는 노인으로 비쳐 보이는 부분으로 변해갈 때  한 인간의 다른 면들을 보인 점이라 점차 그 속으로 끌려들어 가게 된다.



보위에 오르기까지 많은 형제들을 죽여야만 했던 전통에서 벗어나 황제에 오르기까지 압둘하미드 2세에 대한 판단은 그는 과연 양심적인 황제였을까?, 아니면 그 권좌에 오른 이상 권력이 주는 힘에 의해 스스로 자중하지 못한 결과물을 쏟은 나쁜 황제였을까? 에 대한 판단은 독자 나름대로 각자 달리 받아들여질 것 같다.(다만 역사적인 흐름상 그 이후에 벌어지는 분열되어 가는 오스만 제국을 바라보는 황제의 마음은 상당히 아플 듯...)




황실 내부에서 벌어지는 분위기나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 급진적인 청년들 주도하에 벌어진 오스만 제국의 변화 흐름은 여느 역사에서도 볼 수 있듯 호랑이 등이란 자리를 두고 선의의 마음가짐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해 권력이 주는 그 강력한 힘 뒤에 마침표처럼 다가오는 씁쓸한 뒤안길은 연민의 정마저 불러일으킨다.




"이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모든 인간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집에서 선택하지 않은 운명을 타고 태어나. 우리는 모두 호랑이 등에서 태어난 거야. 운명을 바꿀 수는 없지" (p20) 




스스로 짊어진 호랑이 등이란 자리, 그 책임감과 무게감을 스스로 지키려 애쓴 자, 황제의 자리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감을 심리적인 표현으로 잘 그려낸 작품이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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